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피해자 인터뷰
중국 당국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된 장준지에 씨. /BBC |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표명한 이들이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돼 향정신성 약물을 투여받고 전기경련치료(ECT)까지 받았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영국 BBC는 22일(현지 시각) 피해자 인터뷰와 법원 문서를 통해 중국 정부에 항의하거나 불만을 제기한 뒤 정신 건강상의 이유로 입원당한 중국인 사례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중국에서는 법원의 개입 없이 정부에 반대하는 시민을 구금하는 방법으로 병원에 입원시키는 악습이 있었다”며 “중국의 유명 변호사는 최근 이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피해자를 인터뷰해 상세한 피해 사실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장준지에(20)는 지난 2022년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정책에 항의했다가 정신병원에 12일간 강제 입원됐다고 주장했다. 그를 끌고 간 두 남성은 코로나 검사 센터로 데려간다고 했지만 도착해 보니 병원이었다. 그는 “의사들은 제가 매우 심각한 정신 질환을 앓고 있다고 했고 저를 침대에 묶었다”며 “의사들은 제가 당과 정부에 대한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신 질환이 틀림없다고 거듭 말했다”며 강제 입원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준지에는 퇴원 한 달 만에 춘제(春節·음력설) 불꽃놀이 금지령에 저항해 폭죽놀이 영상을 제작했다가 다시 체포돼 2개월 이상 강제 입원됐다. 그는 퇴원 후에는 조현병과 양극성 장애 치료제인 아리피프라졸을 처방받았고 경찰이 집을 방문해 복약 여부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강제 입원이 두려워 친구와 가족에게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한 채 뉴질랜드로 떠났다.
또 다른 피해자인 지에 리젠은 지난 2018년 공장 노동자 처우 개선 시위에 참여했다가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됐다. 그는 정신병원에 입원되기 전 경찰에게 3일 동안 심문을 받았다. 그는 입원 후 향정신성 약물을 처방받았고, 일주일 만에 복용을 거부하자 전기경련치료(ECT)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고통스러웠고 온몸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정말 고통스러웠다”며 “몇 번이나 기절했고 죽을 것 같았다”고 했다. 52일 만에 퇴원한 그는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미국 망명 신청 절차를 밟고 있다.
중국은 2013년 정신위생법을 제정해 정신건강의학과 강제 입원을 금지했으며, 당사자의 동의를 통해 환자가 자발적으로 입원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중국의 변호사 황쉐타오는 “최근 정신병원에 자기 의지에 반해 구금된 사람의 수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BBC는 강제 입원 사례가 있는 4개 병원의 의사들을 취재한 결과 5명의 의사 중 4명이 경찰이 환자를 보내는 사례가 있다고 확인했다고 전했다. 한 의사는 “정신과에는 ‘문제아’라는 입원 유형이 있다”고 귀띔했다.
정신위생법 남용 사례를 추적해온 중국 시민 언론인 그룹에 따르면 2013∼2017년 200명 이상이 당국에 의해 부당하게 입원당했다. BBC는 2013∼2024년 중국 법원의 공식 웹사이트에서 강제 입원을 이유로 경찰과 지방정부, 병원에 대한 법적 조치를 시도한 112명을 찾아냈다. 이 중 약 40%가 당국에 불만을 제기한 적이 있었으며 승소는 단 2건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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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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