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초타키스 총리 |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그리스의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또다시 불신임 투표에 직면하게 됐다.
그리스의 주요 야당들이 5일(현지시간) 내각 불신임안을 공동 제출할 예정이라고 현지 일간지 토비마 등이 보도했다. 불신임안이 제출되면 그리스 의회는 사흘간의 토론 후 마지막 날 표결에 부친다.
이번 불신임안 제출은 최근 1년간 두 번째다. 두 건 모두 2년 전 발생한 그리스 최악의 열차 충돌 참사와 관련이 있다.
그리스에서는 지난달 28일 참사 2주기를 맞아 전국적으로 약 30만명이 거리로 나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그리스 현지 언론은 이번 시위가 역대 최대 규모라고 보도했다.
야당들은 미초타키스 정부가 국민의 지지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가 참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후속 조치는 미룬 채 증거를 은폐한다고 비난했다.
주요 야당인 파속 변화운동(PASOK-KINAL·이하 파속)의 니코스 안드룰라키스 대표는 "오늘 우리는 파괴돼 가는 정치 체제에 숨통을 틔워줄 불신임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초타키스 총리는 이날 의회 연설에서 야당이 이번 참사를 분열의 도구로 활용한다고 지적한 뒤 정부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국제적으로 격동의 시기인 지금, 그리스의 안정성이 위협받는다면 그 결과는 치명적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2027년까지 철도 시스템을 현대화하고 유지보수를 외국 기업에 맡길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불신임안이 제출되더라도 지난해 이맘때와 마찬가지로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미초타키스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인 신민주주의당(ND)이 전체 300석 가운데 156석으로 과반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리스에서는 2023년 2월 28일 중부 테살리아주 라리사 인근 템피에서 승객 350명을 싣고 아테네에서 테살로니키로 향하던 여객 열차가 화물 열차와 정면충돌해 57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그리스 역사상 최악의 열차 참사로 기록됐다. 사망자 대부분은 연휴를 즐기고 귀향하던 20대 대학생이었다.
사고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났지만 그리스 국민은 여전히 깊은 상심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분노 여론이 가시지 않은 것은 책임자 처벌이 지연되거나 미흡하다는 점 때문이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현재까지 40명 이상이 기소됐으나 유죄 판결을 받은 책임자는 아직 없다. 이들에 대한 재판은 연말에나 시작된다.
최근 공개된 사고 원인 조사 보고서도 국민적 분노를 키웠다. 보고서에는 사고 현장에서 중요한 증거가 훼손돼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파속의 한 의원은 토비마에 "이 보고서는 정부의 중대한 무능, 은폐 시도, 여론 조작 등의 혐의를 강력히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라며 "미초타키스 본인이 이 모든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2월28일(현지시간) 그리스 수도 아테네의 산티그마 광장에 모인 참사 2주기 시위 인파 |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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