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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국왕 “가자지구 어린이 2000명 수용할 것”... 이스라엘·하마스는 다시 긴장 고조

조선일보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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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국왕 “가자지구 어린이 2000명 수용할 것”... 이스라엘·하마스는 다시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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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만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미국이 관리해 개발하고, 주민을 이웃 나라로 이주시키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압둘라 국왕은 아픈 어린이 2000명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히면서도 트럼프식 구상에는 반대했다. 요르단은 이집트와 함께 트럼프가 가자 주민들의 이주 대상지로 꼽은 나라다.

트럼프는 이날 정상회담 뒤 기자들에게 “가자지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의) 전쟁으로 황폐해진 곳으로 문명이 통째로 휩쓸려 나갔다”며 “이곳을 우리(미국)가 장악할 것이다. 굉장한 경제 개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땅의 일부를 미국이 통제할 때 중동에 처음으로 안정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요르단과 이집트, 그리고 또 어딘가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땅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두 나라를 거듭 언급했다. 이집트에 대해서는 “가자 주민 이주 관련 협상이 타결될 확률이 99%”라고도 했다.

요르단과 이집트는 팔레스타인을 이루는 두 지역인 서안지구, 가자지구와 각각 국경이 맞닿아 있으며, 이스라엘이 3차 중동전쟁으로 점령하기 전까지는 이 지역들을 관할해 왔다. 트럼프는 지난 4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가자지구에 대한 구상을 발표했고, 이주 지역으로 먼저 요르단과 이집트를 거론했다. 이 발언이 파장을 일으켜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는 요르단 국왕 면전에서 계획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압둘라 2세 국왕은 트럼프 발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면서도 “우리가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일은 암에 걸렸거나 매우 아픈 가자지구의 어린이 2000명을 최대한 신속히 요르단으로 데려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서는 좀 더 분명하게 의사를 밝혔다. 정상회담 뒤 자신의 X에 “가자와 서안의 팔레스타인 주민 강제 이주에 단호히 반대하는 것이 아랍의 단결된 입장”이라며 “강제 이주 없는 가자지구 재건과 인도적 위기 대응이 최우선 과제”라고 했다.

한편, 트럼프의 ‘가자 개발 계획’ 발표 이후 가자지구에서의 긴장감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일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 주민의 귀향을 늦추고 구호품 전달을 가로막는 등 휴전 합의를 어겼다며 15일로 예정됐던 인질 석방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5일 정오까지 인질 석방이 안 되면 휴전을 끝내고 교전을 재개하겠다고 경고한 뒤 가자지구 주변에 병력을 늘리고 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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