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일제 만행의 상징, 보전 후 교육의 현장돼야"
남원시 "역사적 치욕보다 역사의 치유, 양립된 현장의 역사 함께 선양해야"
[남원=뉴시스] '남원읍성 북문 및 읍성터 복원정비사업'에 방해가 되고 있어 남원시가 철거를 계획하고 있는 폐역사 '남원역사'.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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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뉴시스] 김종효 기자 = 전북 남원시가 추진 중인 '남원 역사(驛舍)' 철거, '만인공원' 조성사업을 두고 일부 단체가 군부독재시절 지어진 남원역사와 일제가 깔아놓은 철길을 보전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어 논란이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동학농민혁명 등에 의해 파괴돼 현재 북문만 남은 '남원읍성'의 북문 복원을 놓고 사업추진에 방해가 되는 남원역사의 철거와 보전의 가치적 관점이 다른 데에서 빚어진 논란이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논란의 배후란 지적도 있다.
남원시는 오는 2027년까지 총 228억원(국·도비 188억여원)을 투입해 만인의총과 남원읍성, 광한루원을 이어 남원의 역사·문화적 상징축을 구축하는 '남원읍성 북문 및 읍성터 복원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상징축 구축과 함께 이 사업은 여러가지 큰 의미를 갖고 있다. 먼저 정유재란 당시 남원성전투 최후 격전지 북문 앞에서의 수많은 희생자들을 기억하자는 의미가 있다. 또 일제가 이 같은 역사성을 짓밟아 민족정기를 훼손하고 남원시민들의 자구적 발전을 저해하고자 했던 시도를 바로잡자는 의미다.
[남원=뉴시스] 현재의 옛 남원역사.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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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통일신라 때 축성된 남원성과 그에 맞춰 형성된 정방향의 도로체계에 대각선 형태로 철길을 놓아 도로의 맥을 끊고 북문 앞에 남원역 건물을 지음으로써 주민들의 시선이 북문의 과거 역사를 외면한 채 남원역을 향하도록 했다는 것이 정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체의 주장은 남원시의 관점과 괘가 다르다. 옛 남원역과 철길이 일제강점기 '만인정신' 말살의 현장이므로 일제의 만행을 기억하고 치욕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교육의 현장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남원시 역시 읍성벽 바깥 공간에 옛 남원역사의 모형을 만들어 전시하고 철길 플랫폼 2~3경간을 옮겨 놓는 '기억의 공간'을 조성하겠다고 하지만 날 선 대립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남원=뉴시스] 통일신라시대 축성된 정방향 남원성에 따라 정방향으로 형성된 남원 도심, 이어 일제강점기 민족종기를 훼손하고자 정방향이 아닌 대각선 형태로 철길이 놓이고 역사(驛舍)가 건립된 위치도.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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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역사는 한옥 형태를 띠고 있지만 1981년 전주역, 1985년 정읍역, 1986년 남원역 등 1970년대 전후 군부독재시절 사실상 획일적 디자인으로 유행했던 건축물이란 점도 부정적 이미지를 더하고 있다.
남원역사의 1세대 건물은 1931년 전라선 연결과 동시에 건축됐고 한국전쟁 때 소실돼 1956년 2세대 역사가 재건됐으며 시설이 낡아 1986년 현재 남은 3세대 역사가 지어졌다. 다시 말해 역사가 존재했던 부지의 위치만이 그 기억을 대변하고 있을 뿐 이 건물 자체가 시민단체의 주장처럼 일제의 만행을 기억할 수단이 되기에는 가치가 현저히 떨어진 상태다.
[남원=뉴시스] 남원시가 '남원읍성 북문 및 읍성터 복원정비사업'을 통해 조성하려는 만인 공원 조감도.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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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단체 관계자는 "남원역사야말로 일제의 만행을 가장 장 나타낼 수 있는 상징물"이라며 "남원역 건물이 그대로 그 역사의 부지에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과거와 현재까지도 남원은 일본과의 악연을 단 한번도 떨쳐낸 적이 없다"며 "잔악한 일본의 침략행위를 상징하는 남원역사마저 철거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일본의 만행을 지원주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와서 일본이 얼마나 나쁜 민족인지 남원역사를 보고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시 관계자는 "일본의 만행을 지우자는 것이 아니라 문화재적 발굴가치가 높고 이를 통해 일제 이전의 역사를 바로잡고 세우는 과정으로 만인의총 정신을 함께 선양하자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또 "겹쳐 진 역사를 양립해 보존함으로써 역사를 역사로서 기억하는 데 진일보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jh66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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