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의회 연설에서 한국 관세율 언급
WTO 최혜국 관세율로는 맞지만, 한·미는 0%대
정부 “협의 채널 통해 적극적으로 설명할 계획”
WTO 최혜국 관세율로는 맞지만, 한·미는 0%대
정부 “협의 채널 통해 적극적으로 설명할 계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한국의 평균 관세는 우리보다 4배나 높다, 4배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이 부과하는 관세가 미국에 공정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한국과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있어 미국에 공정하지 않다는 맥락에서 한국을 예시로 든 건 사실을 호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정부 자료를 보면 한국과 미국은 2012년 3월 발효된 FTA에 따라 대부분 상품이 무관세이고, 지난해 기준 한국이 미국에서 수입하는 상품에 대한 실효 관세율은 0.79%에 불과하다. 실효 관세율은 관세 수입을 전체 대미 수입액으로 나눈 것으로, 환급을 고려하지 않은 세율을 말한다. 환급까지 고려하면 실제 부과되는 관세는 더 낮아진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하는 공산품만 따져 보면 한국의 대미 수입 관세율은 0%다.
그럼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관세율 4배는 무엇일까. 미국 측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최혜국(Most Favored Nation·MFN) 대우 관세율’을 지칭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최혜국 대우 관세율 평균은 13.4%로, 미국(3.3%)보다 4배가량 높다.
최혜국 대우 관세율은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에 부과하는 일종의 ‘회원국 간 최저 관세율’이다. 일반적으로 FTA나 경제동반자협정(EPA) 등 양자 협정을 체결할 경우 더 낮은 관세가 적용된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FTA 등을 통해 양국 관세를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한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FTA 등을 가장 광범위하게 체결한 국가이기도 하다. 한국과 FTA를 체결해 발효한 국가는 지난해 기준 미국을 포함해 59개국에 달한다.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에 최혜국 대우 관세율보다 낮은 수준의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을 합한 규모는 전 세계의 약 85%를 차지한다. 한국보다 앞서는 국가는 싱가포르(87%)가 유일하다.
통상업계에서는 1기 집권 때 한·미 FTA 재협상 등을 진행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날 한국을 언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통상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화법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관세율을 언급한 뒤 군사 동맹 등을 이야기한 것으로 볼 때 모르고 이야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방미 때 구성한 한·미 산업·통상·자원 국장급 실무협의체를 통해 미국의 ‘상호관세’ 등이 확정되는 다음달 2일 전까지 적극적으로 설명한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원래 상호관세 부과 시점을 4월1일로 하고 싶었지만, ‘만우절 장난’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으려 하루 미뤘다”며 “4월2일부터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을 포함해)그들이 미국이나 다른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미국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날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향후 미국과의 다양한 협의 채널을 통해 상기 내용을 적극적으로 설명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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