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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8 (화)

트럼프가 꺼낸 '철강 25% 관세', 중국은 1억톤 수출하는 중 [차이나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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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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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5.02.11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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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2일부터 모든 철강,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트럼프발 관세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공약으로 중국을 콕 집어 6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했지만, 대미 철강 수출 비중이 낮은 중국은 이번 관세 부과에서 일단 한발 비켜선 것처럼 보인다. 다만 미국은 지난 4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트럼프 1기때 '263만t 무관세' 쿼터를 받은 국내 철강업계는 면세 쿼터 폐기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중국이 철강을 전 세계로 쏟아내면서 철강 가격 하락으로 고충을 겪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가 미국발 관세라는 이중고에 직면한 것이다.

중국 철강업체가 수출을 늘린 이유는 중국 부동산 침체로 철강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중국 철강업계 실적도 악화일로다. 작년 중국 주요 철강기업들의 합계 매출은 약 6조위안(약 1200조원)으로 6.4% 줄었으며 합계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은 429억위안(약 8조5800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세계 철강 산업은 세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중국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가 없다. 중국 철강 산업과 미국의 철강 관세를 살펴보자.


세계 철강 생산량의 53.4%를 생산하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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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대 철강 생산국/그래픽=김지영


1940년대 이후 오늘날 중국과 같은 규모로 세계 철강 산업을 주도하는 국가는 없었다. 당시 미국은 전 세계 철강의 절반을 생산했지만 현재 점유율은 4%대에 불과하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1위 철강 생산국은 10억510만t을 생산한 중국이다. 중국 혼자서 전 세계 철강 생산량(18억8260만t)의 53.4%를 생산했다. 이어 인도가 1억4960만t으로 2위, 일본이 3위(8400만t), 미국이 4위(7950만t)다. 한국은 6350만t으로 6위를 기록했다.

2023년 기준 세계 10대 철강기업 중에서도 중국이 6곳을 차지했다. 2016년 중국 2위 바오산강철과 6위 우한강철이 합병하며 탄생한 바오우그룹이 1억3077만t을 생산하며 1위를 기록했다.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아르셀로미탈이 6852만t으로 2위, 중국 안산강철이 3위(5589만t), 일본제철이 4위(4366만t)다. 한국의 포스코는 3844만t으로 7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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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철강생산량/그래픽=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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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철강 생산량은 2005년 3억4900만t에서 2020년 10억5300만t으로 15년간 3배로 불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 후에는 성장세가 꺾이면서 생산량이 줄었다.

중국 철강 수요도 중요하다. 수요 감소가 중국 철강업계의 과잉생산으로, 그리고 철강 수출 증가로 이어져 전 세계 철강 업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2021년 시작된 부동산 침체가 3년 넘게 이어지면서 중국 철강 수요는 2020년 10억4800만t에서 2024년 8억9200만t으로 급감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부동산과 고속도로·철도 등 인프라 투자 위주의 성장 모델을 첨단 기술, 신재생에너지, 소비 위주로 전환하면서 철강 수요는 반등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반면 중국 철강 생산량은 수요 감소에도 강한 하방경직성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중국 지방 정부가 대부분 국유 기업인 철강업체의 감산·공장 폐쇄를 꺼리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 철강산업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5.7%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며 특히 최대 철강생산 지역인 허베이성(省) 등은 철강 공장 폐쇄 시 지역 경제가 직격탄을 맞는다. 중국 철강의 과잉공급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것임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2030년까지 중국 철강 소비가 8억t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지만(블룸버그 이코노믹스), 같은 기간 철강 생산량은 9억t 수준으로 주는 데 그칠 것으로 예측(중국 철강정보업체 마이스틸닷컴)된다.


1억1106만t의 철강을 해외로 쏟아낸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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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철강 수출 추이/그래픽=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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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철강 수요와 생산의 '미스 매칭'이 중요한 이유는 과잉생산되는 철강이 해외로 쏟아지기 때문이다. 중국 철강 수출량은 2015년 1억1240만t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020년 5370만t까지 줄었으나 작년 1억1106만t으로 급증했다.

1억t이 넘는 값싼 중국산 철강은 세계 곳곳으로 수출되며 철강가격 하락의 원인이 됐다. 마이스틸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최대 철강 수출국은 베트남(1276만t·수출 비중 11.5%)이다. 중국은 캐나다, 멕시코 및 한국으로도 각각 67만t, 117만t 및 819만t을 수출했다. 미국 인접국인 캐나다, 멕시코는 중국 철강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0.6%, 1.1%에 그쳤지만, 한국은 7.4%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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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미 철강 수출/그래픽=김지영


작년 중국이 미국으로 수출한 철강은 89만t으로 중국 철강 수출 중 대미 비중은 0.8%에 불과했다. 지난 2020년 1.31%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이어간 것이다.

마이스틸닷컴은 25% 철강 관세가 중국에 직접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중국이 철강 수출을 늘리고 있으며 그 중 일부는 다른 국가를 경유해 미국으로 재수출돼 해당 물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0일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부과한 25% 관세가 주로 미국 동맹국에 타격을 주겠지만, 핵심은 오랜 숙적인 중국에 대한 공격이라고 보도하며 중국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하에 관세가 확산되며 각 국의 주요 협상 카드가 되는 것도 중국 철강업체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관세 부과 증가와 더불어 반덤핑조사가 늘고 원천지를 추적하는 관세까지 도입될 경우 중국 철강업체들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발 철강 관세 25%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지, 세계 철강업계를 강타할 태풍이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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