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텔레그램 업무협조 체계 구축
마약조직 타진 기회 열렸는데...
특활비·특경비 삭감으로 일선 수사는 난항
마약조직 타진 기회 열렸는데...
특활비·특경비 삭감으로 일선 수사는 난항
대검찰청이 일선에 “텔레그램으로부터 업무 협조를 받을 수 있으니 마약 범죄 수사 등에 이를 적극 활용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11일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최근 텔레그램과 범죄자 정보를 공유받을 수 있는 핫라인을 구축했다. 텔레그램은 지난해 중순부터 각국 정부의 정당한 요청이 있으면 사용자의 IP 주소와 전화번호를 제공하고 있다.
검찰은 텔레그램의 협조로 그간 검거되지 않았던 마약사범에 대한 수사 기회가 열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캐비닛에 잠들어 있던 사건 기록을 다시 확인하고, 그간 모니터링 해왔지만 신원 특정이 어려웠던 마약 조직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서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최근 텔레그램과 범죄자 정보를 공유받을 수 있는 핫라인을 구축했다. 텔레그램은 지난해 중순부터 각국 정부의 정당한 요청이 있으면 사용자의 IP 주소와 전화번호를 제공하고 있다.
대검찰청 전경. /뉴스1 |
검찰은 텔레그램의 협조로 그간 검거되지 않았던 마약사범에 대한 수사 기회가 열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캐비닛에 잠들어 있던 사건 기록을 다시 확인하고, 그간 모니터링 해왔지만 신원 특정이 어려웠던 마약 조직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서고 있다.
텔레그램을 이용한 마약 거래는 대부분 비대면 방식인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거래 장소 일대 CCTV 영상이 남아있지 않다면 구매자를 검거하더라도 판매책을 붙잡기 어려웠다. 또 마약을 밀수하고 유통하는 일당도 서로 신원을 모르는 점조직 형태로 움직여 일부가 검거되더라도 나머지의 신원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들의 텔레그램 활동 내역이 남아있는 경우, 텔레그램 측 협조로 IP와 전화번호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마약 담당 검사는 “그간 접근이 어려웠던 마약 범죄의 보고가 열린 셈”이라고 했다.
이에 검찰은 그간 축적해왔던 모니터링 정보를 바탕으로 텔레그램에서 활동하는 마약 조직들에 대해 본격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 또 기존에 수사했던 마약 사건에서 검거되지 않은 마약사범의 흔적이 텔레그램에 남아있는지 여부를 파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마약 외에도 딥페이크 제작·유통 등 성범죄, 보이스피싱 같은 금융사기에서도 텔레그램 측 협조를 받을 수 있다.
적발된 마약 유통 조직이 던지기 수법을 통해 마약을 숨겨둔 뒤 구매자들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동대문경찰서 |
다만 올해 국회가 검찰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를 전액 삭감해 일선 검찰청들은 마약 수사에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약 범죄는 은밀하게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장기간의 첩보 수집, 잠복 수사, 위장 거래, 정보원 관리 등 수사에 특활비나 특경비가 쓰인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이 작년 11월 기소한 ‘프로포폴 병원 사건’의 경우, 다른 병원을 수사하다가 얻게 된 첩보를 바탕으로 수개월 간 CCTV를 분석해 병원을 특정했고, 이후 수사관들이 1주일간 병원 앞에서 잠복하며 프로포폴 투약자들을 하나하나 직접 눈으로 확인한 뒤 현장을 덮쳤다. 이처럼 장기간 잠복할 때는 하루 1만~2만원의 출장비가 부족해 특활비가 지급됐는데 이 돈이 끊긴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텔레그램의 업무 협조로 마약 수사 기회가 열렸는데 정작 특활비·특경비 전액 삭감으로 일선에선 수사에 착수하기 더 어렵게 됐다”고 했다.
한편 텔레그램은 당초 각국 수사기관에 일절 협조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8월 파벨 두로프 최고경영자가 프랑스에서 체포된 이후부터 범죄 수사에 협조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다.
경찰도 텔레그램의 협조로 사이버 성 착취 집단 ‘자경단’ 총책 김녹완을 지난 1월 검거했다. 김녹완은 스스로를 ‘목사’라고 부르며 5년 동안 미성년자를 포함한 남녀 234명을 성착취한 혐의를 받는다.
[유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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