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제트기류 약해지자
북극의 찬 공기 빠른 속도로 남하
거대 고기압이 흐름 막아 한파 지속
북극의 찬 공기 빠른 속도로 남하
거대 고기압이 흐름 막아 한파 지속
![]() |
3일 입춘(立春) 이후 시작된 ‘입춘 한파’ 기세가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권으로 평년보다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갑작스러운 북극발 한파는 세계 곳곳을 덮치고 있다. 한파의 원인으로 ‘제트기류’의 구불구불한 움직임이 거세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변동성이 강한 기습 한파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보편적인 기상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음 겨울에도 종잡을 수 없는 기습 한파에 시달릴 수 있다는 얘기다.
9일(현지 시간) 아열대 기후인 대만에서는 북극 한파가 몰아닥치면서 하루 만에 78명이 사망했다. 북미 지역에는 지난달 영하 40도에 달하는 추위가 찾아오며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미국 역사상 40년 만에 실내에서 열렸다. 2월에도 영하 10도의 강추위가 습격하면서 캐나다와 미국 국경에 펼쳐진 나이아가라 폭포가 꽁꽁 얼어붙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 |
북극발 한파는 세계 곳곳을 갑작스럽게 덮치고 있다. 북극발 한파는 지구 약 10km 상공 서쪽에서 동쪽으로 회전하며 부는 강한 ‘제트기류’의 사행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10일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바라본 나이아가라 폭포. 영하 10도의 강추위가 덮쳐 폭포가 눈과 얼음으로 둘러싸여 있다. 나이아가라폴스=AP 뉴시스 |
이 같은 북극발 한파는 지구 약 10km 상공 서쪽에서 동쪽으로 회전하며 부는 강한 제트기류의 사행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제트기류는 온도 차가 벌어질수록 세게 부는 ‘온도풍’의 일종이다. 빠른 속도로 이동하며 북극의 찬 공기가 상대적으로 따뜻한 중위도로 내려오지 못하게 단단하게 붙드는 역할을 한다.
제트기류는 북극과 중위도의 온도 차가 줄어들수록 약해진다. 최근 북극이 다른 지역보다도 평균 2∼4배 빠른 속도로 따뜻해지는 고온 현상 때문에 중위도와의 온도 차가 줄어 제트기류는 더 약해지고 남북으로 구불구불 물결친다. 이때 제트기류가 심하게 굽이칠수록 북극에 갇혀 있던 찬 공기가 제트기류를 따라 중위도 지역으로 빠르게 쏟아진다. 북극발 한파의 전말이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북극 찬 공기를 가두는 제트기류는 ‘풍선’과 같아서 지구온난화로 뜨거워진 남반구 공기의 압박을 한쪽에서 받으면 다른 쪽이 쭉 아래로 늘어져 북극의 찬 공기가 남하한다”며 “이번에는 제트기류가 대만까지 긴 파장으로 늘어졌다”고 설명했다.
제트기류의 구불구불한 움직임은 올겨울 미국 알래스카 베링해 근처에 ‘블로킹’이라 불리는 거대한 고기압이 자리 잡아 공기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보통 서쪽에서 동쪽으로 흘러야 하는 제트기류의 흐름을 블로킹이 막고 있다”면서 “이런 경우 제트기류가 남북 방향으로 심하게 굽이치며 북극 지역의 찬 공기가 중위도로 쏟아져 내려오기도 하고 중위도 지역의 따뜻한 공기가 북극으로 올라가기도 한다”고 했다. 길게는 1개월 이상 이어지는 블로킹으로 인해 한파가 발생하면 다른 한파에 비해 오래간다.
블로킹은 지구온난화 영향을 받는 라니냐 현상이 일어날 때 잘 발생한다. 라니냐는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의 3개월 이동 평균한 해수면 온도가 평소보다 0.5도 이하인 상황이 5개월 넘게 이어지는 이상 현상을 말한다.
지구온난화로 언제 어디서 찾아올지 예상하기 어려운 기습 한파가 미래에 보편적인 현상이 될 것으로 기상학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윤진호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교수는 “통상 지금 시기에 북극 ‘바렌츠-카라해’의 기온이 보통 영하 20도∼영하 30도여야 하지만 현재 영상의 온도를 보일 정도로 북극이 뜨겁다”고 했다. 김 교수는 “극단적인 한파 경향은 앞으로 기후 위기 시대에 평범한 현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평균 북극 해빙 면적은 1979년 관측 이래 가장 작았다.
이채린 동아사이언스 기자 rini113@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