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척의 고통에, 부모의 고개는 하늘을 보지 못하고 계속 떨궈졌다. 고개를 들 힘이 없었다. 같은 학교 교사에게 참혹히 살해당한 김하늘(8)양의 발인이 열린 14일 오전 8시45분 대전 건양대병원장례식장. 환하게 웃고 있는 딸 아이의 영정 앞에 고꾸라지 듯 쓰러진 부모는 연신 딸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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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대전 건양대병원장례식장에서 교사에게 피살된 김하늘양의 발인이 열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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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양 어머니는 “우리 애기 어떡해, 우리 애기가 왜 여깄어”라며 울부짖었다. 양 팔을 유가족들이 부축해줘야 겨우 발을 땅에 딛는 아내를 꽉 안으며 하늘양 아버지는 애써 정신을 붙잡았다.
슬픔 속에 이어진 발인 예배에서 목사는 “황망한 고난 속에서도 유족들이 잘 이겨낼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며 “하늘이가 하늘에서 하나님과 잘 있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기쁘고 즐거운 집에서 기쁘고 즐겁게 살겠네’라는 찬송가 구절이 흘러나오자 영결식장은 곡소리로 가득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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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교사에게 피살된 김하늘양의 발인 예배가 열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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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가 누워있는 작은 관이 운구차에 실리자 하늘양 어머니는 딸을 보내지 못하겠는 듯 발버둥쳤다.
어머니는 “제발 하늘이를 살려달라, 안돼, 안돼”라며 통곡했다. 얼이 나간 사람처럼 비틀거리면서도 아내를 챙기던 하늘이 아버지도 결국 무너졌다. 아버지는 “못보내 하늘아”라고 소리치며 작디 작은 하늘이의 관을 부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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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하늘양의 관이 운구차로 향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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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양의 관이 운구차에 실리자 유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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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하늘이를 실은 운구차가 장례식장을 벗어나면서부터 대전추모공원까지 호위했다.
화장터로 가기 전 운구차는 하늘이가 태어나고 자란 보금자리를 들렸다. 하늘이가 뛰어놀던 집 거실과 방을 둘러볼 시간을 주는 듯 운구차는 아파트 단지를 벗어날 때까지 200m 정도를 10㎞의 속력으로 천천히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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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하늘양이 다니던 학교 앞에 시민들이 국화꽃과 과자, 장원영 포토카드, 추모메모 등을 남기며 애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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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구차는 하늘이가 다닌 초등학교를 지나쳤지만, 인근을 지날 무렵 학교 교사 10여명은 검은 옷을 입고 교문 앞에 나와 황망함 속 하늘이를 배웅했다. 이날 시민 여럿도 학교 근처에서 하늘이의 영면을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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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양이 다닌 학교에 설치된 합동분향소에 마련된 애도 게시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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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 설치된 하늘양 시민합동분향소를 찾은 학부모와 자녀가 추모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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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양 관이 화장터로 향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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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가 다닌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 마련된 시민합동분향소를 자녀와 함께 찾은 한 시민은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데 그동안 시간이 안돼 못왔다가 오늘이 발인날이라고 해서 인사를 하고 싶어 왔다”며 “하늘이가 하늘에선 아파하지 않고 행복하길 바란다”며 눈물을 훔쳤다.
걸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별을 꿈 꾼 8살 하늘이는 이날 ‘하늘의 별’이 됐다.
분향소를 찾은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은 하늘이에게 보내는 메모를 한참 썼다. ‘하늘에서는 부디 아프지말고 행복했으면 좋겠어. 무엇보다 하늘이 너가 이 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됐으면 좋겠다. 그 별에서는 마음껏 뛰어놀길 바라....’
대전=글·사진 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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