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 홍콩 ‘20·21세기 미술경매’
불황 불루칩 235억 원 바스키아 주목
홍콩 곳곳 대형 미술행사 개최 호재로
박서보·이성자 등 K거장 작품 기대감
미술의 도시 홍콩의 이번 주 금요일(28일) 밤은 '바스키아'로 들썩일 것 같다. 미국 거리예술가 장 미셸 바스키아(1960~1988)의 걸작 'Sabado por la Noche(Saturday Night·토요일 밤)'가 세계 3대 경매사인 크리스티 홍콩에서 주인을 찾는다. 바스키아가 전면에 나선 이번 경매에는 매년 8만 명이 방문하는 아시아 최대의 아트페어인 아트 바젤 홍콩과 일정이 맞물려 미술 애호가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블루칩 작가들의 걸작을 대거 선보이는 이번 경매의 총 추정가는 1,163억 원을 넘는다.
에이다 추이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이브닝 경매 총괄은 27일 홍콩 센트럴에 위치한 '더 헨더슨' 빌딩에서 취재진을 만나 '20세기 및 21세기 미술 이브닝 경매'에 대해 "현재 시장의 흐름을 한번에 나타내주는 컬렉션"이라며 "작품의 가격과 질적인 면에서 현재 컬렉터들의 수요를 방증해주는 작품으로 구성했다"고 소개했다.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본사는 지난해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가 만든 새 랜드마크 빌딩 '더 헨더슨'으로 확장 이전했다. 크리스티 측은 4,645㎡(약 1,405평) 규모 4개 층 가운데 2개 층을 경매장과 전시장으로 쓴다. 이날도 전시장엔 경매에 출품 예정인 작품을 보기 위해 방문한 관람객이 줄을 이었다.
크리스티가 새집으로 이사한 후 선보이는 두 번째 경매에서 단연 주목받는 작품은 바스키아의 1984년작 'Sabado por la Noche'. 추정가는 9,500만~1억2,500만 홍콩달러(178억9,515만 ~235억4,625만 원)로 이번 경매에 출품되는 작품 중 가장 높다. 에이다 경매 총괄은 "바스키아 작품으로 최고가 작품은 아니지만 미술 시장에 대한 크리스티의 정기적인 투자 플랜을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라며 "작가와 작품의 경매 최고가를 깨는 것이 이번 경매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2023년 9월 서울 '키아프리즈' 기간 크리스티가 선보인 전시에 소개돼 한국 컬렉터들에게도 눈도장을 찍었다.
불황 불루칩 235억 원 바스키아 주목
홍콩 곳곳 대형 미술행사 개최 호재로
박서보·이성자 등 K거장 작품 기대감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 출품된 장 미셸 바스키아 'Sabado por la Noche'. 크리스티 제공 |
미술의 도시 홍콩의 이번 주 금요일(28일) 밤은 '바스키아'로 들썩일 것 같다. 미국 거리예술가 장 미셸 바스키아(1960~1988)의 걸작 'Sabado por la Noche(Saturday Night·토요일 밤)'가 세계 3대 경매사인 크리스티 홍콩에서 주인을 찾는다. 바스키아가 전면에 나선 이번 경매에는 매년 8만 명이 방문하는 아시아 최대의 아트페어인 아트 바젤 홍콩과 일정이 맞물려 미술 애호가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블루칩 작가들의 걸작을 대거 선보이는 이번 경매의 총 추정가는 1,163억 원을 넘는다.
'검은 피카소' 바스키아는 누구
1980년대 미국 뉴욕타임스매거진 표지를 장식한 장 미셸 바스키아. 한국일보 자료사진 |
에이다 추이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이브닝 경매 총괄은 27일 홍콩 센트럴에 위치한 '더 헨더슨' 빌딩에서 취재진을 만나 '20세기 및 21세기 미술 이브닝 경매'에 대해 "현재 시장의 흐름을 한번에 나타내주는 컬렉션"이라며 "작품의 가격과 질적인 면에서 현재 컬렉터들의 수요를 방증해주는 작품으로 구성했다"고 소개했다.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본사는 지난해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가 만든 새 랜드마크 빌딩 '더 헨더슨'으로 확장 이전했다. 크리스티 측은 4,645㎡(약 1,405평) 규모 4개 층 가운데 2개 층을 경매장과 전시장으로 쓴다. 이날도 전시장엔 경매에 출품 예정인 작품을 보기 위해 방문한 관람객이 줄을 이었다.
크리스티가 새집으로 이사한 후 선보이는 두 번째 경매에서 단연 주목받는 작품은 바스키아의 1984년작 'Sabado por la Noche'. 추정가는 9,500만~1억2,500만 홍콩달러(178억9,515만 ~235억4,625만 원)로 이번 경매에 출품되는 작품 중 가장 높다. 에이다 경매 총괄은 "바스키아 작품으로 최고가 작품은 아니지만 미술 시장에 대한 크리스티의 정기적인 투자 플랜을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라며 "작가와 작품의 경매 최고가를 깨는 것이 이번 경매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2023년 9월 서울 '키아프리즈' 기간 크리스티가 선보인 전시에 소개돼 한국 컬렉터들에게도 눈도장을 찍었다.
