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신작 '미키 17', 2월 28일 국내 개봉
로버트 패틴슨 1인 2역-마크 러팔로 첫 악역 열연
거대한 스케일-예측불허 SF의 세계⋯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일침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로버트 패틴슨)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다.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 7'이 원작이다.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영화는 2054년의 미래, 죽음의 위기에 처한 '미키 17'과 그런 친구에게 "잘 죽고 내일 보자"라고 말하고 사라지는 티모(스티븐 연)로 시작된다. 그리고 미키의 과거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미키는 햄버거보다 마카롱이 인기를 얻을 것이라는 티모의 말에 사채까지 빌려 마카롱 가게를 차리지만, 쫄딱 망한다. 이에 거액의 빚을 지고 못 갚으면 죽이겠다는 사채업자를 피해 지구를 떠나기로 한다. 아무 기술도 없는 미키는 정치인 케네스 마셜(마크 러팔로)의 얼음 행성 개척단에서 위험한 일을 도맡고,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익스펜더블로 지원한다.
4년의 항해와 얼음 행성 니플하임에 도착한 뒤에도 용감하고 유능한 요원인 여자친구 나샤(나오미 애키)는 늘 미키를 지켜준다. 미키는 반복되는 죽음과 출력의 사이클에도 익숙해진다. 그러던 중 '미키 17'은 얼음 행성의 생명체인 크리퍼와 만난 후 죽을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알고 보니 크리퍼는 인간을 잡아먹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힘을 모아 '미키 17'을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도와준다. 엄청난 눈보라와 추위를 견디며 돌아온 '미키 17'은 자신의 방에서 프린트된 '미키 18'을 마주한다. 행성 당 1명만 허용된 익스펜더블이 둘이 된 '멀티플' 상황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하는 현실 속에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이 펼쳐진다.
'미키 17'은 복제인간과는 다른, 인간을 종이처럼 프린트해서 찍어낸다는 독특한 발상에서 출발한다. 매일 죽고 다음 날 프린트되는 삶을 살아야 하는 주인공의 현실은 암담하고 비극적이다. 어떤 날은 방사능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얼마나 빨리 죽게 되는지 시간을 측정해야 하고, 어떤 때는 고작 15분만 살다 다시 죽게 된다. 니플하임에 도착한 후에는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기 위한 실험체가 되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의 표현대로 참 불쌍한 인물이다. 미키는 아무렇지 않게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주변인들 역시 미키의 죽음을 당연하게 여긴다. 게다가 살기 위해 도망친 우주에서도 미키는 너무나 적은 양의 음식을 먹고 하루 14시간이 넘게 일을 하며 혹사당한다. 어떤 시대, 상황에서도 벗어날 수 없는 계급의 굴레와 아이러니를 봉준호 감독은 특유의 유머러스함으로 풀어냈다.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배우 나오미 애키와 로버트 패틴슨이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하지만 크리퍼의 등장과 함께 모든 것이 틀어지기 시작한다. 크리퍼의 도움으로 '미키 17'이 살아 돌아오면서 '미키 18'과 마주하게 된 것. 게다가 성격이 정반대다. 평생 인정 한 번 받아 본 적 없어서 자신감 없고 소심하기만 한 '미키 17'과는 반대로 '미키 18'은 거침없고 용감하다. 불합리한 시스템에 맞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안다.
앞서 로버트 패틴슨은 '미키 18'을 '미키 17'의 잠재된 자아로 해석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머리에서만 질책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나와 얘기하는 또 다른 나인 거다. 17에게 "너 할 수 있다"라고 일깨워주는 무서운 형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미키 17'은 '미키 18'을 통해 용기를 얻고 자신까지 찾게 된다. 그리고 '미키 17'도 '미키 18'도 아닌, 진짜 이름 '미키 반스'를 되찾으며 다시 인간답게 살아가게 된다. 결국, 사람을 '잘' 살게 하는 건 기술의 발전도, 우수한 유전자도 아닌 차별이나 편견 없이 모두를 포용하는 인류애, 즉 사랑이다. '미키 17'은 미키와 나샤를 통해, 또 어떤 순간에도 종족을 지키는 크리퍼를 통해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배우들의 연기도 흠잡을 데가 없다. 로버트 패틴슨은 똑같이 생겼지만, 전혀 다른 성격의 '미키 17'과 '미키 18'을 완벽하게 연기해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목소리, 표정의 변화만으로도 1인 2역을 설득력 있게 구현했을 뿐만 아니라, 극한의 감정까지 섬세하게 그려내 극적 몰입도를 최상으로 끌어올렸다. '미키 17'에서 로버트 패틴슨만큼 눈여겨볼 인물은 악당이자 독재자인 케네스 마셜로 변신한 마크 러팔로다. 연기 인생 처음으로 빌런 연기를 한 그는 자기애, 허세, 인종주의, 차별적인 인간관 등으로 가득한 케네스 마셜을 자신만의 리듬과 독특한 말투로 표현해내 강력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자연스럽게 현존하는 정치인이 떠오르기도. 아내 일파 마셜 역 토니 콜렛 역시 마지막까지 기괴함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비호감 캐릭터로 맹활약한다.
지구를 넘어 우주, 370톤에 달하는 마그네슘염으로 표면을 만들어 완성된 거대한 얼음 행성까지, 엄청난 스케일이 스크린을 압도한다. 잘 쌓아 올린 서사에 보고, 듣는 재미까지 알차다. 워낙 많은 이야기와 메시지가 담기다 보니 러닝타임이 다소 길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극장에서 꼭 즐겨야 하는 이유가 충분한 영화 '미키 17'이라 자신한다.
2월 28일 한국 개봉. 러닝타임 137분. 15세 이상 관람가. 쿠키영상 없음.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 조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