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12월 박수근이 당시 한국에 살던 미국인 컬렉터 산드라 마티엘리에게 보낸 연하장 안쪽 면. 연 날리는 두 사람을 묘사한 판화를 붙였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제공 |
투박한 바위 표면 같은 화면에 한국전쟁 전후 서민들의 생활상을 그려 ‘국민화가’로 추앙받는 대가 박수근(1914~1965). 그가 63년 전 미국 지인에게 손수 만들어 보냈던 그림 연하장과 전시 안내물(리플릿)이 최근 되돌아왔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사장 김정희)은 미술품 컬렉터였던 로버트 마티엘리·산드라 마티엘리 부부한테서 기증받은 박수근 화가의 연하장과 리플릿을 최근 강원 양구군 군립박수근미술관에 다시 기증했다고 20일 밝혔다.
연하장은 1962년 연말 산드라 마티엘리에게 보낸 것이다. 겉면에는 ‘SEASONS GREETING’이라는 영어 인사말과 ‘수근, Soo Keun Park’이란 한글·알파벳 서명을 친필로 적었고, 안쪽에는 연 날리는 두 사람을 묘사한 판화를 붙였다. 이런 꾸밈새로 만들어 미술사학자 최순우(1916~1984)와 선배 화가 이응노(1904~1989)에게 보낸 연하장들도 전해진다. 마티엘리에게 보낸 연하장은 1962년 12월 발송했다는 소인이 찍힌 우표 부착 봉투가 함께 남아 있어 주목된다.
1962년 12월 박수근이 당시 한국에 살던 미국인 컬렉터 산드라 마티엘리에게 보낸 연하장 겉 면과 우편봉투.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제공 |
리플릿은 1962년 초 주한미군 서울기지사령부 도서관에서 열린 개인전 때 나눠준 것이다. 삼성 리움미술관에 소장된 같은 전시회의 리플릿과 달리 11점의 작품 제목이 덧붙여져 눈길을 끈다. 재단 쪽은 “추가된 작품 명은 전시 중 새로 출품된 작품들로, 전시가 관객에게 큰 호응을 얻었음을 말해준다”고 분석했다.
1962년 초 주한미군 서울기지사령부 도서관에서 열린 개인전 때 나누어준 리플릿 앞면.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제공 |
리플릿 안쪽 면. 삼성 리움미술관에 소장된 같은 전시회의 리플릿과 달리 11점의 작품 제목이 덧붙여졌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쪽은 “추가된 작품 명은 전시 중 새로 출품된 작품들로, 전시가 관객에게 큰 호응을 얻었음을 말해준다”고 분석했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제공 |
마티엘리 부부는 1950년대 미군 군무원으로 한국에 들어와 30년 동안 서울 용산 미군부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했다고 전해진다. 그 과정에서 박수근과 인연을 맺은 부부는 1962년 그의 개인전을 돕고 작품을 구입해 한동안 소장했다. 이외에도 송광사 오불도, 고창 지역 고문서, 사무엘 리 고객 장부 같은 한국 문화유산과 역사 자료를 몇차례 기증한 이력이 있다. 수년 전 공로를 인정받아 재단의 국외문화유산 유공자로 지정된 바 있다.
박수근미술관 쪽은 기증받은 연하장, 리플릿을 다음달 시작하는 ‘박수근 작고 60주기 특별전’에 선보이기로 했다. 미술관 쪽은 “우리가 소장한 1965년 박수근 유작전 방명록에서 마티엘리의 서명을 찾았다”며 “이번 기증으로 작가와 외국인 후원자 간의 관계를 새로 조명할 수 있게 됐다”고 반겼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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