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장관·국가안보실장 등 증인신문
윤 쪽 ‘중국 위협, 경고성 계엄’ 강조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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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2025년 2월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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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11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윤석열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참석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계엄 선포 전) 대통령 집무실에서 한겨레 등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가 써 있는 쪽지를 봤다”고 증언했다. 자신에게 해당 지시를 받았다는 소방청장의 증언은 전면 부인하면서도 대통령실에서 이같은 내용의 문건을 본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한 셈이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열린 변론에서 피청구인인 대통령 윤석열 쪽은 ‘대통령 최측근’인 이상민 전 장관과 국방·보안 분야를 맡아온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을 통해 ‘야당의 폭주’, ‘중국과 간첩의 위협’, ‘부정선거 의혹’을 재차 강조하는데 집중했다. 이에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까지 직접 출석해 부정선거 의혹이 근거없음을 증언했다. 변론기일이 막바지에 다다른 만큼 ‘계엄의 위헌·위법성’이 필요한 사실조각만을 모으기 위한 공방이 오갔다.
이상민 전 장관은 이날 “(계엄에 이른) 대통령의 고심에 (자신은) 그렇게까지 고민하지 못한 것이 죄송했다”며 “계엄선포가 내란이라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선포 전 의결정족수(11명)을 채워 5분 동안 국무회의가 열렸다고 주장하며 회의 때는 대통령만 말했지만 그 전까지는 참석한 모든 국무위원들이 걱정과 우려 속에 대통령을 만류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내내 행안부 장관을 지내다 계엄 직후인 2024년 12월8일 자진 사퇴한 이상민 전 장관은 159명이 사망한 이태원 참사 직후 탄핵소추 되었던 일에 대해 “그 때문에 행안부가 고통당하고 국정에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이태원 참사와 같은 국가적 비극을 체제 전복 수단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조직적인 세력’을 언급했다. 이어 그는 “내가 (탄핵이 기각돼 업무에) 복귀한 뒤에는 (이전보다 큰) 집중 호우에도 사망자가 6명에 그쳤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상민 전 장관은 비상계엄과 관련해 어떠한 별도의 업무지시도 대통령으로부터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이(상민) 장관으로부터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요청에 협조하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허석곤 소방청장의 증언(2025년 1월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그는 대신 “계엄을 만류하러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갔다가 원형탁자 위에서 소방청장, 단전·단수, 한겨레 등 언론사 목록이 적힌 쪽지를 봤다”고 밝혔다. 누구도 지시하진 않았지만 문건은 존재했다는, 책임을 공중에 흐트려버리는 취지의 답변이다.
“비상계엄을 만류했다는데 온몸으로 막을 생각은 못했냐”는 국회 쪽 대리인의 질의에는 “대통령께서 심사숙고한 끝에 내신 결정인데 온몸으로 막는다는 것은 넌센스”라며 “솔직히 말하면 온몸을 바쳐서 막아야 할 대상은 무차별 탄핵을 남발하고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국방부 장관이던 2024년 3월말 즈음, 삼청동 안전가옥에서 대통령 윤석열이 자신을 바라보며 ‘비상한 조치’를 언급하고 ‘군이 나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하지 않겠냐’는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이 자리는 조태용 국정원장,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 여인형 방첩사령관과 술을 곁들인 만찬을 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신원식 실장은 조태용 국정원장과 함께 ‘비상한 조치’에 반대하고 자리를 파한 뒤 김용현 경호처장 등에게 재차 “대통령이 사람들에게 이같은 말을 안 하도록 신경써달라”는 취지의 말을 해뒀다고 말했다.
대통령 윤석열 쪽 대리인들은 신원식 실장과 백종욱 전 국정원 3차장에 대한 증인 신문에서 ‘중국’을 수십번 언급하며 이를 안보위협, 종북세력, 간첩, 부정선거 등과 연관시켰다. 이들은 신원식 실장에게 ‘중국이 한국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선거개입을 시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죠’라고 질문했다가 ‘외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답변하지 않겠다’는 답을 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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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청구인인 대통령 윤석열이 2025년 2월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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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윤석열은 직접 발언을 통해 “(수사기록 진술 조서 증거 채택은) 검찰이면 검찰, 군검찰이면 군검찰, 공수처면 공수처, 경찰이면 경찰 일관된 한 기관이 조사한 것이 아니고 여러 기관들이 그냥 달려들어서 그냥 중구난방으로 한 것이라 이걸 막연히 증거로 채택한다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은 “증거능력이 있다. 증거로 채택할 수 있다”고 일축했다.
이날 심판정에서는 국회 탄핵심판 소추위원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윤석열이 맞부딪히기도 했다. 정청래 위원장이 “(대통령 윤석열 쪽이 문제삼고 있는) 탄핵과 예산, 특검은 대한민국에서 헌법적으로 법률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국회의 권한”이라며 “권한 행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국회를 척결의 대상, 반국가 집단, 범죄자 집단의 소굴로 인식했다면 이것이 과연 경고성이었을까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윤석열은 “비상계엄의 선포와 그에 따르는 후속 조치도 엄연히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반박했다.
8차 변론기일은 2월13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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