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앞두고 가격 인상 전 각종 물품의 사재기에 나선 소비자와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사진은 미국의 한 마트에서 소비자가 물품을 담는 모습. /AP 연합뉴스 |
4일 캐나다·멕시코·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앞두고 미국 소비자와 기업들이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관세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가격 인상 전 미리 각종 물품을 비축해 놓고 있다는 것이다.
1일 CNBC는 “월마트(소매업체), 콜롬비아 스포츠웨어(의류업체), 레노버(IT기기 제조업체) 등 다양한 미 기업들이 관세가 시행되기 전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신속히 수입을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업들의 물류 창고마다 태양광 패널, 리튬 배터리 등 가격 인상을 대비해 미리 쟇여놓은 재고가 쌓여있다는 것이다. CNBC는 “재고를 쌓아놓기 위한 기업들의 창고 보관 비용은 결국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관세를 공약으로 내건 트럼프가 작년 11월 대선에 당선된 이후 월마트, 타겟 같은 미국 대형 소매점에서 화장지 등의 생활 필수품 재고가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은 최근까지 계속돼 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작년 12월 “미국인들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컴퓨터 부품, 진공 청소기, 커피, 올리브 오일을 비축하고 있다”며 “가격 인상을 앞두고 오래된 자동차, 가전제품을 교체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35세의 한 소프트웨어 컨설턴트는 “대선 이후 8087달러의 삼성 공기열 냉난방 시스템, 3214달러의 LG TV, 1081달러의 데논 오디오, 509달러의 밀레 진공청소기 등 새로운 가전 제품에 1만 2000달러 이상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소매업체들 역시 “지금이 가장 쌀 때”라며 “관세로 가격이 오르기 전에 구매하라”고 홍보하고 있다. 실제로 4일 예정대로 관세가 시행된다면 몇달 전부터 발빠르게 사재기에 나섰던 이들이 이득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관세 인상 국면이 장기화 될수록 경제에 부담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ABC는 2일 “많은 회사들이 트럼프의 행동을 예상하고 관세를 피하기 위해 수입품을 비축했다”면서도 “재고가 감소하기 시작하면 소비자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보도했다. 애초 사재기를 해둘 수 없는 물품들도 있다. ABC는 “아보카도, 바나나 등 상하기 쉬운 농산물은 비축을 할 여유도 없다”며 “이들에 대한 관세 영향은 며칠 내로 식료품 진열대에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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