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파울루 벤투 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감독이 경질되자 분노했지만, UAE협회는 아랑곳하지 않고 차분하게 후임 감독을 물색했다.
UAE 매체 '더 내셔널'은 28일(한국시간) 최근 파울루 벤투 감독을 경질한 UAE축구협회가 축구 대표팀 후임 감독 후보군을 5명으로 추렸다고 보도했다.
앞서 UAE축구협회는 지난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벤투 감독과 그의 사단을 경질한다고 발표했다. 협회는 "국가대표팀 기술진을 해고했다"고 짤막하게 전했다. 통상적으로 미래에 무운을 비는 의례적인 인사조차 없는 절차로 관계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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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은 지난 2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 있는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캐나다-미국-멕시코 공동개최) 아시아지역 3차 예선 A조 7차전에서 0-2로 패했다. 이 경기를 앞두고 브라질 귀화 선수들을 대거 발탁했던 벤투 감독은 이란의 거센 공격을 막지 못하고 무너졌다.
26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북한과의 8차전도 아슬아슬했다. 전반 5분 만에 파비우 리마의 선제골이 나왔지만, 전반 43분 김유송의 동점 골로 앞서나가지 못했다. 후반에도 결정력을 살리지 못해 승점을 잃을 위기였던 UAE는 후반 추가시간 53분 술탄 아딜의 결승골이 터지며 극적인 승리를 따냈다.
UAE는 북한전 승리로 승점 13(4승1무3패)이 돼 키르기스스탄에게 패한 카타르를 4위(승점10)로 내리고 3위로 올라섰다. 2위 우즈베키스탄(승점17)과의 격차는 4점 차다.
48개국 체제로 개편된 이번 대회부터 아시아 지역은 3차 예선에 3개 조로 18개 팀이 나뉘며 각 조 1~2위 팀이 먼저 본선행 티켓을 얻는다. A조에서 이란이 본선 진출을 먼저 확정한 가운데, 우즈베키스탄과 UAE 중 한 팀이 3차 예선에서 남은 한 장을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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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차전에서 UAE는 5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은 4위 카타르를 상대한다. UAE가 2연승을 거두고 우즈베키스탄이 카타르에게도 비긴다면 두 팀의 승점은 동률이 된다. 골득실에서 순위가 역전될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UAE축구협회는 성적 대신 그간의 관계에 주목했다. 1990 이탈리아 월드컵 출전 이후 36년 만에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UAE 지휘봉을 잡은 벤투는 초반부터 잡음을 일으켰다.
벤투는 UAE 대표의 레전드로 불리는 알리 맙쿠트를 제외하기 시작하면서 UAE 내에서 갈등이 시작됐다. 벤투 부임 직후 다시 부름을 받았던 맙쿠트는 메이저 대회인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모두 벤치를 지켰다. 키르기스스탄과의 16강전에서는 아예 명단에서 빠졌다. 16강에서 결국 UAE는 키르기스스탄의 돌풍에 무너져 탈락했다.
이후에도 벤투와 UAE축구협회의 갈등은 이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아랍 매체 '걸프스포츠'에 따르면, 한 소식통이 "UAE 협회가 벤투의 축구 대표팀 지휘 방식에 불만을 품었다. 벤투는 자신의 생각과 고집이 세서 축구협회는 그가 새로운 단계에서 감독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밝혔다.
UAE는 빠르게 결단을 내려 길게는 추가로 두 장의 월드컵 본선행 티켓이 있는 4차 예선도 염두하고 있다. 4차 예선은 3차 예선 각 조 3~4위 6개 팀이 다시 두 조를 이뤄 풀리그를 치르고 각 조 1위 두 팀이 본선에 진출한다.
'더 내셔널'은 "UAE축구협회는 명백하게 팀이 새로운 리더십 하에 뒤늦은 본선 진출 기적을 끌어당길 더 나은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느끼고 있다"라며 "이미 자국 인재풀에 대한 지식이 존재하는 누군가를 찾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라며 UAE 경험이 있는 감독을 찾을 거라고 전망했다.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바로 아르헨티나 전설인 에르난 크레스포다. 크레스포는 2012년 파르마에서 은퇴 후 유스팀에서 감독을 시작하며 지도자 커리어를 밟았다. 이후 모데나(이탈리아) 감독을 잠시 맡았고 파르마 부회장을 2017-2018시즌 역임했다.
이후 밴필드, 데펜사(이상 아르헨티나), 상파울루(브라질)를 거쳐 2022년 3월 알두하일(카타르) 감독을 맡아 중동 무대에 발을 들였다. 1년 뒤인 2023년 11월 알아인 감독으로 부임한 그는 자신의 지도자 커리어에 큰 족적을 남겼다. 2023-2024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아시아 정상에 오른 것이다.
이후 무직 상태인 크레스포에 대해 매체는 "그는 사우디 축구가 아시아를 휩쓸고 있는 상황에서 큰 경기에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분명한 능력을 보여줬다. 다만 그가 겨울에 알아인을 떠난 방식은 아쉽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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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수원삼성에서 '올리'라는 등록명으로 활약한 루마니아 출신 코스민 올라로이우 샤르자 감독도 후보에 올랐다.
매체는 "전투적인 올라로이우는 UAE가 찾는 사람일 수 있다. 그는 결과가 시급한 상황에서 잠재적으로 자신의 이미지에 한 면을 빠르게 형성할 수 있는 카리스마와 개성이 있다"면서 "알아인, 샤밥 알아흘리, 샤르자 등 3개의 UAE 구단에서 우승한 바 있다. 선수 풀에 대한 깊은 지식을 자랑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현재 정승현의 소속팀 알 와슬을 이끄는 밀로스 밀로예비치 감독, 샤밥 알아흘리를 이끌고 있고 대표팀 감독 경력이 많은 파울로 수자 감독, 과거 UAE 대표팀을 맡았던 마흐디 알리 전 감독이 물망에 올랐다.
사진=연합뉴스, UAE축구협회, 샤르자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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