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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민의힘은 대선 경선하나 전당대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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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민의힘은 대선 경선하나 전당대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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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권성동 원내대표. 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권성동 원내대표.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14~15일 이틀간 21대 대선 경선 후보 등록으로 5월3일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경선 레이스를 본격화했다. 그런데 당내 대선 주자들과 당의 움직임을 보면, 윤석열의 대통령 파면에 따른 조기대선을 치르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당대표를 뽑겠다는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10명가량 출마가 예상되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은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의 구도가 뚜렷하다. 찬탄파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 돌연 경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반탄파가 다수가 됐다. 반탄파인 나경원 의원과 이철우 경북지사는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석열을 만났고,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윤석열과 통화했다. 윤석열의 지지를 받는 것처럼 보이려는 ‘윤심 마케팅’이다. 친윤석열계 의원 50여명은 연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추대론을 부르짖으며 연판장도 돌렸다. 그런데 한 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거론하며 “국무위원들과 함께 제게 부여된 마지막 소명을 다하겠다”고 했다. 대선에 출마하겠다, 안 하겠다고 똑 부러지게 얘기하면 될 일인데 여지를 남기며 ‘간 보려는’ 태도도 볼썽사납다. 이런 애매한 태도는 국정의 불확실성만 키울 뿐이다.

윤석열은 파면된 뒤에도 일말의 사과·반성조차 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주자들은 그런 윤석열과 절연하기는커녕 앞다퉈 눈도장을 찍으려 하고, 당내 다수파인 친윤계는 세 과시를 하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혹여 대선 승리를 기대하기 어려우니, 윤석열을 보수의 구심으로 삼아 지지자를 결집한 뒤 대선 이후 당내 기득권을 차지하려는 심산 아닌가. 지금의 행태를 보면 국민의힘이 대선 경선이 아니라 ‘윤심’을 뒷배로 ‘윤핵관’이 발호하던 당대표 선출 전당대회를 하려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다.

대선은 미래 비전의 경연장이어야 한다. 윤석열 내란 이후 국민 통합도 시대적 과제가 됐다. 하지만 국민의힘 주자들은 이런 건 뒷전이고, ‘반이재명’ 경쟁력만 내세운다. 오 시장은 경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지금 보수 정치는 국민에게 짐이자 근심거리”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보수 대통령이 연속 탄핵을 당했지만 당은 반성과 변화의 길을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 일반 국민들이 국민의힘을 보는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을 계기로 윤석열과 단호하게 결별하고 ‘내란·탄핵의 강’을 넘는 새로운 보수의 길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국민의힘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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