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범 이설 인터뷰 / 사진=935엔터테인먼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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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연기가 자신의 삶을 '침범'한 순간부터, 속절없이 사랑에 빠져들었다. 배우 이설의 이야기다.
12일 개봉한 영화 '침범'(연출 김여정·이정찬, 제작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은 기이한 행동을 하는 딸 소현으로 인해 일상이 붕괴되고 있는 영은(곽선영)과 그로부터 20년 뒤 과거의 기억을 잃은 민(권유리)이 해영(이설)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균열을 그린 심리 파괴 스릴러다.
이설은 '침범'에서 유년시절 아픈 과거로 인해 삐뚤어진 사랑을 배운 해영을 연기했다. 해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설은 단번에 "사랑받고 싶어서 미친 애다. 사랑에 미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민에게도 어떤 특별한 사랑을 느꼈을 거고, 민과 현경을 질투했고, 현경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은 감정들이 얽히고설켜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영은 태생적인 사이코패스다. 제대로 된 사랑을 배우지 못했고, 배울 수 조차 없었다. 그런 해영은 의뭉스러운 속내를 맑은 얼굴로 감춘 채 민과 현경 앞에 나타난다.
해영은 민과 첫 만남부터 어긋난다. 민은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해영을 불편하게 여기지만, 해영은 시도 때도 없이 선을 넘나 든다. 이에 이설은 해영을 '불쾌하게' 그려내기 위해 끝없이 고민했다. 이설은 "해영이가 미스터리한 아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쟤는 남자야, 여자야?'라는 느낌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속옷 장면은 일부러 불쾌감을 조성하려고 넣었다. 만약 제가 우리 집에 왔는데 모르는 다 큰 애가 벗고 있으면 진짜 기분이 나쁠 것 같았다. 그래서 제가 갖고 있는 것 중 가장 볼품없는 속옷을 준비해 가서 감독님께 여쭤봤다. 다행히 허락해 주셨다"고 웃음을 보였다.
이설은 "해영이는 민이에게 미묘한 사랑을 느꼈을 것 같다. 사랑의 형태를 몰랐을 뿐이다. 사춘기 때 우정과 사랑을 구분하지 못하지 않냐. 왜 자신에게 넘어오지 않는지, 왜 자신을 좋아해 주지 않는지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이설은 그런 해영의 감정선을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8)에 빗댔다. 이설은 "가끔 사람은 소유욕이 사랑인 줄 알지 않냐. 해영이에게도 크게 작용했을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해영이는 엄마가 자신을 무서워하고, 자신에 대한 분노가 있다는 걸 온몸으로 느껴왔을 것 같다. 삐뚤어진 소유욕이나 사랑, 증오, 어린 나이에 들끓어 오르는 폭주기관차처럼"이라며 "사랑의 모든 형태가 담겨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마지막에 티모시 샬라메가 울 때도 연인으로서의 감정도 있겠지만 다양한 감정들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침범' 역시 부모의 사랑, 친구의 사랑, 가족의 사랑 등이 담겨있는 모습을 보고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떠올랐다. 저는 그 작품도 지독한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침범' 또한 그런 믿음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이설의 해석처럼, 해영은 엔딩에 다다를 때까지 끝없이 사랑을 갈구한다. 사랑에 목마른 해영에 대해 이설은 "해영이는 사이코 살인마지만, 동시에 한 번쯤은 안쓰럽다고 생각해 주시면 소원이 없을 것 같다. 그게 제가 배우로서 표현하고 싶었던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설은 인터뷰 내내 벅차오르는 감정으로 눈물을 쏟았다. '침범'에 대한 애정과 개봉을 앞둔 설렘, 지나온 시간들에 대한 소회 탓이다.
이와 함께 이설은 "근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다 불태우고, 소진했다고 생각하면서도 '이거 한 번만 더 해볼 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구나, 쉽게 포기 못하겠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침범'은 제가 배우라는 직업을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려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설의 말처럼, 하얗게 불태우고 나면 한차례 미련은 잦아든다. 그러나 불타고 난 자리엔 재가 남고, 재는 양잿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끝인 듯 보여도, 또 다른 시작선이 될 수 있다.
올해로 만 31세가 된 이설은 "직업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 스스로 믿어주고, 자신 있게 해야 하는데 세상엔 잘하는 분이 너무 많더라. 어느 순간부터 작아지더라"고 고백했다.
끝으로 이설은 "저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사극도 하고 싶고, 판타지도 하고 싶고, 로코도 하고 싶다. 그러면서도 '이 배우가 나오면 봐야지'라는 반응들이 있지 않냐.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배우가 된다면 행복할 거 같다"며 "주연이 아니더라도, 저는 정말 실감 나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 어떤 이야기를 갖다 줘도 실감 나는 이야기꾼이 되는 것이 저의 꿈"이라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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