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에 보낸 박수근 연하장, 63년 만에 고향 양구로

1962년 연말 박수근이 미국인 지인인 산드라 마티엘리에게 보낸 연하장과 연하장 봉투. 겉면에 '수근 Soo Keun Park'이라는 친필 서명이 적혀 있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제공]

한국 화단의 거장 박수근(1914∼1965)이 지인에게 보낸 연하장이 63년 만에 고향 양구로 돌아왔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박수근의 연하장과 연하장 봉투, 개인전 리플릿(소책자) 등 총 3점을 강원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에 기증했다고 20일 밝혔다.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은 2002년 박수근의 생가터에 지어진 미술관이다.

기증한 자료는 미국인 개인 소장가 로버트 마티엘리(100)와 고(故) 산드라 마티엘리(1931∼2024) 부부가 소장했던 것으로, 지난달 재단이 기증받았다. 마티엘리 부부는 1950년대 미군 군무원으로 한국에 와 30년간 용산 미군 부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박수근과 인연을 맺었다.

박수근이 산드라 마티엘리에게 보낸 연하장 안쪽의 판화. 연을 날리는 두 사람을 묘사한 작품이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제공]

연하장은 1962년 12월 박수근이 산드라 마티엘리에게 보낸 것으로, 겉면에 ‘SEASONS GREETING’‘수근 Soo Keun Park’이 친필로 적혀 있고, 안쪽에는 연을 날리는 두 사람을 묘사한 판화가 부착돼 있다. 박수근이 미술사학자 최순우(1916∼1984), 동료 화가 이응노(1904∼1989)에게 보낸 연하장에 붙어있는 판화와 같은 작품이다.

연하장과 함께 기증된 리플릿은 1962년 초 주한미군 서울기지사령부 도서관에서 열린 박수근 개인전 때 배포된 자료로, 작가 정보와 출품작 제목, 작품 금액 등이 적혀 있다. 리움미술관에도 같은 리플렛이 소장돼 있으나, 전시 도중 새롭게 출품된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명이 11점 추가로 기록돼 있어 연구 가치가 크다.

마티엘리 부부는 그동안 송광사 오불도, 전북 고창 지역의 고문서 등 우리 문화유산과 역사 자료를 여러 차례 기증한 바 있다. 재단은 이 부부의 공로를 인정해 국외문화유산 유공자로 지정했다.

김정희 재단 이사장은 “중요한 자료를 발굴해 그 가치를 보존하려는 재단의 정성과 소장자의 선의가 어우러져 또 한 번의 의미 있는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하장 등은 다음 달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에서 열리는 특별전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강혜란 문화선임기자 kang.hye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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