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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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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안동 하회마을 위협… 청송·영양 등 최소 6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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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국가위기경보 ‘심각’ 발령

25일 경북 안동시 남선면 인근 야산으로 불이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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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25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안동 하회마을 근처까지 확산했다. 동쪽으로는 청송과 영양, 영덕까지 덮쳤다. 안동시는 이날 저녁 안동 전 지역에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 재난 문자를 보냈다.

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


이날 밤 12시 현재 사망자만 6명이 나왔다. 청송 1명, 안동 1명, 영양 4명 등이다. 이로써 지난 21일 이후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산불로 숨진 사람은 총 10명으로 늘어났다. 앞서 지난 22일 경남 산청에선 진화 대원 4명이 불길에 고립돼 숨졌다. 산불이 확산하면서 사상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이날 오후 갑자기 남풍이 불면서 비상이 걸렸다. 청송 쪽으로 동진(東進)하던 불길이 15만명이 살고 있는 안동을 향했기 때문이다. 당시 초속 25m 안팎의 강풍이 불었다. 소방 당국은 소방차를 동원해 하회마을 초가 지붕과 담벼락에 물을 뿌렸다.

그래픽=백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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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 산불의 피해 면적은 1만5185ha로 늘어났다. 축구장 2만1000여 개와 맞먹는 규모다. 역대 산불 중 둘째로 크다.

불이 번지며 국립경국대 안동캠퍼스에 있던 학생 1000여 명이 대피했다.

법무부는 경북북부교도소(옛 청송교도소)와 안동교도소에 있는 재소자 3500여 명을 다른 교도소로 이감했다.

재소자 대이동 - 25일 오후 경북 청송군 경북북부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을 태운 법무부 버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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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 지역을 통과하는 중앙선 철도는 열차 운행을 중단했다. 서산영덕 고속도로 의성 구간은 차량 통행이 제한됐다.

◇청송·안동교도소 3500명 이송… 동해안 포항도 대피령

이날 불이 인근 지역으로 번지면서 영양·영덕군과 포항시에도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산림청은 이날 전국에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를 발령했다.

경북 안동시 임하면에서는 이날 오후 6시 54분쯤 70대 여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마을에 사는 가족이 A씨를 대피시키기 위해 집을 찾았다가 마당에서 쓰러져 있는 그를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산불 연기 흡입으로 인한 질식사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안동 지역 전역에 대피명령이 발령된 건 처음이다. 이날 안동 시내에는 대피 차량이 몰리며 교통 체증을 빚기도 했다. 안동 주민 권모씨는 “멀리서 불길이 보이고 연기가 자욱해 전쟁통 같았다”고 했다. 시내 학원은 일찍 문을 닫았다.

청송군에서 60대 여성이 불에 탄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쯤 청송군 청송읍의 한 거리에서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시신은 불에 탄 상태였다. 근처에서 A씨의 차량이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대피하던 중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청송군은 파천면, 진보면, 안덕면 지역 주민 90여 명을 대피시켰다. 청송읍 지역은 전기가 끊겨 정전 상태가 됐다.

인근 주왕산 국립공원의 사찰 대전사 승려들에게도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이 밖에 영양군과 영덕군, 포항시 등 경북 곳곳에서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이 지역 교도소에서 수감 중인 재소자들도 다른 곳으로 이감됐다. 청송 경북북부교도소는 흉악범 전담 시설로, 과거 조직 폭력배 김태촌과 탈옥수 신창원, 성폭행범 조두순 등이 수감됐었다. 현재 신당역 살인사건 범인 전주환 등이 수감돼 있다.

영양군은 “석보면 지경리에서 석보면 원리리로 산불이 확산 중”이라며 “석보면 지경리, 원리리 인근 주민은 즉시 영양읍 영양군민회관으로 대피하기 바란다”고 했다. 영덕군도 대피명령을 발령하고 “산불이 확산한다”며 “모든 영덕군민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영양에서는 4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바닷가인 포항까지도 대피령이 내려졌다. 포항시는 남구, 북구 주민들에게 “의성 산불로 인해 포항 북구 죽장면, 기북면, 송라면 등이 직간접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시민들께서는 대피와 피해 예방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포항시는 또 산불로 7번 국도 영덕 방향 일부 구간을 통제한다고 안내했다.

이날 오전 의성에는 산불을 끄던 40대 소방관 B씨가 구토 증상 등을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다. B씨는 경북소방본부 상주소방서 소속으로 경력 17년 베테랑 대원이라고 한다. 산림 당국 관계자는 “산불이 장기화하며 대원들도 지쳐가고 있다”고 말했다.

의성과 안동 지역을 지나는 철길과 고속도로는 막혔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날 오후 10시부터 서산영덕 고속도로 동상주IC에서 영덕IC 구간(105.5㎞)과 중앙고속도로 의성IC에서 풍기IC 구간(73.3㎞) 양방향을 통제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중앙선 영주~경주 구간 약 139㎞의 열차 운행을 중단했다. 코레일은 26일 동해선 일부 구간의 열차 운행도 중단하기로 했다.

이날 오전 11시54분쯤 울산 울주군 언양읍에서는 산불이 1700여 가구 아파트와 언양성당 근처까지 번지기도 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직접 소화전을 열고 물을 뿌리며 산불을 막았다.

한편, 산불 피해 주민들을 돕는 성금이 이어졌다. HD현대는 이날 성금 10억원과 구호 물자를 기부한다고 밝혔다. 계열사인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를 통해 굴착기 등 중장비와 전문 인력도 지원한다. 두나무도 이날 성금 10억원을 대한적십자사에 전달했다. 성금은 순직 소방관·공무원 위로금과 유가족 심리 지원, 이재민 생계·의료·주거 지원에 쓰이게 된다.

신세계그룹은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5억원을 냈다. 계열사인 이마트·이마트24는 지자체와 구호협회를 통해 생필품, 위생용품, 의류 등을 지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인 후원금으로 마련한 5억원을 성금으로 냈다. 이 중 2억원은 이재민 침구류와 생필품 마련에 쓰고, 이재민이 일상으로 복귀하는 시점에 3억원 상당의 가전·가구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 밖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토요타자동차가 각각 성금으로 1억원을 기부했다. 오뚜기는 산불 피해 지역에 컵라면과 컵밥 등 구호 식품 1만여 개, 농심은 라면·생수 등 푸드팩 3000세트를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도 구호 물품으로 멸균우유 2만3400개를 제공했다.

[의성=노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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