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하나된 충성 영원한 명예’
대통령경호처의 처훈이다.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을 경호하는 게 국가에 대한 충성이자 더없는 명예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경호처가 ‘오케스트라’에 비유될 만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이유이다.
사진=대통령경호처 홈페이지 캡처 |
‘하나된 충성 영원한 명예’
대통령경호처의 처훈이다.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을 경호하는 게 국가에 대한 충성이자 더없는 명예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경호처가 ‘오케스트라’에 비유될 만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이유이다.
현재 경호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대통령을 지키는 게 충성과 명예라는 간단명료했던 명제가 지금은 혼란스러워졌다. 법원이 발부한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을 들이미는 수사기관, 영장 자체가 위법이라는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단. 그들 앞에서 경호처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지금 대통령을 보호하는 게 충성과 명예이냐, 아니면 위법에 가담하는 것일 뿐이냐.
이런 와중 윤 대통령은 최근 경호처 간부들과 오찬을 가지며 ‘매뉴얼에 의한 적법한 직무수행’을 강조했다고 한다. 일부 언론과 더불어민주당에선 이 자리에서 무기 사용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지만, 이를 차치하더라도 ‘매뉴얼대로 하라’는 한 마디만으로도 곤란하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이 13일 밝혔듯 매뉴얼만 따르더라도 기관단총을 사용할 수 있어서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이 발부되며 경호처와 수사기관이 대치한 이래 지금까지, 기자와 소통했던 대통령실과 경호처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수사기관과 대치는 하더라도 물리적으로 충돌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내부에선 지배적이다”고 전해왔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넘어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 물리적 충돌이라는 것이다.
현재 경호처는 그런 마지노선을 넘어서라도 대통령을 따라야 한다는 강경파와 이제라도 수사기관에 협조해야 한다는 반대파로 나뉘는 양상이다. 양측 모두 각자의 판단에 따라 충성과 명예를 좇는 것일 테다.
다만 기자는 경호처가 스스로 내세운 비전을 다시금 곱씹으며 숙고하길 바란다. ‘대통령과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경호전문기관’ 경호처는 대통령을 보호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게 목적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을 따르면 자칫 국민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 신중을 기하는 게 옳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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