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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DEI 철폐, ‘흑인 인어공주’ 디즈니도 바꿨다

조선비즈 김송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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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DEI 철폐, ‘흑인 인어공주’ 디즈니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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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른바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폐지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월트디즈니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최근 디즈니에서 DEI와 관련된 정책이나 조직이 축소 및 폐지되고 있는 것이다.

영화 '인어공주'에서 주인공 애리얼 역을 맡은 할리 베일리 / AP=연합뉴스

영화 '인어공주'에서 주인공 애리얼 역을 맡은 할리 베일리 / AP=연합뉴스



13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디즈니는 ‘피터팬’과 ‘아기 코끼리 덤보’ 등의 인종 차별적인 장면이 있는 고전 작품에 넣었던 사전 경고 문구를 삭제했다. ‘피터팬’은 인디언 원주민을 ‘레드 스킨(Red Skin)’으로 비하했고, ‘아기 코끼리 덤보’에서는 덤보를 도와주는 까마귀 떼 중 한마리가 과거 미국 남부에서 인종 간 분리를 합법화한 법의 이름인 ‘짐 크로’였다.

디즈니는 지난 2020년 아프리카계 미국인 영화 비평가 협회 등과의 협의를 통해 디즈니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에서 고전 영화가 재생될 때 ‘사람이나 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 또는 학대 장면을 포함한다. 이 같은 고정관념은 당시에도 잘못된 것이었고, 지금도 잘못된 것’이라고 명시해왔다. 또 7세 이하 어린이의 시청을 금지했다.

앞으로 디즈니의 인종 차별 경고 문구는 영화 세부 정보 섹션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WP는 디즈니의 경고 문구 삭제에 대해 “DEI 프로그램을 전반적으로 개편하는 작업의 일환”이라며 “이 같은 변화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기업들이 DEI 정책을 축소하는 흐름 속에서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디즈니는 임원 보상 평가 지표에서도 ‘다양성 및 포용성(Diversity and Inclusion)’을 ‘인재 전략(Talent Strategy)’으로 대체했다. ‘스토리텔링과 창의성’ 및 ‘시너지’ 부분은 그대로 유지됐다. 회사는 새로운 성과 지표를 기업 가치 준수 여부, 직원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등을 평가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WP가 입수한 디즈니 내부 메일에 따르면 디즈니 최고 인사 책임자인 소니아 콜먼은 “모두가 소속감을 느끼고 탁월함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조성하려는 우리의 약속은 변하지 않는다”면서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사랑받는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했다.


디즈니는 그동안 정치적 올바름(PC)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기업이었다. 디즈니는 1989년작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에서 가상의 캐릭터 주인공 애리얼을 빨간 머리 백인 인어로 그렸는데, 2023년 리메이크 실사판에서는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3월 개봉 예정인 영화 ‘백설공주’에서도 라틴계 배우를 캐스팅해 논란이 됐다. 백설공주는 원작에서 ‘흑단같이 까만 머릿결에 눈처럼 하얀 피부를 가진’ 소녀로 그려진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디즈니가 중시하던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공화당 정치인들과 반(反) DEI 운동가들이 디즈니의 영화에 퀴어 및 소수자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을 비판해 온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또한 DEI 철폐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디즈니 산하 픽사 스튜디오는 애니메이션 ‘모두의 리그: 이기거나 지거나(Win or Lose)에서 트랜스젠더 관련 스토리라인을 삭제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김송이 기자(grap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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