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자산운용업계엔 상장지수펀드(ETF) 관련 임원 자리를 ‘독이 든 성배’에 비유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보통 영광스럽거나 매력적인 제안이긴 한데, 받아들이는 순간 큰 고통을 각오해야 하는 일에 독이 든 성배란 표현을 쓰죠. 자산운용사 ETF 임원은 어쩌다가 ‘신성(神聖)하지만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위험한 술잔’과 비교되는 처지에 놓였을까요.
시계를 살짝 앞으로 돌려보겠습니다. 이달 13일 KB자산운용은 노아름 ETF운용실장을 ETF사업본부장으로 승진 발령했습니다. 이 인사에 업계 관심이 쏠렸는데요. KB자산운용이 ETF사업본부장을 외부에서 영입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입니다. 1년 전 KB자산운용은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일하던 김찬영 씨를 영입해 ETF사업본부장 자리를 맡겼습니다.
KB자산운용은 김 전 본부장 주도로 ETF 브랜드 이름을 ‘KBSTAR(KB스타)’에서 ‘RISE(라이즈)’로 바꾸고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KB자산운용은 삼성·미래에셋 양강 구도를 조금도 흔들지 못했고, 한국투자신탁운용에는 되레 추격을 허용했습니다. 김 전 본부장은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조선 DB |
시계를 살짝 앞으로 돌려보겠습니다. 이달 13일 KB자산운용은 노아름 ETF운용실장을 ETF사업본부장으로 승진 발령했습니다. 이 인사에 업계 관심이 쏠렸는데요. KB자산운용이 ETF사업본부장을 외부에서 영입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입니다. 1년 전 KB자산운용은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일하던 김찬영 씨를 영입해 ETF사업본부장 자리를 맡겼습니다.
KB자산운용은 김 전 본부장 주도로 ETF 브랜드 이름을 ‘KBSTAR(KB스타)’에서 ‘RISE(라이즈)’로 바꾸고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KB자산운용은 삼성·미래에셋 양강 구도를 조금도 흔들지 못했고, 한국투자신탁운용에는 되레 추격을 허용했습니다. 김 전 본부장은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 전 본부장 이전에도 ETF 관련 임원 이동은 잦았습니다. 김 전 본부장 전임자인 금정섭 씨는 작년 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으로 이동했고, 금정섭 본부장에게 자리를 내준 김성훈 씨는 현재 iM에셋자산운용으로 둥지를 옮긴 상태입니다. 김승현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컨설팅담당은 하나자산운용 ETF총괄본부장으로 명함을 바꿨죠.
또 NH-아문디자산운용은 ETF투자본부장을 김현빈 씨에서 김승철 씨로 바꿨습니다. 삼성자산운용은 작년 말 블랙록자산운용 한국 대표 출신인 박명제 씨를 ETF사업부문장으로 영입했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전략ETF운용본부를 책임지던 이경준 씨는 최근 키움투자자산운용으로 이직을 결정했습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
일부 운용사에선 ETF 임원 교체 과정에서 뒷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어떤 이와 관련해선 전 직장에서 징계받은 사실이 뒤늦게 문제가 됐다는 말이 돌았고, 어떤 이에 대해선 마케팅 예산을 사적으로 쓰다가 잘렸다는 루머가 퍼졌습니다.
이쯤 되면 ‘독이 든 성배’란 표현이 나온 이유를 알 것도 같습니다. 운용사들이 ETF 담당 임원을 수시로 교체하는 건, 그만큼 이 시장에서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하고 또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의미겠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ETF 시장의 순자산총액은 현재 180조원을 돌파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ETF로 100억원 넘는 운용수익을 낸 운용사는 미래에셋·삼성·한투·KB 등 4곳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사실 100억원이면 감사한 일입니다. 허들을 ‘운용수익 10억원 이상’으로 확대해도 단 11곳에 불과합니다. 중소형사인 트러스톤자산운용(8000만원)과 교보악사자산운용(8000만원), 흥국자산운용(7000만원), KCGI자산운용(6000만원), IBK자산운용(1000만원) 등의 지난해 운용수익은 1억원에도 못 미칩니다.
자산운용업계의 치열한 ETF 경쟁은 앞으로도 이어질 겁니다. 많은 운용사가 침체 수렁에 빠진 공모펀드를 대신할 미래 먹거리로 ETF를 점찍었기 때문이죠. 그 격한 경쟁 과정에서 누군가는 영전의 영광을, 누군가는 실직의 아픔을, 누군가는 이직의 기회를 계속 마주할 겁니다. 부디 이 혼돈의 인사이동이 궁극적으로는 한국 ETF 시장의 질적 성장으로 연결되길 바랄 뿐입니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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