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 매킬로이.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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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매킬로이가 티샷을 물에 빠뜨렸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연습라운드가 열린 지난 12일 미국 플로리다 주 잭슨빌 인근 TPC 소그라스 18번홀 에서다. 그는 다시 티샷을 하고 주위 관중에게로 가서 뭐라고 얘기했다. 경찰이 오더니 그 관중을 끌고 나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관중이 “2011년 마스터스처럼”이라고 소리를 쳤다고 한다. 2011년 마스터스에서 매킬로이는 4타 차 선두를 달리다 대역전패를 했다. 관중은 그걸 비꼰 거고 매킬로이는 그의 핸드폰을 빼앗고 경기장 밖으로 쫓아냈다.
PGA 투어 커미셔너 제이 모나한은 연례 인터뷰에서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골프 기자를 추모했다. 베테랑 기자인 AP 통신 덕 퍼거슨의 셔츠 색깔에 대해서도 농담을 했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기자회견은 이렇게 화기애애한 줄 알았다. 그러나 잠시 웃은 후 기자들은 LIV 골프와의 협상 내용을 두고 커미셔너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날렸다.
가장 큰 건 선수가 빚을 졌느냐 담론이었다.
콜린 모리카와.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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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골프 세계랭킹 4위 콜린 모리카와가 이 얘기를 꺼냈다. 전주에 있었던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역전패한 후 그는 인터뷰를 거부하고 그냥 갔다. 지난해 US오픈에서 역전패한 매킬로이도 인터뷰 없이 그냥 갔다. 이런 일이 서서히 늘고 있다.
모리카와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기간 중 왜 인터뷰를 안 했느냐는 질문에 대부분 친절하게 답을 했다. 모리카와는 그러면서 “나는 누구에게도 빚진 게 없다”고 했다.
선수 출신의 저명한 해설가인 브랜들 챔블리 등이 반박했다. 챔블리는 “톰 왓슨은 59세 이던 2009년 디 오픈에서 우승을 눈앞에 뒀다가 마지막 홀 아쉽게 역전패했는데도 기자실에 들어와 ‘장례식도 아닌데 왜 분위기가 썰렁한가’라며 인터뷰를 했다”면서 “훨씬 더 쓰라린 패배를 당해도 인터뷰는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리카와는 “팬을 존중하고, 가혹하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빚진 건 없다”고 다시 한번 반격했다.
이 논리는 스포츠계로 들어왔다. 농구 찰스 바클리는 스포츠 스타는 어린이의 롤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미디어에 대고 “범죄자 중에도 덩크슛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은데 그들이 롤모델인가”라며 “나는 롤모델이 아니다”라는 나이키 광고도 했다.
이렇게 생긴 빚의 화살은 미디어에게도 향했다. 모리카와는 미디어에게 빚진 것이 없고 미디어를 위해 인터뷰를 할 이유도 없다는 논리다.
오래 전 한 유명 교포 선수를 우연히 만나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했더니 “내가 그걸 할 의무가 있나요”라고 했다. 나는 “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인터뷰를 하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팬들이 더 잘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거부했고, 나는 이를 존중한다. 선수는 미디어에 빚이 없고, 개인적으로 요청한 인터뷰는 선수의 권고사항이지 의무 사항은 아니기 때문이다.
안병훈은 “선수로서 모리카와의 행동도 이해가 가지만, 나라면 인터뷰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병훈은 지난해 소니 오픈 연장전에서 상대인 그레이슨 머리가 14m 퍼트를 넣고 안병훈은 1.2m 퍼트를 넣지 못해 졌다. 가슴이 찢어졌을 텐데 안병훈은 인터뷰를 했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연장전에서 승리한 매킬로이가 인터뷰를 위해 미디어센터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짐을 싸서 나왔다. 매킬로이가 약간 놀란 듯했다. 그에게 아무 악감정이 없다. 경기가 하루 지연되면서 다음 행선지로 갈 일정이 촉박해 짐을 싸던 차 그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오해 마시기를.
폰테 베드라비치=성호준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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