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츠 보좌관, 3월15일 후티 세력 공격 앞두고
정부 보안체계 아닌 일반 메시지 앱에 채팅방 설치
국방ㆍ국무ㆍ재무 장관ㆍ국가정보국장 등 ‘프린시펄’ 모임...실수로 기자 초대
트럼프 지시와 달리, 각기 다른 의견 드러낸 논의 과정 공개돼
바로 국방ㆍ국무ㆍ재무장관, 백악관 비서실장, 국가안보보좌관, 부통령 등 미 국가안보의 핵심 책임자들인 이른바 프린시펄(Principal)들이 민간 메신저 앱에서 ‘후티 공격’ 채팅방을 만들어서 구체적인 공격 논의를 했고, 이 채팅방에 잡지 편집인 골드버그가 실수로 초대됐기 때문이었다.
모두 18명의 프린시펄들이 참석한 이 채팅방 소모임에서 골드버그는 계속 침묵한 채 논의를 지켜봤지만, 아무도 기자인 그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했다.
이 대화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부통령을 비롯한 프린시펄들이 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어떤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지, 이 후티 공격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소상하게 보여줬다.
또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기자가 포함된 이 채팅방에서 공격 무기 패키지와 타이밍, 세부적인 공격 내용, 동원 부대와 주요 인물들의 임무 등 작전계획을 모두 공개했다.
기자가 실수로 초대된 줄도 모르고, 3월15일의 예멘 후티 세력에 대한 공격을 일반 메신저 앱의 채팅방에서 논의했던 미국 안보의 최고 책임자들. 왼쪽부터 J D 밴스 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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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시펄들이 민간 앱 채팅방에서 공격 계획을 논의한 사실이 24일 이 잡지 보도로 드러나자,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언론 매체와 민주당은 “중대한 보안 위반”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우려를 표명하는 정도에서 그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 잡지는 망해가는 잡지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PC 소그룹으로의 초대
혹시 마이클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골드버그는 왈츠를 한번 만난 적은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비판적인 매체의 편집인을 채팅에 초청한다는 것이 의아했다. 누군가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려는 속임수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진짜 왈츠 보좌관이라면 그와 외교ㆍ안보 정책을 놓고 수준 높은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다.
◇시그널 채팅방의 주역들
그리고 3월13일 오후4시28분, 그는 시그널에서 ‘후티 PC(Principals Committee) 소모임’ 채팅방에 포함됐다는 알림을 받았다. 마이클 왈츠는 “팀 전체에게, 후티 관련 향후 72시간 협조를 위한 PC 그룹을 구축했으니, 주말까지 각 부처에서 최고 담당자를 알려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이건 ‘현실’일 수가 없었다. ‘진짜로 미국 최고 안보책임자들이 일반 메신저 앱으로 전쟁 계획을 논의한다고?’ ‘또 그런 논의에 내가 실수로 초대될 수 있을 만큼, 이들의 보안 의식이 허술하다고?’ 골드버그에게 의혹은 꼬리를 물었다.
◇밴스 “대통령은 자신의 유럽 메시지가 불일치하는 것 모른다”
다음날인 14일 오전8시5분, ‘마이클 왈츠’는 “오늘 아침 ‘하이 사이드(high side) 박스’에 대통령의 지침과 관련한 결론과 수행 임무를 받았을 것”이라고 메시지를 띄웠다. ‘하이 사이드 박스’는 미 정부의 기밀 정보ㆍ통신시스템을 말한다. 이어 프린시펄들 간에 솔직하고 흥미로운 논의가 전개됐다.
그는 또 “대통령은 이 공격이 자신이 유럽에 보내는 메시지와 얼마나 불일치하는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공격하면, 유가는 뛸 것이다…이 공격을 한달쯤 늦추고 이 문제에 대한 메시지 전달 방안을 좀 더 연구하고, 경제 상황도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 국가정보국 산하의 국가대테러센터장으로 지명된 조 켄트가 곧 “이 시간표대로 진행할 만큼 시간에 쫓기는 사안은 현재 없다”며 밴스 의견에 동조했다.
◇헤그세스 국방 “후티가 누군지 아무도 몰라”
헤그세스는 “이 공격이 미국 경제,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이나 가자(Gaza)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기 매우 어렵다. 후티가 어떤 세력인지 아무도 모른다”며 “그래서 우리는 ①바이든이 실패한 정책이고 ②이란이 후티에 자금을 대고 있다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썼다.
헤그세스는 계획대로 공격 하자고 했다. 그는 “공격을 미뤘다가는 ①이 공격 계획이 누출돼 우리가 우유부단하게 보일 수 있고 ②이스라엘이 먼저 행동을 취하고 가자 평화안도 수포로 돌아가, 우리가 이 사안[가자 평화안]을 우리 주도로 시작할 기회를 잃을 수 있다”고 썼다.
그는 “이번 공격은 후티 반군에 대한 것이 아니다. ①항행의 자유 회복. 이는 핵심적인 국가이익이다 ②바이든이 무너뜨린 억지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우리가 공격을 보류할 수도 있다. 그 경우 나는 100% 작전 보안(OPSEC)을 유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몇 분 뒤 왈츠가 세계 무역에 대한 통계 수치와 유럽 해군의 제한된 역량을 보여주는 긴 메모를 게재했다. “지금이든 수 주 뒤든, 이 항로를 다시 여는 것은 미국의 몫이 될 것이다.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이 작전의) 부담과 비용을 어떻게 유럽에 부과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이 다시 해그세스 국방장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만약 당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대로 갑시다. 나는 또 다시 유럽을 구제(bail out)하는 것이 정말 싫소.”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 동맹국들이 미 해군의 국제 항로 보호로부터 경제적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시그널 앱 채팅방에서, 밴스 부통령은 미국 안보에 무임승차하는 유럽을 다시 구제하는 게 싫다고 고 썼다./시그널. 애틀랜틱 몬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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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뒤, 헤그세스가 답했다. “나도 부통령의 무임승차(free-loading) 혐오에 완전히 공감합니다. 정말 한심합니다(pathetic). 그러나 마이크 말이 맞아요. 지구 상에서 이 일을 할 수 있는 나라는 우리뿐입니다.” 헤그세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항로 개방을 지시한 지금이 공격의 최적 시기라고 덧붙였다.
