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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1 (월)

“한해 4000만원도 못 벌어요” 경기가 얼마나 안 좋으면…빚에 허덕이는 자영업자 [머니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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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3월 금융안정상황 보고서’

자영업자 취약차주 1년새 3만명 늘어

7명 중 1명꼴로 저소득 또는 저신용

고위험가구 비중 3.2%, 장기 평균 상회

지방 집값 하락에 고위험가구 확대 조짐

자영업자 연체차주가 2022년 하반기 이후 꾸준히 증가하며 지난해 말 43만명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영업자가 많은 구조적인 취약성에 높은 대출금리, 서비스업 경기 부진 등이 더해진 영향이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의 한 점포에 임대 안내문이 부착된 모습 [헤럴드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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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은희·홍태화 기자] 빚을 제때 갚지 못할 우려가 있는 취약 자영업자 차주가 1년 새 3만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대출금리와 경기 부진에 따른 소득 감소 등으로 채무상환능력이 악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소득이나 자산 대비 빚이 많은 금융부채 고위험가구의 비중도 장기 평균을 여전히 웃돌았다. 가계 자산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 가격이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내림세를 보이고 있어 고위험가구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취약 자영업자 연체율 11.16%…3년 새 2.6배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3월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자영업자 차주 311만5000명 가운데 취약차주는 13.7%인 42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다중채무를 보유한 자영업자 7명 중 1명꼴로 저소득 또는 저신용이라는 얘기다.

취약 자영업자 차주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3만1000명 늘었다. 연중 다중채무 자영업자가 1만6000명 줄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영업자의 금융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취약 자영업자 대출 규모도 2023년 말 115조7000억원에서 2024년 말 125조4000억원으로 9조6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이들의 대출 연체율은 작년 말 11.16%로 1년 전(8.90%)보다 2.26%포인트 상승했다. 2021년과 비교하면 2.6배 뛴 수치다. 전체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도 3년 새 1.15%포인트 오르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전 장기평균 수준에 근접한 1.67%를 기록했으나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 악화가 훨씬 두드러졌다.

자영업자 연체율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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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자영업자 평균으로는 코로나19 이후 소득이나 대출에 큰 변동이 없었으나 연체 자영업 차주의 경우 소득이 감소한 가운데 대출이 증가하면서 채무부담이 급격히 늘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실제 자영업자의 평균 연간소득은 지난해 말 4157만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4242만원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지만 2022년 말(4131만원)부터는 소폭 증가하는 추세다. 대출 규모도 2020년 말 3억3699만원에서 2024년 말 3억4169만원으로 500만원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연체 자영업자는 평균 소득이 2020년 말 3983만원에서 2024년 말 3736만원으로 200만원 이상 줄었는데 평균 대출은 같은 기간 2억500만원에서 2억2900만원으로 2400만원 넘게 늘었다.

한은은 높은 자영업자 비중 등의 구조적 취약성에 서비스업 경기 부진이 더해지면서 자영업자의 소득 회복이 지연돼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대출 연체율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황건일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금융여건 완화에 따라 차주의 원리금 상환부담은 점차 줄어들겠지만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 취약 부문의 부실이 늘어나면서 일부 지방·비은행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 집값 하락 따른 고위험가구 심각성 우려”
우리나라의 고위험가구는 작년 기준 38만6000가구로 전체 금융부채 보유가구의 3.2%를 차지했다. 2023년(3.5%)과 비교하면 줄었으나 2022년(2.6%)은 물론 2017~2024년 장기평균(3.1%)과 비교해선 여전히 높다.

고위험가구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넘고 부채자산비율(DTA)이 100%를 넘는 가구를 말한다.

소득과 자산 중 어느 한 지표에서라도 상환능력이 부족한 가구의 비중은 26.5%에 달했다. 4가구 중 1가구는 가계 채무상환능력에 비해 부채가 과도하다는 의미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지방 부동산 부진이 지속될 경우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이나 건설사, 고위험 가구 등의 부실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리스크 요인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취약 부분의 건전성 강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DSR이 40%를 초과해 소득 측면에서 상환능력이 낮고 DTA가 100%에 근접한 가구가 전체의 0.7%를 차지했다. 향후 지방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떨어질 때 고위험가구로 편입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한은은 봤다. 지방의 경제성장이 수도권에 비해 부진한 가운데 최근 지방 주택가격 하락세 등을 감안할 때 지방 고위험가구의 채무상환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한은의 지적이다.

서울 등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매매가격 상승세가 나타나는 반면 비수도권에서는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방의 집값 하락이 금융부채 고위험가구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상가 내 공인중개사무소에 3월 기준 아파트 거래가격 현황 자료가 부착돼 있다 [헤럴드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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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부동산 시장에서는 비수도권 주택매매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 최근 주택가격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는 움직임과 상반된 모습이다. 지역별로 보면 2월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매매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3.62%, 1.67% 상승한 반면 비수도권은 1.04% 하락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지방 집값 하락에 따른 고위험가구 심각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후 미분양이 지방에서 쌓이고 있는 점도 고위험가구를 늘리는 요인이다. 수도권의 준공후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매달 4000가구를 유지했지만 비수도권의 경우 같은 기간 1만4000가구, 1만5000가구, 1만7000가구, 1만8000가구로 증가했다.

국내 부동산 관련 대출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은 지난해 말 기준 2681조6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중 절반가량인 1309조5000억원이 가계 부동산 대출이었다. 상업용부동산 등 비주택 담보대출이 시장여건 악화로 감소했으나 주택담보대출은 전년 말보다 증가했다. 가계 부동산 대출 중 정책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말 17.0%에서 2024년 말 23.7%로 상승하는 추세다.

한은은 “서울 등 수도권에 비해 미분양이 늘어나고 건설경기가 부진한 지역의 경우 고위험가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지방 고위험가구를 중심으로 부실위험이 확대되지 않도록 관련 동향과 정부 대응방안 효과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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