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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9 (수)

트럼프 “중·러와 비핵화 희망” 핵군축 추진 시사…북핵은 언급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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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55회 세계경제포럼(WEF) 연차 총회에서 원격으로 특별 연설을 진행했다. 다보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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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중국을 향해 ‘핵무기 감축을 희망한다’고 제안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석유가격 인하, 중국의 역할 등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데 중요하다고도 언급했다. 미국 경제활성화를 위해 관세 필요성을 거듭 부각한 그는 무역적자와 빅테크 규제 등을 이유로 유럽연합을 거세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화상으로 취임 뒤 첫 국제무대 연설을 갖고 “우리(미국·러시아·중국)가 비핵화(denuclearize)를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은데, 나는 그것이 매우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2020년) 대선 선거 전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양국간 비핵화에 관해서 이야기를 했다”면서 “(그대로 진행됐다면) 중국도 따라왔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푸틴은 핵무기를 대폭 줄이는 아이디어를 매우 좋아했다”라며 “우리는 모든 나라가 (핵 군축에) 따라오게 했을 것이며 이것은 지구를 위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일이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중국의 핵 능력과 관련해 “중국은 지금 미국보다 상당히 적은 핵무기가 있지만 그들은 향후 4~5년 내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 비핵화(denuclearization)는 핵 군축(nuclear disarmament)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핵 군축은 전략 핵무기 등의 규모를 서로 제한하는 개념이며 비핵화는 핵무기 자체를 없애는 개념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2010년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을 맺었다. 양국이 보유할 수 있는 전략핵탄두 수를 제한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운반수단 수도 제한하는 협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 이 협정을 ‘불공정하다’고 평가하면서 중국까지 포함한 새로운 협정을 요구했으나, 중국은 이를 거부했다. 내년 2월 만료가 예정돼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1987년 중거리핵전력조약(INF)도 맺었다. 사거리 500~5500㎞의 지상발사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및 크루즈미사일을 전면 폐기하는 내용이다. 미국과 러시아 간 위반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어오다 트럼프 대통령 1기 때인 2019년 8월 미국이 탈퇴해 무효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 핵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중국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화상연설에서 “중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끝내는 것을 도와줄 수 있기를 바란다”며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고, 우리는 중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7일 이뤄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이 문제를 언급했다며 “협력해 전쟁을 멈출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세계경제포럼 전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지 묻는 질문에 “러시아에 물어봐야 한다”라면서 “우크라이나는 준비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 협상(settlement)을 위한 노력이 기대를 갖고(hopefully) 진행되고 있다”라며 “전쟁을 끝내기 위해 곧 푸틴 대통령을 만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석유수출국기구에 유가를 내리라고 요청하겠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가 내려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바로 끝날 것이다. 지금은 유가가 전쟁이 계속될 수 있을 만큼 높다. 유가를 끌어내려야 한다. 그러면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오래전에 유가를 낮춰야 했다. 사실 그들은 어느 정도 지금 벌어지는 일에 매우 책임이 있다.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라며 “유가가 떨어지면 난 즉시 금리를 내리라고 요구하겠다.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서 금리가 내려야 한다. 우리를 따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를 위해 세계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지도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기업들에 대한 내 메시지는 매우 간단하다. 미국에 와서 제품을 만들어라. 그러면 우리는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낮은 세금을 적용하겠다”라며 “하지만 여러분이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면, 그건 여러분의 권리이지만, 여러분은 매우 간단하게 다양한 금액의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관세는 우리의 경제를 강화하고 채무를 갚는 데 필요한 수천억 달러, 심지어 수조 달러를 우리 재정에 보탤 것”이라며 “일자리를 만들고, 공장을 세우고, 기업을 키우기에 미국보다 더 좋은 장소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21%인 법인세율을 15%로 낮추겠다면서 “미국에서 제품을 만드는 경우에만 15% 세율을 적용하겠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 때리기도 계속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유럽연합과의 교역에서 수천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에 대해 뭔가를 할 것이다. 유럽연합은 우리를 매우 매우 불공정하고 나쁘게 대우한다. 그들은 우리의 농산물과 자동차를 사지 않지만 우리한테 수백만 대의 자동차를 수출한다”고 지적했다.



또 유럽연합이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의 빅테크를 규제하면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과 관련해 “이들은 미국 기업이고, 유럽연합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내가 보기에는 일종의 세금이다. 우리는 매우 불만이 크다”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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