27년의 짧은 생을 마치고 떠난 바스키아는 '검은 피카소'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정식 교육을 받지 않고도 피카소처럼 창의적이고 열정이 넘치는 천재로 주목받았다. 더러는 해독이 된 암호도 있지만 마치 낙서하듯 수수께끼가 가득한 기호와 상징부호를 그렸다. 경매에 나온 '토요일 밤'도 문자와 기호, 인물 형상을 절묘하게 결합해 바스키아의 지적 세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종이에 휘갈겨진 태양계 도형, 피보나치 황금비율, '지식(knowledge)', '진실 (truth)', ‘'탄생 (birth)'이라는 단어, 이중 나선 및 소용돌이 형상 등이 화면 곳곳에 배치됐다.
'토요일 밤'을 제작한 1984년 바스키아는 첫 단독 미술관 전시를 열었다. 이번 작품이 나온 에든버러의 프루트마켓 갤러리에서 시작해 런던의 현대미술관과 로테르담의 보이만스 판뵈닝겐 미술관으로 순회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확고히 했다. 에이다 경매 총괄은 "바스키아 특유의 독창적 시각적 언어와 당시 분위기를 담아낸 걸작"이라며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려는 회사의 성향과 맞아떨어진 작품이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기대가 크다"고 했다.
불황에 몸값 키우는 블루칩 작가들
장 미셸 바스키아의 'Warrior'. 크리스티 제공 |
이번 경매는 불황인 만큼 동시대 작가보다 블루칩 작가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크리스티 측에 따르면 2021년 바스키아의 'Warrior(전사)'가 자그마치 3억2,360만 달러(약 472억 원)에 낙찰돼 아시아 경매에서 서양 미술작품 중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이후 홍콩, 상하이, 서울에서 열린 경매에서도 잇따라 좋은 결과를 거뒀다. 지난 하반기 경매에서도 서양권 블루칩 작가의 최고가 행진의 선두에 바스키아가 있었다. 바스키아의 '블랙'은 6,260만 홍콩달러(약 105억 원)에 낙찰됐고, 제프 쿤스의 '성스러운 하트'(6,087만5,000홍콩달러·약 102억 원),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의 산책로'(5,119만5,000홍콩달러·약 86억 원)가 뒤를 이었다.
크리스티 관계자는 "불황기에 안정성을 추구하는 컬렉터들의 성향에 따라 수요가 집중되는 최고의 작품만 선보이려고 한다"며 "블루칩 작가들을 발굴하면서 시장 반응이 좋은 인상주의 작품을 다수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티 측은 고가 작품이 나오는 20·21세기 미술 이브닝 경매에 미국에서 가장 작품 값이 비싼 작가로 꼽히는 바스키아를 필두로 구사마 야요이, 장언리 등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르네 마그리트의 대표적인 초현실주의 작품 2점,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등 인상주의 작가들을 내세웠다. 이 작품들의 추정가는 낮게 잡아도 61억 홍콩달러(약 1,163억 원)가 넘는다.
경매 일정에 맞춰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 아트바젤 홍콩이 진행되고, 홍콩 엠플러스(M+) 미술관의 파블로 피카소 전시 등 대형 미술 전시가 개막하는 점도 호재다. 크리스티 관계자는 "이 시기에 경매를 진행하게 된 이유"라며 "평소보다 많은 손님들이 방문하고 있고, 각 행사가 서로의 관람객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구사마 야요이 호박. 크리스티 제공 |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 K아트 4점 출격
이배의 1956년작 '불로부터-화이트라인 F4'. 크리스티 제공 |
이성자의 1962년작 '구성'. 크리스티 제공 |
28일 미술 이브닝 경매에는 한국 대표 작가들의 작품도 나온다. 데이 경매와 구별되는 이브닝 경매는 상대적으로 고가의 작품을 취급한다. 한국 추상화 1세대 작가인 이성자의 1962년작 '구성'은 경매 추정가가 9억∼14억 원이다. 이 작품은 2024년 베니스 아르테노바 전시에서 소개됐다. 지난해 9월 경매에서 이성자의 '숨겨진 나무의 기억들'은 17억 원에 판매돼 작가의 최고가 기록을 썼다. 단색화 거장 박서보의 1973년작 '묘법'도 동일하게 추정가 9억~14억 원에 출품된다. 묘법 연작 중 초기 대표작으로 연필과 물감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시간을 축적한 작업으로 한국 추상 미술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한 붓질과 여백으로 동양 회화의 미학을 담아낸 이우환의 1936년작 '동풍'은 추정가 7억~11억 원에, 숲과 오일파스텔의 대비가 특징적인 이배의 1956년작 '불로부터-화이트라인 F4'는 추정가 1억9,000만∼3억8,000만 원이다. 이학준 크리스티 코리아 대표는 "시장 침체에도 한국의 블루칩 작가들은 꾸준히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작품은 많지 않지만 작품가에서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우환의 1936년작 '동풍'. 크리스티 제공 |
박서보의 1973년작 '묘법'. 크리스티 제공 |
르네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 작품. 크리스티 제공 |
홍콩=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