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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7 (목)

이슈 미술의 세계

상처투성이 고흐, 우린 왜 열광하나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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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고흐의 ‘성경이 있는 정물’.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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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일 하나 없던 불운의 아이콘. 아버지와 불화했고, 돈벌이에 내몰린 화상의 생활에 염증을 느껴 직장을 때려치웠고, 신학교에 들어가려 했지만 낙방했다.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한 뒤엔 정신질환에 시달렸다. 고흐의 삶은 상처투성이였다. 고흐의 그림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나르시시즘, 모방 욕망 등 심리학적으로 읽는다면 어떨까. ‘성경이 있는 정물’에는 구석에 조그만 책을 그려 넣었는데, 아버지가 그토록 읽지 말라고 한 에밀 졸라의 소설 ‘삶의 기쁨’이다. 아버지에 대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드러낸 것이다. ‘멜랑콜리’에선 어머니에 대한 집착과 한 여인을 향한 비뚤어진 사랑을 나르시시즘적으로 바라본다.



고흐가 고갱과 생활한 후 남긴 ‘의자’ 유화 2점에선 묘한 신경전이 포착된다. ‘고흐의 의자’는 고갱이 경멸한 방식으로 그리고, ‘고갱의 의자’는 고갱이 비난하던 색조의 혼합이다. 고갱도 불쾌감을 숨기지 않고 작품으로 응수한다. 고흐의 대표작인 ‘해바라기’를 비웃기라도 하듯 ‘해바라기를 그리는 고흐’에서 눈을 가늘게 뜬 흐리멍덩한 얼굴의 고흐를 그린다.



심리적으로 볼 때 흠결 많은 고흐인데, 우리는 왜 그의 그림을 보고 따뜻한 감정을 느끼는 것일까. 책의 저자는 자신의 진실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 작품을 통해 감정을 대면하는 법을 배우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살아남기 위해 가면을 쓰며 감정을 소모하는 시대에, 고흐의 그림이 상처로 딱딱해진 감각을 깨워 스스로를 따뜻한 시선으로 보듬을 수 있는 용기를 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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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로 읽는 심리 수업 l 김동훈 지음, 민음사, 2만3000원


절망적인 환경에서 고흐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예술적 혼을 불태운다. 추위와 배고픔에 떨지만 강인한 삶을 사는 민중들을 보고 ‘감자 먹는 사람들’ ‘광부들’을 그린 뒤 이런 고백을 한다. “나도 우울한 때가 있어. 그리고 사라져 버릴까도 생각했지. 그런 감정이 들 때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해. 사라져 버리는 것, 자살, 이런 것들은 우리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야.” 책에 수록된 고흐 작품 137점이 읽는 맛을 더한다.



김용철 선임기자 yckim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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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의자’와 ‘고갱의 의자’(아래). 런던 국립미술관,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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