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최대의 섬이자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반드시 확보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매입 구상을 처음 언급한 때는 2019년 첫 임기 중이었다. 당시 그는 기자들에게 "전략적으로 매우 흥미롭다"고 말하며, 매입을 "거대한 부동산 거래"로 묘사한 바 있다.
재집권 이후에는 미국 안보를 위한 전략적 필요성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발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그린란드. 사진=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최대의 섬이자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반드시 확보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매입 구상을 처음 언급한 때는 2019년 첫 임기 중이었다. 당시 그는 기자들에게 "전략적으로 매우 흥미롭다"고 말하며, 매입을 "거대한 부동산 거래"로 묘사한 바 있다.
재집권 이후에는 미국 안보를 위한 전략적 필요성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발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 2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국가 안보와 자유를 위한 목적"이라며, 미국이 그린란드를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월 초 의회 연설에서는 "어떻게든 그린란드를 확보하겠다"고 공언했고, 이어 3월 말 한 보수 성향 라디오 방송에서는 "우리에겐 그린란드가 필요하다.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린란드와 덴마크 코펜하겐의 당국자들은 "그린란드는 매물로 나온 적도 없고, 주민들도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JD 밴스 부통령의 그린란드 방문…싸늘한 현지 반응
그린란드를 방문한 JD 밴스 미국 부통령. 사진=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JD 밴스 부통령은 3월 28일(현지시간) 그린란드 피투피크(Pituffik) 우주기지를 방문해 "그린란드는 결국 미국과의 동맹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뒷받침했다.
그는 "덴마크가 그린란드에 소홀했고, 미국은 전략적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며 그린란드 매입의 불가피성을 주장했지만, "군사력 사용은 필요 없다고 본다"고해 발언 수위를 조절했다. 이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력을 사용해 그린란드를 장악할 수도 있다고 말하며, 덴마크가 저지할 경우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던 것과 대비된다.
밴스 부통령은 중국·러시아의 북극 영향력 확대와 그린란드의 안보 취약성을 언급하며 미국의 개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방문에는 부인 우샤 밴스 여사와 마이클 왈츠 국가안보보좌관도 동행했다.
하지만 현지 반응은 냉랭했다. 주민과 정부의 반발로 공식 일정 일부가 취소됐고, 무테 에게데 전 총리는 "명백한 도발 행위"라고 비판했다. 백악관은 "이번 방문은 자결권을 존중하며, 문화적 이해를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린란드, 왜 중요한가
그린란드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들이 오랫동안 주목해온 전략적 요충지다. 면적은 멕시코와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넓으며, 자원·물류·안보 측면에서 모두 지정학적 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그린란드는 석탄, 아연, 구리, 철광석, 다이아몬드, 석유 등 희귀 광물과 화석연료가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섬의 대부분이 빙하로 덮여 있어 그간 자원 탐사는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빙상이 급격히 녹으면서 자원 접근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고, 대규모 채굴 가능성도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극 해빙의 감소로 인해 북극해를 통과하는 항로가 가능해지면서, 새로운 해상 물류 루트가 열리고 있다. 기존 수에즈 운하 항로보다 약 7,000km 짧아 항해 일수를 최대 10일가량 단축시킬 수 있으며, 물류비 절감 효과도 크다.
북극이사회(Arctic Council)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 10년간 북극 해운량이 37%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북서항로(Northwest Passage)는 그린란드 인근을 지나가,전략적 중요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이에 러시아와 중국도 이 항로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한 그린란드는 냉전 시기부터 전략적 방어선으로 간주돼 온 '그린란드–아이슬란드–영국 해협(GIUK Gap)'의 일부다. 러시아 군함이 북극해에서 대서양으로 진입할 때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해역으로, 북대서양 방위 전략의 핵심 통로다.
미국은 현재 그린란드 북부 피투피크(Pituffik)에 자국 최북단 공군기지와 미사일 탐지 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주 감시 레이더 시스템도 가동 중이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그린란드를 실질적으로 통제하게 될 경우, 북극권 내 작전 능력을 대폭 강화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활동을 보다 정밀하게 감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우린 매물 아니다" 그린란드의 목소리
그린란드는 덴마크령이지만, 2009년 자치정부 수립 이후 내정은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인구 약 5만7,000명 중 90%는 이누이트 계열이며, 외교·안보는 여전히 덴마크 정부가 관할한다.
덴마크와의 정치적 관계는 18세기 식민 지배 이후로 계속돼 왔지만, 최근에는 완전한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그린란드는 매물로 나온 적이 없으며, 자치법은 주민을 '고유한 민족'으로 규정하고 있고, 영토 지위 변경은 덴마크 헌법 개정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린란드와 덴마크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매입 제안을 일관되게 거부해왔다. 무테 에게데 전 총리는 "그린란드는 팔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고 강조했고, 3월 총선 이후 모든 정당 대표들은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집이 아니다"라는 공동 성명을 통해 미국 편입론을 일축했다.
총선에서 승리한 중도우파 정당 데모크라티트(Demokraatit)의 옌스 프레데릭 닐슨 신임 총리는 "우리는 미국인도, 덴마크인도 아니다. 우리는 그린란드인이며, 독립국가를 스스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 약 75%가 독립을 서두르지 말자는 정당에 투표한 점도 미국 편입에 대한 그린란드 내부의 신중한 기류를 보여준다.
트럼프의 그린란드 매입 구상, 현실 가능한가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를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한 적이 없다. 2019년 처음 매입 구상을 언급했을 당시, 그린란드 대학의 라스무스 리앤더 닐슨 교수는 "2009년 제정된 자치법(Home Rule Act)에 따라 그린란드는 고유한 민족으로 인정되며, 덴마크가 일방적으로 매각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영토 매입에 적극적이었다. 1803년 루이지애나 매입, 1867년 알래스카 매입, 1917년 덴마크로부터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매입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흥미롭게도, 미국은 이미 1946년에도 그린란드 매입을 시도한 전례가 있다. 당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덴마크 정부에 금 1억 달러를 제시하며 매입을 시도했었다. 당시 미·소 간 긴장이 고조되던 상황에서, 북극 인근에 위치한 그린란드는 전략적 요충지로 떠올랐고 매입은 성사되지 않았다. 플로리다주립대학교의 로널드 도엘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 제안은 덴마크 정부 입장에선 다소 모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늘날 상황은 다르다. 듀크대 로스쿨의 조셉 블로커 교수는 2014년 논문에서 "주권 영토의 시장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진단한 바 있다. 20세기 중반 이후 국가 간 영토 거래는 거의 전무하며, 현대 국제 질서 속에서 주권을 가진 영토의 매입은 법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실현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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