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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셋톱박스 제조사에 자사의 시스템반도체 부품만 사용하도록 요구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던 브로드컴이 제재를 피하는 대신 자진 시정방안을 시행키로 했다. 또 13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마련해 국내 반도체 설계(팹리스) 및 시스템반도체 산업 지원 등을 위한 상생방안도 추진한다.
공정위는 브로드컴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9일 밝혔다.
동의의결이란 사업자가 스스로 소비자 피해 구제 등 시정방안을 제시하고 공정위가 이해 관계인 등과 의견 수렴을 거쳐 그 방안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빠르게 종결하는 제도다.
브로드컴은 유료방송 셋톱박스용 시스템반도체 부품(이하 SoC) 제조사다.
공정위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국내 셋톱박스 제조사들에 유료방송사업자의 입찰 등에 참여할 때 브로드컴의 SoC가 탑재된 셋톱박스만을 제안하도록 하거나 기존에 경쟁사업자의 SoC를 탑재하기로 정한 사업에서도 브로드컴의 SoC로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국내 셋톱박스 제조사들은 이같은 요구에 따라 브로드컴의 SoC를 탑재한 셋톱박스를 유료방송사업자에 제안한 뒤 셋톱박스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제조·공급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브로드컴의 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었다.
브로드컴은 공정위의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격)를 송부받기 전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경쟁질서를 개선하고 팹리스 및 시스템 반도체 업계의 스타트업 등 중소사업자 지원을 통한 상생을 도모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공정위에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브로드컴은 자진시정안에 △국내 셋톱박스 제조사 등에 브로드컴의 SoC만을 탑재하도록 요구하지 않을 것 △브로드컴과 거래상대방 간에 체결돼 있는 기존 계약 내용을 거래상대방에게 불이익이 되도록 변경하지 않을 것 △거래상대방의 SoC 수요량의 과반수(50% 초과)를 브로드컴으로부터 구매하도록 요구하거나 이를 조건으로 가격·비가격(기술지원 등) 혜택을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것 등의 내용을 담았다.
특히 거래상대방이 SoC 수요량 과반수 구매 요구를 거절하더라도 SoC의 판매·배송을 종료·중단·지연하거나 기존 혜택을 철회·수정하는 등의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브로드컴은 이같은 시정방안을 '자율준수제도' 운영을 통해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또 임직원들에 공정거래법 교육을 연 1회 이상 실시하고 시정방안 준수 여부를 매년 공정위에 보고할 계획이다.
시정방안에 더해 브로드컴은 국내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산업 지원 및 스타트업 등 국내 중소 사업자와의 상생방안도 내놓았다.
상생방안은 크게 △반도체 전문가 및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 센터 설립과 운영 지원 △팹리스 등 반도체 분야의 스타트업 등을 위한 사업 컨설팅 제공 및 인프라 구축 지원 △반도체 산업 관련 세미나·컨퍼런스 개최 및 반도체 산업 홍보 활동 지원(체험관·홍보관 조성) 등이다.
브로드컴은 상생방안 실행을 위한 상생기금으로 13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사건의 성격과 브로드컴이 제시한 시정방안의 거래질서 개선 효과, 예상되는 제재 수준과의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유럽 집행위원회,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도 브로드컴의 비슷한 행위에 대해 각각 동의의결로 사건을 처리했다는 점도 고려했다.
특히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브로드컴이 해당 분야 국내 스타트업 등 중소 사업자의 성장을 지원함으로써 국내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상생 및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브로드컴이 제시한 시정 및 상생방안을 신속히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 국내 시스템반도체 시장의 경쟁질서 및 거래질서 개선 등 공익에도 부합한다고 판단했다"며 "빠른 시일 내 시정방안을 구체화해 잠정 동의의결안을 마련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수렴 및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전원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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