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회장 선거도 중지 가처분 신청…“선거권 심각한 침해”

이기흥 회장이 3선에 도전장을 낸 대한체육회장 선거 일정이 멈출 가능성이 생겼다. 연합뉴스

법원 결정에 의해 선거 일정이 중단된 대한축구협회와 마찬가지로 대한체육회장 선거도 ‘일시 멈춤’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생겼다. 일부 선거인단이 선거권 침해를 이유로 법원에 선거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기 때문이다.

이호진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을 대표 발의자로 한 11명의 대한체육회 대의원은 지난 7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체육회장 선거 중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체육회장 선거는 오는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릴 예정이며, 총 2244명의 선거인단 직접 투표로 진행된다.

이호진 회장을 비롯해 가처분 신청을 낸 체육회 대의원들은 “선거 당일 오후 1시부터 후보자 정견 발표를 진행한 뒤 투표 시간을 150분으로 제한한 선거 방식에 문제가 있다”면서 “전국 단위 선거인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하면서 투표 지역을 서울로 한정한 것 또한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가처분 신청을 대리한 이정호 변호사(법무법인 천우)는 “체육회 산하 단체인 각 연맹과 협회도 하루 정도의 투표 시간을 보장하는데, 최상위 단체가 150분으로 투표 시간을 제한한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뿐만 아니라 정견 발표 시작 시간만 안내됐을 뿐, 투표 개시 시간도 명확하지 않다. 지방에 있는 선거인은 현실적으로 투표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정호 변호사는 “이번 선거 방식대로라면 수도권 선거인단 위주로 투표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이자 과거의 나쁜 선례를 답습하는 것”이라면서 “선거인단의 선거권이 명백히 침해 받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체육회장 선거는 지난 2013년까지 50여 명의 대의원이 투표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지만, 지난 2016년 국민생활체육회와의 통합 이후 선거인단이 1405명으로 대폭 늘었다. 2016년 선거 당시에도 선거 장소는 올림픽홀이었는데, 전체 선거인단 1405명 중 892명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 63.5%를 기록했다. 당시 이기흥 후보가 294표를 얻어 당선됐다.

한편 지난 2021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온라인 전자투표 시스템을 도입해 선거를 치렀다. 선거인단 2170명 중 1974명이 참여해 90.97%의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이정호 변호사는 “선거인단의 선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각 지역에서 분산 투표를 실시하는 방법, 전자 투표를 도입하는 방법 등을 고려해 볼만하다”면서 “사전 투표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급히 선거 중지 가처분을 신청한 건 현행 제도대로라면 당선자가 나오더라도 선거 무효 소송이 뒤이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체육회에 앞서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허정무 후보가 축구협회를 상대로 낸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은 법원으로부터 인용돼 관련 일정이 중단된 상태다. 허정무 후보는 지난달 30일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8일 만인 지난 7일 인용 결정을 했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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