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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8 (화)

“20분이면 끝”…날숨만으로 폐암 조기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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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날숨 채취를 하고 있는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원. ETRI 제공


사람의 날숨 성분을 분석해 95% 정확도로 폐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11일 검진자의 날숨을 통해 폐 속 암세포 덩어리에서 발생하는 다종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감지하는 센서 시스템과 여기에서 얻은 데이터를 분석해 폐암 환자를 판별하는 인공지능(AI) 딥러닝 알고리즘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검진자의 날숨이 담긴 비닐에 탄소튜브 막대기를 연결하면 호흡 중 배출되는 여러 가스 성분이 막대기에 붙는다.

이후 막대기를 폐암 조기진단 시스템에 집어넣고 시스템을 구동하면 내장된 20종의 멀티모달 센서가 호기 가스의 구성성분과 탄소튜브 막대기에 붙은 호기 속 VOCs의 양에 따라 각기 다른 전기 신호를 내보내는 것이다.

연구팀은 2019년 이미 날숨을 분석해 폐암을 발견하는 ‘전자코’를 개발한 바 있다. 사람의 코가 신경세포를 통해 냄새를 맡는 것에 착안한 기술로, 호흡 가스가 들어오면 전자센서소자로 마치 사람의 코처럼 냄새를 맡아 전기적 신호로 바꾸고 AI 딥러닝 학습을 통해 질병 유무를 판단해 검진을 마치는 시스템이다.

다만 전자코의 경우 폐암 진단 정확도가 약 75%로 실제 현장에서 선별검사에 적용할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연구팀은 분당서울대병원 전상훈 흉부외과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폐암 환자 107명과 정상인 74명의 임상 시료 날숨을 채취해 AI 딥러닝 알고리즘으로 학습시켜 결과 95%의 정확도를 나타냈다. 전자코에 비해 20% 정확도가 향상된 수치다.

이는 현장에서 선별검사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 기존 병원 진단 장비보다 제작 비용이 저렴하고 진단 속도도 20분 이내로 빠르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추가로 1000차례 이상의 대규모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대식 ETRI 책임연구원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이 상용화되면 폐암 환자의 조기 선별검사를 통해 치료율과 생존율을 높일 것”이라며 “관련 의료기기 분야에서 국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정부의 건강보험료 지출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상훈 교수는 “임상 규모를 확대해 시스템 재현성, 신뢰성을 개선하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스템을 고도화해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외에도 비만 환자의 날숨 속 단내(아세톤)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웨어러블 전자코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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