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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표밭 뛰어든 이재명… 중도층 절반 잡았다

조선일보 조백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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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표밭 뛰어든 이재명… 중도층 절반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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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승부처인 중도층 집중 공략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공개한 대선 출마 영상에서 흰 셔츠에 연한 회색이 섞인 크림색 계열 니트 차림을 하고 있다./이재명 캠프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공개한 대선 출마 영상에서 흰 셔츠에 연한 회색이 섞인 크림색 계열 니트 차림을 하고 있다./이재명 캠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대선 레이스 초반부터 중도층 표심을 선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발표된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표는 이번 선거의 승부처인 중도층에서 40~50%에 달하는 지지를 받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8~10일 전국 성인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본인의 이념 성향을 ‘중도적’이라고 답한 응답자의 42%가 지지하는 대선 주자로 이 전 대표를 택했다. 전 주 같은 조사 때보다 4%포인트 올랐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5%), 홍준표 전 대구시장(6%),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3%)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1%) 등 구(舊) 여권 주요 인사 4명의 중도층 지지율 합계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수치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이 전 대표의 중도층 지지율은 30% 중반대였는데 갈수록 지지세가 불어나고 있다”고 했다.

정당 기준으로 봐도 비슷하다. 한국갤럽의 4월 둘째 주(8~10일) 조사에서 중도층의 민주당 지지율(44%)은 국민의힘(18%)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엠브레인퍼블릭이 3일 발표한 조사에서도 ‘두 배 격차’의 결과가 나왔다.

그래픽=이철원

그래픽=이철원


정치권 인사들은 “당 대표를 연임하며 집토끼(진보층)를 꽉 잡은 이 전 대표가 일찌감치 중원 공략에 나선 결과”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0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잘사니즘’을 전면에 내세웠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한다는 ‘먹사니즘’에 행복 등의 가치를 입힌 이 키워드로 중도층을 본격 겨냥한 것이다. ‘먹사니즘’은 그가 작년 7월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하며 던진 말이고, ‘잘사니즘’은 올 2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때 한 말이다. 이 대표는 차기 대선의 확실한 주자였기 때문에 조기 대선 여부와 상관없이 중원 표밭을 다져왔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이 전 대표는 정치·경제에 이어 외교·문화 등 대선 공약 전반에 ‘실용’ ‘성장’의 색채를 입혀 동시다발적 ‘중도 구애’를 하고 있다. 그는 지난 14일 대선 출마 후 첫 공식 일정으로 AI(인공지능) 스타트업을 찾았다. 미래 먹거리, 성장에 방점을 둔 것이다. 15일엔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 등에 출연해 “일본의 경우, 과거사 문제와 경제·문화 교류를 분리해 협력할 건 해야 한다” “중국과의 관계를 실리 외교로 잘 풀어내되 한미 동맹의 가치를 훼손해선 안 된다”고 했다.

또 그는 최근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인 ‘폭싹 속았수다’를 거론하며 “저도 엄청 울었다. 이게 우리 문화의 힘이고, 이것으로 세계를 이끌어갈 수 있다”고도 했다. 이 전 대표의 대선 캠프 관계자는 “중도, 실용 메시지를 본선에 가서는 더 자주 낼 것”이라고 했다.


이런 모습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치러진 2017년 대선 때 민주당의 행보와도 비교된다는 말이 나온다.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출마 일성은 ‘적폐 청산’이었다. “적폐 청산을 제대로 해야만 진정한 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 “선(先) 청산, 후(後) 통합” 같은 발언을 자주 했었다.

문 전 대통령이 ‘성장’ ‘통합’을 말하며 본격적인 중도 표심 공략에 들어간 시기는 대선 출마 약 한 달 후인 그해 4월 초쯤이었다. 중도층 지지를 업은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문 전 대통령을 앞선다는 일부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된 직후였다. 이번 이 전 대표의 중도 공략이 과거에 비해서도 훨씬 빨랐고, 적극적이었다는 뜻이다. 당 관계자들은 “지난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로 석패한 이 전 대표가 ‘결국 승부는 중도층에서 갈린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조백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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