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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한심해"…트럼프 행정부 단톡방 '유럽 험담'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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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스 부통령 “유럽 또 구제 싫다” 발언

국방장관 “유럽 한심해” 직설 표현

유출된 단톡방에 유럽 각국 ‘격앙’

왼쪽부터 왈츠 보좌관, 밴스 부통령, 헤그세스 국방장관 (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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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부 수뇌부가 단톡방에서 유럽 동맹국들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사실이 실수로 외부에 유출되면서 유럽 각국에서 충격과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유출된 대화 내용에 따르면, J.D. 밴스 부통령은 예멘 반군 후티에 대한 군사 작전을 논의하면서 “우리가 실수하고 있다. 수에즈를 통한 미국의 무역량은 전체의 3%에 불과하지만, 유럽은 40%에 이른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은 후티의 위협으로 더 큰 타격을 입는 쪽은 유럽인데, 공격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는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밴스 부통령은 이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우리가 진짜 가야 한다고 생각되면 가자. 다만 나는 또 유럽을 구제하는 것이 싫을 뿐”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대해 헤그세스 장관은 “부통령님, 유럽의 무임승차에 대한 당신의 혐오에 공감한다. 한심하다(pathetic)”고 답하며, 미국 외에 이 작전을 감당할 국가는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대화에서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은 유럽 해군의 작전 한계를 지적하며, 미국이 작전에 투입한 비용을 국방부·국무부와 함께 산정해 유럽에 부담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오늘(25일) 해당 대화가 트럼프 행정부 내 유럽 혐오의 뿌리 깊은 인식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유럽 동맹국들을 ‘업신여긴다’는 점이 대화 곳곳에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특히 유럽의 해상 안전 기여와 이란 견제 등 미국이 얻는 전략적 이점은 외면한 채 유럽의 ‘무임승차’만을 부각한 태도를 문제 삼았다.

가디언은 “후티 공습은 해상 무역 보호와 이란에 대한 견제에 대한 미 행정부의 정책과 훨씬 관련됐는데 밴스 부통령은 미국의 군사력에 대한 유럽의 무임승차론 측면을 밀어붙이기로 한 듯하다”고 꼬집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대화 참여자들은 영국이 예멘 상공에 미국 전투기를 띄우도록 공중급유기를 보내고 있다는 점, 영국과 프랑스, 다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이 홍해에 군함을 보내 상선을 호위하고 후티 드론과 미사일을 격추한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 고위 외교관들은 FT에 밴스 부통령이 그동안 유럽을 향한 큰 적대감을 보였지만 유럽을 미국이 지원하는 일을 얼마나 혐오하는지 보게 된 것은 여전히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한 EU 외교관은 “(공습의 이점에 대한) 생각이 얼마나 왜곡됐는지 놀랍다”고 말했고, 또 다른 외교관은 “제정신이 아니다. 놀랍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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