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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대선 접어들면서 공세 수위 낮춘 까닭은

조선일보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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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대선 접어들면서 공세 수위 낮춘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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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젤렌스키 회담 많은 진전…한두 가지 난제 남아"
정가 “파면된 尹 ‘이기고 왔다’ 등
민심과 동떨어진 발언 잇따라…
민주당, 보면서 즐겨“
국힘 내부선 “대선 악재 우려”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대(對)정부 공세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직접 때리는 빈도가 줄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얘기도 쑥 들어갔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민주당은 윤 전 대통령이 대중에게 자꾸 노출되는 편이 대선에 유리하기 때문에 굳이 공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의 최근 몇몇 언급은 민심과 동떨어진 측면이 있다”며 “‘윤석열 지지층’ 때문에 우리가 이를 제지할 수 없다는 점을 민주당이 즐기는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 박용진 전 의원은 15일 SBS 라디오에서 “지금 (국민의힘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민주당이 ‘생큐’ 할 만한 사람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국민의힘 상황을 제대로 짚었다”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이 부각되는 국면이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대선 움직임에도 ‘여유’를 주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한 대행에 대한 재탄핵 추진에도 힘을 싣지 않고 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한 대행 탄핵과 관련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16일까지 탄핵안을 발의하지 못한다면 그 뒤로는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국힘 ‘탄핵 소용돌이’ 갇힌 사이… 보폭 넓히는 이재명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주상 복합 아파트)로 거처를 옮겼다. 당시 서초동 사저에 도착한 윤 전 대통령은 환영과 위로의 뜻을 전하는 일부 주민과 지지자에게 “다 이기고 돌아온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했다. 이어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사건 형사재판 첫 공판에 출석해서는 약 90분간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4일 탄핵 인용을 선고한 뒤로 윤 전 대통령은 일부 국민의힘 대선 주자를 관저에서 만나고, 이들이 밖에 윤 전 대통령 발언을 전하면서 “윤심(尹心)을 전파하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그래픽=백형선

그래픽=백형선


윤 전 대통령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국민의힘에선 “다가오는 대선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유정복 인천시장은 15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전직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되는 상황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필요하다면 탈당도 방법”이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석방된 후 국민의힘이나 범보수 진영 관계자들과 활발하게 접촉해 왔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지 하루 만인 지난달 9일 관저를 찾은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와 차담(茶談)을 했다.

윤 전 대통령의 이런 움직임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이후 공개 활동을 극도로 자제한 것과는 대비돼 ‘관저 정치’란 말이 나왔다. 그런데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헌재(憲裁)에서 파면 결정이 내려진 뒤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면 당일 한남동 관저에서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들을 만나 “대선에서 꼭 승리하기를 바란다”고 했고, 이튿날인 5일엔 관저에 나경원 의원을 불러 “앞으로 이 나라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걱정이 참 많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6일엔 변호인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늘 여러분 곁을 지키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9일엔 ‘탄핵 반대’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석해 온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 인용 선고에 대해 “둔기로 얻어맞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전씨는 “윤 전 대통령은 ‘나야 죽어도 상관없지만, 우리 국민들 어떡하나. 청년 세대들 어떡하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날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한 이철우 경북지사와도 면담했다. 윤 전 대통령을 만난 뒤 이 지사는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면 사람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볼 것은 충성심이라고 말했다”고 바깥에 전했다.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일주일 만인 지난 11일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로 거처를 옮겼다. 그런데 서초동 사저로 돌아오면서 윤 전 대통령이 이웃들에게 “다 이기고 돌아온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 자리에서 한 주민이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하자 윤 전 대통령은 “어차피 (대통령직을) 5년 하나, 3년 하나”라고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4일엔 내란 사건 형사재판에 처음 출석해 90분간 직접 변론에 나서 “평화적인 대국민 메시지 계엄이었다”며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런 윤 전 대통령 움직임을 “이재명 전 대표의 대선 캠페인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윤 전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을 직접 때리는 메시지는 잘 내지 않고 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본지에 “윤 전 대통령이 멀쩡히 거리를 다니면서 하는 발언들을 누가 어떻게 말리겠나”라고 했다. 국민의힘 인사들도 “영남권 의원들도 ‘지역에서 윤 전 대통령 언행에 대한 걱정이 늘고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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