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임금근로자서 자영업 전환' 고령자 절반, 최저임금도 못 번다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고령자의 자영업 이동과 저임금 노동’ 보고서

일하던 분야서 업종 바꿔 창업 시 소득에 불리

임금 근로자로 일하다가 자영업으로 전환한 50세 이상 절반가량은 최저임금 이하의 소득을 벌고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고령자가 조기 퇴직 뒤 자영업으로 내몰리지 않게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발간한 ‘고령자의 자영업 이동과 저임금 노동’ 보고서는 2006∼2021년 중 1년 이상 임금 근로자였던 사람 중 2022년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 269명의 사업 분야, 소득 등을 분석했다. 23일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83.4%)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 즉 나 홀로 사장님이었다. 지난 통계청 조사 기준 전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비율(76.5%)보다 더 높은 비중이다. 연령대는 50대가 51.6%, 60세 이상이 48.4%를 차지했다.

서울 신촌 부근 상업지역 모습.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들의 48.8%는 2022년의 월 최저임금(199만4440원)에 못 미치는 소득을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소득이 임금 근로자로 일했을 당시 경험과 유관하다는 점이다. 경험이 있는 분야에서 일한 뒤 동일 산업으로 창업했을 때 소득이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경험이 무관한 분야로 창업했을 때 고령자의 순소득은 144만3000원으로 가장 낮았다. 동일 산업 경력이 1∼3년일 때는 170만5000원이었고, 분석 기간 내내 동일 산업에서 일한 자영업자의 순소득은 421만500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월평균 정규직 임금(379만6000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지은정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동일 산업 내에서 축적한 숙련이 빛을 발하는 건 분석 기간 내내 동일 산업에서 일한 경우뿐”이라며 “새로운 분야에서 창업하면 사업소득은 낮고 월 최저임금 미만 비율은 높다”고 했다.

고용원 유무로 보면 나 홀로 자영업자의 월 사업 순소득은 227만6000원으로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소득(541만9000원)의 절반 이하였다. 사업소득이 낮아 종사자를 고용할 수 없고, 혼자 사업하다 보니 영업이익을 내기 어려워 고정지출비를 뺀 순소득이 낮은 것으로 풀이된다.

고령화에 자영업자 역시 빠르게 고령화되고, 나 홀로 사장님 비율도 늘어나는 추세다. 2007년 자영업자 중 50세 이상 비중은 46.0%였는데 지난해에는 64.6%로 뛰었다. 나 홀로 사장님 중 5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1.1%에서 67.4%로 높아졌다.

서울시내의 한 전통시장 내 상점에 임대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 위원은 고령자들이 생계형 창업으로 내몰리지 않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자영업이 임금 근로를 대신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인 경우는 소수고, 임금 근로 경력이 자영업의 경제적 성과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소수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일하던 분야에서 업종을 바꿔 창업할 시 경제적 성과가 낮다는 점도 정책 지원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지 위원은 “근본 대책은 고령자가 조기 퇴직 뒤 재취업하지 못해 자영업자로 내몰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최근 고령자 계속고용에 대한 사회적, 정책적 관심이 높지만, 자영업자는 계속고용이 정년연장으로 제도화되든 재고용으로 제도화되든 혜택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로자들이 주된 일자리에서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계속고용 정책의 실효성도 낮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