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2차 대선에 승리하고 한 손을 들어 환화고 있는 현 대통령이자 대선후보인 조란 밀라노비치(오른쪽)와 부인 산자. /로이터 연합뉴스 |
유럽연합(EU)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국인 동유럽 크로아티아 대통령 선거에서 친러시아 성향인 조란 밀라노비치 현 대통령이 당선돼 연임에 성공했다. 밀라노비치는 12일 치른 결선투표에서 75%를 득표해 중도 우파 집권당인 크로아티아민주동맹(HDZ) 소속 드라간 프리모라츠(25%)를 큰 표 차로 꺾었다. 밀라노비치는 지난해 12월 1차 투표에서 49%를 득표해 1위로 결선에 올랐다.
크로아티아는 총리가 실권을 갖는 내각제 국가이지만, 국가원수이자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외교·국방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밀라노비치는 중도 좌파 사회민주당(SPD)을 이끌고 2011~2016년 총리로 재임한 뒤, 2020년 2월 대통령에 올랐고 연임에 성공하며 크로아티아 정계의 최고 실력자가 됐다.
이는 러시아 침공에 고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또 하나의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밀라노비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에는 크로아티아가 중립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반대하는 등 EU·나토 입장과 배치되는 발언을 내놓으며 현 정부와 대립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공식 석상에서는 스스로의 정치 성향이 친러시아는 아니라고 소개하면서도 작년 독일에서 열린 나토 우크라이나 지원 훈련에 자국 장교를 파견하려던 계획에 퇴짜를 놓는 등 친러시아 색채를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밀라노비치는 당선이 확정된 뒤 승리 연설에서 “정부는 내가 하는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게 국민이 듣고 싶어하는 말”이라며 자신의 외교 노선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1990년 유고슬라비아연방에서 분리 독립한 크로아티아는 2000년대 이후 친서방 정권이 쭉 집권하면서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비중을 줄이는 등 ‘탈러시아’ 정책의 속도를 높여 왔다. 하지만 밀라노비치의 재집권으로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크로아티아처럼 동유럽 국가이면서도 EU·나토 가입국인 슬로바키아에서도 지난 2023년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반대해온 친러시아 성향 정치인 로베르트 피초 전 총리가 총선에서 승리하며 재집권했다. 피초는 지난해 12월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등 EU·나토를 의식하지 않는 독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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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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