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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3 (일)

"중국에 역전" 급한 천조국…"한국, 도와줘" 트럼프 SOS 이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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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K조선의 고객 'US NAVY' (下)

[편집자주] 세계 최강 미 해군이 K-조선의 '고객'으로 급부상한다. 중국과의 해군력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 미국이 대한민국 조선소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이다. 노후 함정에 대한 MRO(유지·보수·정비)가 시발점이다. 미국의 아킬레스건은 곧 미래 먹거리와 대미 협상 카드가 된다.



'세계 최강' 美 해군함, K-조선이 만든다면?…'조 단위' 매출 예약


머니투데이

및미국 해군 함정 보유 목표 필요 예산/그래픽=윤선정


대한민국이 세계 최강 미 해군의 군함을 직접 제작하는 날이 올 수 있을까.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으로 기술적 측면에서 신뢰를 얻고, 미국 현지 일부 법 개정까지 이뤄진다면 불가능한 꿈이 아니라는 게 국내 조선업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20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지난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에서 미 해군 군함을 건조하기 위한 FCL(시설보안인증) 취득 절차를 밟고 있다. FCL은 미 국방부 사업 참여를 위한 필수 자격이다. 미국에 조선소가 있어도 이 인증을 받지 못하면 미 해군 군함을 건조할 수 없다. 필요한 서류도 많고 절차도 복잡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인증 획득 소요 시간은 1년 이상으로 알고 있다"며 "빠른 인증 획득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미 공화당 마이크 리 의원 등이 발의한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과 '해안경비대 준비태세 보장법'에 K-조선이 주목하는 이유다. 이 법안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나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에서도 미 군함 건조를 가능케 하는 내용을 담았다. 미 해군 함정을 미국 내에서만 만들어야 하는 현행 제도가 K-조선에 보다 친화적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다. 국내 조선 업계는 특수선 제작 자격이 있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국내 조선소에서 미 군함을 만들 수 있게 된다면, FCL 취득이 따로 필요 없을 것으로도 보고 있다.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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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이 통과될 경우 약 1조750억달러(약 1533조원) 규모의 시장이 열린다. 미국이 2054년까지 함정 확보에 쓸 것으로 추산되는 예산이다. 미 해군은 2054년까지 함정 390척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항공모함·잠수함을 제외한 소형 수상함·지원함 위주로 수주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미국 시장 진출에 따라 한화오션 4조7000억원, HD현대중공업 4조30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발의된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에도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법안엔 △'전략상선단' 운영을 위해 10년 내 미국 선적 상선을 250척 늘리고 △미국산 상선을 구하기 어려우면 외국에서 건조한 상선도 한시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략상선단은 평시엔 상선 역할을 하다가,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동원되는 개념이다. 미국의 동맹국 중 상선 건조에 있어 가장 앞선 기술을 가진 한국 조선사들이 수혜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현지 건조'를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본다. 한화오션에 이어 HD현대중공업도 미국 현지 조선소 투자를 검토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미 해군 시장은 베팅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법안이 통과되면) 미 해군의 함정 신조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열리게 되는 것"이라며 "한국 조선소 전체의 연간 상선 신조 시장 규모(364억 달러)에 준하는 시장이 특수선 분야에서 생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쇠락하는 美 해군, K-조선에 SOS…트럼프도 무시 못한다


미-중 해군 보유 함정1/그래픽=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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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승리를 확정한 뒤 하루 만에 한미간 정상통화를 했다. 약 12분간의 통화에서 그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하면서도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남겼다. "미국의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선인이 되자마자 '조선 협력' 운을 띄운 그는, 이후 틈만 나면 K-조선에 러브콜을 보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나서는 이유는 미 해군과 조선업의 상황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이 규모 면에서 중국 해군에 역전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중국은 234척 함정을 보유해 미국(219척)을 앞질렀다. 이 격차는 2030년이면 200대 이상으로 벌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중국과 패권 다툼을 하는 미국 입장에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문제는 미국 조선업이 2000년대 이후 쇠락의 길을 걸었다는 점이다. 과거 400여개에 달했던 미국 내 조선소는 현재 21개로 줄어들었다. 미국은 1970년대 연간 15~25척의 선박을 건조했으나 1980년대 이후부터는 이 수치가 '연간 5척 이하'로 급감했다. 미국은 향후 30년간 약 1500조원을 쏟아부어 해군 전력을 보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동맹국의 도움 없이는 계획을 추진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실제 미국은 RSF(지역 유지보수 프레임워크) 정책을 가동, 한국 등 동맹국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RSF는 동맹국 역량을 활용해 인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MRO(유지·보수·정비)를 수행하는 전략이다. 미국 본토 중심의 정비 방식에서 벗어나 동맹국의 산업 기반을 적극 활용해 정비 효율성을 높이고 전투준비태세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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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미 해군의 최대 파트너가 될 게 유력하다. 국내 조선사들은 명실상부 미국의 동맹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앞선 기술력을 갖춘 곳들이다. 미 해군은 노후 함정을 수리하는 MRO를 시작으로 국내 조선사들과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이미 두 건의 미 해군 MRO 사업을 따냈고, HD현대중공업 역시 연내에 수주가 유력하다. 미국 내 법 개정까지 이뤄진다면 K-조선이 미 해군 함정 제작에 직접 나설 수도 있다.

미 해군 사업은 국가적으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한국이 내놓을 수 있는 최적의 카드로 K-조선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미국을 찾아 관세 적용 제외를 요청하면서 '조선업 분야 협력 강화'를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미 간 조선 협력이 군함 건조까지 확대될 경우 한국의 협상력은 한층 강화될 것"이라며 "K-조선사들이 미 해군의 전략적 파트너가 된다면 양국 간 우호관계도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flow@mt.co.kr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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