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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탄핵감' 트럼프의 미래 [뉴스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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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탄핵감' 트럼프의 미래 [뉴스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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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 올해 마지막 금요일 보합권 출발…다우 0.02%↓
인사 스타일·극우 음모론 선호 등
트럼프·윤석열 정치스타일 닮아
무력 동원 결과, 분명히 보여 줘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카세야 센터에서 열린 UFC 314 경기를 관람하다 생각에 잠겨 있다. 마이애미=게티이미지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카세야 센터에서 열린 UFC 314 경기를 관람하다 생각에 잠겨 있다. 마이애미=게티이미지 AFP 연합뉴스


"지금이 매수 타이밍!!! DJT"

'상호관세 폭탄'이 발효된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하락세로 출발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뜬금없이 이 글을 올렸다. 그리고 4시간 후, 상호관세 90일 유예 방침을 발표하자 주가는 순식간에 급등했다. 그의 장남이 53% 지분을 가진 DJT 주가는 21.67%나 치솟았다. DJT는 트럼프의 이니셜이자 트럼프 미디어의 종목코드다.

'주가 조작'이란 비판이 나왔지만 트럼프는 변명조차 안 했다. 오히려 백악관에서 지인을 가리키며 이 사람은 "오늘 25억 달러 벌었고" 저 사람은 "9억 달러 벌었다"고 자랑하듯 말했다.

국내 포털사이트에는 도이치모터스 사건이나 양평고속도로 논란, 삼부토건 사건 등이 생각난다는 댓글이 달렸다. '미국판 윤석열'이란 댓글도 자주 보인다. 실제로 매일 외신이 전하는 그의 실정 퍼레이드를 보다 보면 공포와 함께 기시감이 든다.

특히 인사 스타일이 똑 닮았다. 교육부 해체를 내건 트럼프 대통령은 프로레슬링 회사 설립자의 배우자를 교육부 장관에 앉혔는데, 그는 11일 열린 교육 콘퍼런스에서 인공지능(AI)을 계속 '에이아이'가 아닌 '에이원'으로 읽어 웃음거리가 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여성가족부 해체' 공약을 달성하겠다던 여가부 장관은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국제적 망신을 산 뒤 옷을 벗었다.

기관 설립 목적과 반대되는 인사를 수장으로 앉히는 것도 같다. 트럼프는 환경보호청장에 기후변화 부정론자를 임명하고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 의무마저 폐지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엔 백신 반대론자를 임명해 홍역 대유행을 불러왔다. 윤 전 대통령 시절 임명된 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약자에겐 혐오발언을 일삼고 윤 전 대통령 비호에 진력했다.


연구예산 삭감으로 국가 잠재력을 파괴한 것도 공통점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학 보조금 및 연구 지원예산 삭감으로 많은 미국 연구자들이 유럽 대학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윤 전 대통령도 '연구비 카르텔'이 있다며 예산을 대폭 삭감해 과학 연구자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다.

레거시 미디어를 혐오하고 극우 음모론자를 신뢰하는 것도 유사하다. 미국 국가안보국(NSA) 국장을 비롯한 고위간부들은 극우 인플루언서가 트럼프 앞에서 '충성심이 없다'고 지목한 뒤 해임됐다. 취임식에 극우 유튜버를 초청한 윤 전 대통령도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져 계엄 당일 선관위에 군인을 보냈다.

가장 큰 공통점은 삼권분립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헌적 행정명령을 남발하고 제동을 거는 판사는 탄핵하겠다고 위협한다. 윤 전 대통령은 야당 대표와 대화를 거부하고 야당 주도로 통과된 법안에 줄줄이 거부권을 행사했으며, 국회에 군인을 투입하는 불법 계엄을 선포했다.


다행히 윤 전 대통령은 파면됐지만 트럼프 대통령 임기는 이제 4개월도 안 지났다. '시작부터 탄핵감'인 그가 휘두르는 독선의 파장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 미치므로 더 위험하다.

일각에선 시간이 지나 트럼프 지지자도 인플레이션과 복지 삭감 등에 따른 고통을 체감하면 공화당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패배하고 그의 기세도 꺾일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자기애가 강한 권위주의적 인물은 자칫 무력까지 동원할 수 있다는 걸 윤 전 대통령은 보여줬다.

우리나라가 그런 행동의 결말이 어떤지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바다같이 넓은 포용력으로 감싸고 용서할 대상은 결코 아니다. 제대로 수사하고 법의 단호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최진주 국제부장 parisco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