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빈. 사진ㅣ킹콩by스타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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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가 되면서 더 치열하게 연기를 바라보게 됐어요. 제 삶에 변환점이 된 작품입니다.”
“‘수어’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연기력 논란 터졌을 때 눈물만 나고 잠도 못잤어요. 저 역시 부족한 걸 느끼니 더 아쉽기만 했습니다.”
배우 채수빈(31)이 연기를 대하는 자세는 진지했다. 지난해 30세가 된 채수빈에게 MBC 금토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은 선물같은 작품이 됐다. 자신을 되돌아보고, 또 자신을 연기자로서 한 번 더 대중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작품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종영한 ‘지금 거신 전화는’은 마지막회 시청률 8.6%(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초반 상승세를 꾸준히 이어온 드라마는 극 말미로 갈수록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며 인기를 모았다. ‘채수빈의 존재감이 더욱 도드라지는 순간이었다.
종영 후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채수빈은 “진심을 담아서 연기하려고 했던 부분들이 주효했다. 사실 대본을 받고 어떤 감정인지 명확하게 몰라서 배우들과 감독님에게 많은 질문을 하고 고민하며 장면 하나 하나를 만들었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채수빈. 사진ㅣ킹콩by스타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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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채수빈은 우리나라 최고 언론사주의 둘째 딸이자 차기 대권주자의 며느리이며 국민들의 절대적인 신뢰와 지지를 받는 대통령실 대변인의 아내이지만 함묵증과 무기력증, 울화병으로 속은 곪아 터지기 직전인 ‘홍희주’ 역을 맡아 유연석과 부부 호흡을 맞췄다. 직업은 수어통역사다. 특히 홍희주는 함묵증을 앓고 있다. 함묵증은 말을 잘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장소, 조건이나 상황에서는 말을 하지 못하는 불안 장애를 말한다.
채수빈은 “뉴스 수어통역사로서 어떤 모습들을 어떻게 보여줘야 할 지 고민이 컸다. 실제 수어 통역사를 만나서 자문을 구하며 배웠다”면서 “가장 어려웠던 건 일상 생활 여러 상황에 따라 희주가 말하지 못하는 것, 대사로 전달하지 못하는 점이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함묵증이라는 핸디캡을 안은 캐릭터를 연기하긴 쉽지 않았으나 그로 인한 공부와 성장을 역시 함께 이뤄졌다. 채수빈은 “생소한 경험이었다. 나도 그렇고 상대 표정, 눈빛을 보며 대사를 하고 연기해 나가는 게 일반적인데 배우가 대사를 전달하지 않는다는 게 손발이 다 묶인 느낌이었다. 그런 가운데서 나도 알지 못했던 다양한 표정과 연기 톤 등을 깨닫게 됐다”고 되돌아봤다.
채수빈. 사진ㅣ킹콩by스타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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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를 전문적으로 하는 인물이다보니 채수빈은 꾸준한 수어 공부와 함께 촬영에 임했다. 그는 “수어를 기본 언어하듯이 술술 대사가 나오게끔 연습을 많이 했다”며 “촬영팀도 수어 연기를 다뤄본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시행착오가 많았다. 전날 다 준비해서 촬영장 가면 갑자기 ‘국제 수어’로 해야한다고 해서 새로 준비해서 촬영을 하기도 했다. 연습했던 게 다 날아가고 꼬이다보니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잘 해내고 나면 뿌듯한 감정이 들면서 한층 성장한 기분이었다”고 돌아봤다.
채수빈은 수어와 가까이 지내면서 그 매력에 푹 빠진 모습이었다. 그는 “수어라는 언어가 대중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겠다 싶어서 나름 뿌듯했다. 손과 표정으로 언어를 표현한다는 게 참 예쁜 방식의 언어라고 생각한다. 수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생각보다 많아서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렇듯 배움에 지치지 않고 더 나아가려는 채수빈이었다. 1화에서 ‘산을’ 표현하는 수어가 반복적으로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해당 수어가 손가락 욕설처럼 표현되며 수어를 희화화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이와 더불어 채수빈의 연기력에 의구심을 갖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일부 나왔다.
이와 관련 채수빈은 “연기력 논란이 이어지는 걸 보고 너무 속상해서 집에 가서 계속 울었다. 내가 봐도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보니 더 속상했던 것 같다. 며칠 잠도 못자고 촬영장에 나갔다”며 “주변 동료들과 스태프분들이 많은 응원과 조언을 해주셔서 큰 도움이 됐다. 그러면서 나 스스로 ‘잘할 수 있어 최면을 걸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유연석, 채수빈. 사진ㅣ킹콩by스타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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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채수빈은 연기 호흡을 맞춘 배우 유연석에게 큰 고마움을 느꼈다. 그는 “이번 작품 하면서 어려움이 따르다보니 약간의 슬럼프를 느꼈던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유연석 선배님과 동료들이 더 응원해주고 잘해주셨다. 특히 유연석 선배님과는 얼굴을 보지 않고 연기하는 것을 두고 서로 직접 녹음을 해서 건네주며 연습했다. 스태프 목소리가 아닌 내 목소리를 직접 들려주면서 그에 반응하는 연기를 체크하려고 했던 것이다. 선배님과 사전에 정말 많이 고민하고 회의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며 유연석을 ’유대장‘이라고 표현했다. 유연석이 채수빈을 비롯, 배우들을 압도하며 잘 이끌어줬다는 데에서 나온 별명이다.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채수빈에게 꽤나 큰 성장통으로 다가온 이번 작품이었다. 인터뷰 내내 어려움을 고백했지만 결과는 수월하게 끝낸 베테랑 배우에 가까웠다. 그는 “이번처럼 핸디캡이 있는 캐릭터 캐스팅이 오면 주저없이 또 할 것 같다. 힘든 과정이 있었지만 다시 선택하겠다”며 “자신감보다는 나 스스로 연기가 단단해졌음을 느꼈다. 겁이 많은 편이긴 한데 부딪혀보고 싶다”고 도전 정신을 보였다.
30대 채수빈의 연기 가치관도 변했다. 그는 “20대 때는 마냥 즐겁게 연기했다면 지금은 내 연기로서 나를 넘어 이 작품이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고민하게 됐다. 더 신중한 자세와 책임감을 갖게 됐다. 어떻게 해야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지, 좋은 작품을 함께 만들어낼 수 있을 지 고민한다. 연기하는 내내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의심하게 된다”며 성숙해진 면모를 드러냈다.
채수빈. 사진ㅣ킹콩by스타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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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차기작은 정해지지 않았다. 채수빈은 “우선 쉬는 시간을 갖고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연기할 수 있는 나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앞으로 배우로서 흔들림없이 오랜 기간 작품 잘 해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승훈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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