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숄츠 독일 총리, 머스크 극우 지지 발언·나치 경례 논란에 “용납 못해”

조선일보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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숄츠 독일 총리, 머스크 극우 지지 발언·나치 경례 논란에 “용납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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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1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최고 실세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강하게 비난했다. 이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대담 행사에서 숄츠는 머스크를 겨냥해 “유럽과 독일에는 표현의 자유가 있고, 누구든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지만 극우적 입장을 지지하는 것만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머스크의 최근 행태가 독일에서는 정치적, 윤리적 논란을 넘어 불법적 행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유럽연합(EU)의 주축이자 자유 진영의 주요 멤버인 독일 총리가 이와 같은 비판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달 숄츠를 ‘바보’라고 조롱했고, 독일의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적극 지지하는 언행을 이어가며 ‘내정 개입’ 논란을 일으켰다. 이 같은 머스크의 일련의 언행으로 누적된 숄츠의 분노가 트럼프 취임일에 열린 지지자 모임에서 머스크가 나치식 경례를 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폭발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머스크는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축하 행사에서 청중에게 감사를 표하는 과정에서 오른쪽 손을 왼쪽 가슴에 댔다가 앞으로 곧게 펴 어깨 위로 치켜올리는 동작을 했다. 이에 ‘나치식 경례(Nazi Salute)를 했다’는 거센 논란이 일었다. 특히 머스크가 그가 “트럼프의 승리는 인류 문명의 갈림길”이라고 언급한 직후 이 몸짓을 한 탓에 유럽에선 더욱 비난의 강도가 거셌다. 나치가 자신들의 정치적 승리를 ‘인류 문명의 진보’라고 주장했고, ‘승리 만세(지크 하일·Sieg Heil)’를 외치며 경례를 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나치식 경례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해지는 불법행위다. 앞서 머스크는 독일 극우를 지지하는 행보도 이어왔다. 지난달 독일 일간지 벨트 주말판에 “AfD만이 독일을 구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기고를 실어 독일인의 AfD 지지를 호소했고, 지난 9일에는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 대표와 온라인 대담도 했다. AfD는 일부 조직원이 유대인 학살을 부인·미화하거나 인종차별적 행태까지 보이면서 독일 사법 당국이 ‘반헌법적 극단주의 의심 단체’로 분류한 바 있다.

다만 숄츠가 다음 달 23일 조기 총선을 앞두고 AfD의 지지율이 22%까지 치솟으며 자신이 속한 중도 좌파 사회민주당(SPD)을 제치자 과민 반응을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머스크의 나치식 경례 논란에 대해선 ‘신체적 특성으로 악의 없이 현장 분위기에 휩쓸린 행동에 지나치게 반응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머스크는 실제로 지난 2021년 자신이 자폐성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고백했는데 이 증상에 따른 동작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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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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