유럽을 돕는 게 싫다는 밴스의 의견에 맞장구를 치면서도, 지금이 공격의 최적기라고 주장하는 헤그세스와 스티븐 밀러의 주장/시그널. 애틀랜틱 몬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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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S M(스티븐 밀러 백악관 비서실 차장)이 침묵을 깨고 대화에 합류했다. “내가 들은 바로는, 대통령의 입장은 명확했습니다. ‘그린라이트’(허가)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곧 이집트와 유럽에 우리가 기대하는 바를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미국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 항행의 자유를 회복했는데, 유럽이 보상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지…우리는 반드시 경제적 이익을 얻어내야 합니다.”
S M의 메시지는 공격 시기에 대한 논의에 종지부 찍었다. 피트 헤그세스가 이날 오전 9시46분 마지막 문자를 보냈다. “동의(Agree).”
그러나 이때까지도 골드버그 편집인은 이 대화가 고도의 사실성을 모방한, 인공지능을 동원한 속임수 대화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아무도 자신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한다는 것도 믿기지 않았다.
◇다음날 헤그세스 국방, 상세한 공격 계획 공개
이튿날인 3월15일 오전11시 44분, 피트 헤그세스가 시그널 채팅방에 미 중부사령부의 작전과 관련된 “팀 업데이트”라는 글을 올렸다. 골드버그 편집인은 이 내용은 미국의 적(敵)이 보면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고 판단해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대화가 얼마나 충격적이고 무모한 수준이었는지 알리기 위해, 골드버그는 헤그세스가 올린 정보에는 ▲예멘에 곧 벌어질 공습 작전의 세부 정보 ▲타격 목표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미국이 투입할 무기 체계에 대한 상세 내용 ▲공격 순서(attack sequencing)에 대한 작전 계획 등이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 메시지에 유일하게 밴스가 답장을 남겼다. “승리를 위해 기도하겠다.” 이어 다른 두 명이 ‘기도하는 손’ 이모지(emoji)를 추가했다
◇골드버그, 수퍼마켓 주차장서 ‘폭격’ 뉴스 확인
헤그세스가 보낸 장문의 전쟁계획에 따르면, 미 동부표준시 이날 오후 1시 45분에 첫 폭발이 일어나야 한다.
‘이 시그널 앱의 채팅 내용이 진짜라면, 곧 후티 목표물들이 폭격당하겠지’ 골드버그는 수퍼마켓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뉴스를 검색했다. 오후 1시 55분, 소셜미디어 X에서 예멘을 검색하자, “수도 사나(Sanaa) 전역에서의 폭발음 소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오후 1시48분, 왈츠가 시그널 채팅방에 작전 업데이트를 올려놓았다. 골드버그는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왈츠는 “놀라운 성과(Amazing job)”이라고 썼다. 이어 존 랫클리프 CIA(중앙정보국) 국장이 “좋은 시작(A good start)”라고 썼다. 월츠는 주먹과 미국 국기, 화염을 의미하는 3개의 이모지를 추가했다.
후티에 대한 공격이 성공적으로 시작하자, 프린시펄들이 서로 축하하며 보낸 이모지들./시그널. 애틀랜틱 몬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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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오 국무장관,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 등 채팅방의 다른 참가자들도 피트 헤그세스를 응원하는 찬사와 이모지를 연달아 올렸다.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은 이 채팅방에서 논의한 대로, TV에 나와 이번 공습의 의미를 말했다.
공습 작전이 끝나고, 이제 시그널 채팅방 참석자들은 ‘전투 피해 평가’를 했다. 특정 인물들이 살해됐을 가능성도 논의했다.
◇채팅방 탈퇴했지만, 아무도 묻지 않아
골드버그 편집인은 이제 이 시그널 채팅방이 ‘진짜’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 방에서 나가기로 결심했다. 시그널 앱에서 사용자가 채팅방에서 나가면 방을 만든 운영자(마이크 왈츠)에게 자동으로 알림이 간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나간 뒤에도, 골드버그는 그 방의 누구로부터도 “왜 나갔느냐” “너는 도대체 누구냐”는 질문을 받지 않았다.
골드버그는 이 방의 핵심 참가자에게 거꾸로 이메일을 보냈다. ①‘후티 PC 소모임’은 실제 존재하는 시그널 채팅방인가 ②내가 이 방에 있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나 ③혹시 일부러 나를 포함시켰나 ④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이렇게 시그널 앱을 통해 민감한 사안을 종종 논의하는가 등등.
두 시간 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인 브라이언 휴즈가 답변했다. “이것은 실제 메시지 체인(message chain)으로 보이며, 현재 우리는 실수로 한 명의 번호가 추가된 경위를 조사 중입니다.” 그러면서 “이 채팅방은 고위 관리들 간의 사려 깊은 정책 조율을 보여주는 사례…작전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논의는 군(軍)이나 국가안보에 위협을 초래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밴스 부통령도 대변인을 통해 답변했다. 대변인은 시그널 채팅방에서 부통령이 쓴 문자들이 만든 ‘인상(impression)’과 달리, 부통령은 대통령과 완전히 의견을 같이 한다며 “부통령의 최우선 과제는 언제나 대통령이 보좌진으로부터 충분한 브리핑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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