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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탈퇴했는데…필리핀 두테르테, 귀국하다 체포 "ICC 영장 집행"

머니투데이 정혜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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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탈퇴했는데…필리핀 두테르테, 귀국하다 체포 "ICC 영장 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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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대통령실 "두테르테 11일 오전 귀국 직후 체포",
두테르테 측 "필리핀 2019년 ICC 탈퇴, 불법 구금" 주장…
ICC "두테르테 범죄 혐의가 탈퇴 전 일, 영장 집행 가능"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인권 범죄 혐의 체포 영장 발부에 따라 11일(현지시간)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체포됐다. /AFPBBNews=뉴스1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인권 범죄 혐의 체포 영장 발부에 따라 11일(현지시간)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체포됐다. /AFPBBNews=뉴스1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이 체포됐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마약과의 전쟁' 관련 그에게 발부한 체포 영장을 필리핀 당국이 집행한 것. 필리핀은 앞서 두테르테 전 대통령에 대한 ICC의 조사 방침에 강하게 반발했지만, 현 대통령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와 두테르테 간 정치적 동맹이 깨지면서 필리핀 당국은 ICC의 체포 영장 집행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11일 블룸버그통신·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필리핀 대통령실을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늘 오전 인터폴 마닐라지부가 ICC로부터 (두테르테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의 공식 사본을 받았다"며 두테르테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 소식을 알렸다.

성명은 "검찰총장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마닐라 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그에 대한 ICC의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며 "전 대통령은 현재 필리핀 당국에 구금된 상태"라고 전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지난 9일 홍콩에서 열린 필리핀 디아스포라 유세에서 연설한 뒤 이날 오전 마닐라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는데, 필리핀 정부가 그의 귀국 즉시 ICC의 체포 영장을 집행해 구금한 것이다.

ICC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2016~2022년) 추진했던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인권 범죄가 발생했다고 보고 관련 수사를 진행해 왔다. 국제사회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 정책으로 필리핀 내 수천 명이 사법 절차 없이 사살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필리핀 정부 통계에 따르면 그의 마약 단속으로 6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그러나 인권 단체들은 "실제 사망자 수는 정부 통계보다 많을 것"이라며 "주고 빈곤층 시민들이 사살됐다"고 주장했다. ICC는 필리핀 '마약과의 전쟁' 사망자 수가 1만2000~3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당시 마약 복용자나 판매자가 즉시 투항하지 않으면 경찰이 총격을 가하는 것을 허용했다.



필리핀 정부는 앞서 ICC의 수사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며 ICC 탈퇴를 선언(2019년 공식 탈퇴)하기도 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후임자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도 ICC를 향해 수사 중단을 촉구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와 러닝메이트(부통령)를 이뤄 2022년 6월 제17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정치적 동맹이었던 마르코스 대통령과 두테르테 전 대통령 간 관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고, 결국 마르코스 정부는 ICC가 인터폴을 통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체포하는 경우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라 두테르테는 마르코스 대통령을 죽이려는 음모를 꾸미고, 공금을 횡령했다는 혐의로 지난달 하원에서 탄핵당했다. 그의 해임을 결정하는 상원의 탄핵 재판은 7월 시작될 예정이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 측은 ICC의 체포영장 발부에 근거가 없다며 필리핀 경찰의 구금을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필리핀 현지 언론 GMA뉴스 영상에 따르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체포 당시 "내가 저지른 범죄가 무엇이냐. 자유의 박탈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막내딸인 베로니카 두테르테는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에 "불법 구금. 체포 영장 없음"이라고 남겼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법률 보좌관이자 대변인이었던 살바도르 파넬로도 "인터폴 체포 영장은 '가짜'라며 필리핀은 ICC에서 탈퇴했기 때문에 ICC의 체포영장을 집행할 의무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ICC는 필리핀이 회원국이었을 때 저지른 범죄에 대한 관할권을 갖고 있어 두테르테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 집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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