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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바라는 트럼프의 속내?…구원자 없는 증시, 추가 하락 대비해야[오미주]

머니투데이 권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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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바라는 트럼프의 속내?…구원자 없는 증시, 추가 하락 대비해야[오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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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지난 2월 중순부터 약세로 돌아섰던 미국 증시가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며 낙폭을 키우고 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는 침체장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나스닥지수는 10일(현지시간) 4.0% 급락한 1만7468.32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9월11일 이후 최저치다. 이날 나스닥지수의 하락률은 미국 증시가 침체장에 있던 2022년 9월13일 이후 가장 큰 폭이다.

나스닥지수 최근 6개월 추이/그래픽=김지영

나스닥지수 최근 6개월 추이/그래픽=김지영



나스닥지수는 이미 지난주에 고점 대비 10% 이상 떨어져 조정장에 들어섰다. 조정장은 고점 대비 하락률이 10~20% 사이일 때를 말한다. 나스닥지수는 10일 급락으로 지난해 12월16일에 기록한 사상최고가 2만173.89 대비 하락률이 13.4%로 확대됐다.

S&P500지수는 이날 2.7% 떨어진 5614.56으로 거래를 마쳐 200일 이동평균선을 하향 이탈했다. S&P500지수는 지난 2월19일에 기록한 사상최고가 6144.15에 비해 8.6% 하락해 아직 조정장엔 들어서지 않았다.

월가 전문가들은 증시가 빠른 시일 안에 반등하지 못하고 당분간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파르탄 캐피털 증권의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인 피터 카딜로는 나스닥지수는 조정장에 들어섰고 S&P500지수는 조정장 진입 직전이라며 "매물이 소진될 때까지 매도세가 좀더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증시가 침체장에 빠질지에 대해 지금 논하기는 시기상조이지만 나스닥지수가 침체장까지 악화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지적했다.



공포지수 급등

이날 미국 증시에서 공포지수라 불리는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19.2% 폭등하며 27.86을 나타냈다. VIX는 올 1~2월만 해도 장기 평균인 19.5 부근에 머물렀다.


VIX의 급등은 투자자들의 공포심이 커졌다는 뜻으로 역발상적으로 매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시장의 공포심이 극에 달했다는 것은 매물이 나올 만큼 나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데이터트렉의 공동 설립자인 니콜라스 콜래스는 지난 7일 보고서를 통해 VIX 27.3과 35.1이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VIX 27.3은 장기 평균에서 1표준편차, 35.1은 2표준편차가 되는 지점이다. 통계학에서 전체 데이터의 3분의 2는 1표준편차 이내에 포함되고 95%는 2표준편자 이내에 있다.

CBOE 변동성지수(VIX) /자료=인베스팅닷컴

CBOE 변동성지수(VIX) /자료=인베스팅닷컴



VIX가 10일 27.86으로 올랐다는 것은 시장의 공포심이 1표준편차를 넘어설 만큼 고조됐다는 뜻이다. 콜래스는 VIX가 1표준편차를 벗어났다는 것은 "경제 성장에 대한 다양한 불안감"이 시장에 나타났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VIX가 2표준편차를 넘어서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라며 이는 "전면적인 시장의 패닉(공황)으로 역사적으로 볼 때 문제 해결을 위한 주요한 정책 전환이 필요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VIX가 최근 5년 동안 35.1을 넘어서 2표준편차를 벗어났던 적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때가 유일했다.


트럼프 행정부, 경기 침체 시사

이날 증시를 공포로 몰아넣은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기 침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폭스 뉴스와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 침체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예측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과도기라는 게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부를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는 큰 일이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도 10일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지만 올 1분기엔 국내총생산(GDP) 감소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역성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해셋 위원장은 다만 "이는 매우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일시적인 과도기에 경기 침체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경제지표는 견조, 불안 심리가 문제

다만 아직까지 소비자들의 심리를 보여주는 지표 외에 수치로 정확히 측정 가능한 데이터 상에서 급격한 경기 약화 조짐은 없는 상태다. 이에 대해 세븐스 리서치의 설립자인 톰 에세이는 "실제 데이터가 아니라 공포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며 기업들의 실적은 여전히 견조하고 애널리스트들도 아직은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를 대폭 낮추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증시 하락이 관세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연방정부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정부 셧다운(폐쇄) 우려로 인한 "불확실성의 급증" 때문이라며 S&P500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올해 예상 순이익의 21배로 여전히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시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미국 의회가 오는 14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미국 정부는 공무원 급여 등을 지급하지 못해 셧다운 사태를 맞게 된다. 현재 공화당이 백악관과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긴 하지만 상원에서 필리버스터를 극복하고 예산안을 처리하려면 민주당 의원 7명의 표가 필요하다.

에세이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소비자들과 기업들이 소비와 투자를 보류하면서 경기 둔화가 촉발되고 기업들의 실적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 최근 증시를 휩쓸고 있는 불안감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불확실성이 침체 가능성 높여

대표적인 낙관론자인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데니도 경제가 여전히 근본적으로 건전하다고 믿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공무원 해고와 관세 정책이 안개를 만들어 내면서 경제의 형태를 파악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그는 "우리는 미국 경제의 탄력성에 베팅해 왔지만 위험 회피(risk-off)가 지금 왜 증시의 디폴트 옵션(기본값)이 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며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20%에서 35%로 높였다.

S&P500지수 최근 6개월 추이/그래픽=윤선정

S&P500지수 최근 6개월 추이/그래픽=윤선정




트럼프도, 파월도 증시 못 살려

트럼프 행정부나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지금 당장 경제나 증시에 구원자가 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증시는 당분간 약세를 지속하며 자체적으로 매물을 소화하고 밸류에이션이 하향 조정되는 조정기는 불가피해 보인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7일 CNBC와 인터뷰에서 "공공 지출에서 벗어나 민간 지출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러운 조정이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정부 지출에 중독된 상태기 때문에 디톡스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디톡스 과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과도기"와 같은 의미로 경제 체질이 바뀌면서 겪어야 하는 고통의 침체기로 해석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러한 변화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보고 있는 만큼 시장을 안심시키려 정책을 수정하거나 증시 안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연준의 금리 인하도 빨라야 올해 중순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인플레이션이 획기적으로 하향 안정되는 조짐도 없지만 고용이나 경제 성장세의 급격한 약화 징후도 없기 때문이다. 그저 소비자와 기업, 투자자들의 심리가 나빠졌을 뿐이다.


트럼프로선 침체 빠를수록 좋아

AGF 인베스트먼트의 수석 미국 정책 전략가인 그렉 발리에르는 미국 경제가 지금 침체에 빠져 "내년 초에 회복되는 양상을 보인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자랑할 수 있는 공적이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침체를 피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경기가 둔화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감세 정책도 쉽게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울프 리서치의 미국 정책 및 정치팀장인 토빈 마커스는 내년 11월에 중간선거가 있다는 점을 들어 트럼프 행정부로선 올해 2분기에는 경기 침체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 2분기에 경기 침체가 시작되면 내년에는 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수 있고 이는 공화당 의원들에게 합리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스티펠의 수석 워싱턴 정책 전략가인 브라이언 가드너는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경기 침체가 늦게 발생할수록 현 행정부에 더 많은 비난이 쏟아질 것이고 경기 침체가 일찍 발생할수록 유권자들은 이전 행정부를 더 많이 비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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