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 감독 시절 팬들 '나가라!' 함성 그립기도"'
"대회 우승으로 살아있음 보여줘...내 길 묵묵히 갈 것"
동남아 최대 축구 대회 2024 미쓰비시일렉트릭컵에서 우승한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김상식 감독이 6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정부 청사에서 팜 민 찐 총리(오른쪽)에게 1급 노동훈장을 받고 있다. 사진=베트남축구협회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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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식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AFPBB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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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 편의 드라마를 쓴 것 같습니다. 아직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아 기쁩니다”
‘상식이 형’ 김상식(48)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쌀딩크’ 박항서 전 감독에 이어 베트남 국민영웅으로 떠올랐다.
김 감독은 지난 5일 막을 내린 동남아시아 최대 축구 축제 ‘2024 미쓰비시일렉트릭컵(미쓰비시컵)’에서 베트남을 6년 만의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것도 결승에서 ‘라이벌’ 태국에 2연승을 거둬 기쁨이 훨씬 더했다.
지금 베트남은 온통 ‘상식이형 열풍’이다. 김 감독도 높아진 관심을 확연히 느낀다. 그는 7일 국내 언론과 화상인터뷰에서 “열기가 장난 아니다. 공항에 내려 베트남 거리를 다니는데 도로에 인파가 많아 놀랐다”며 “총리님을 보러 관사에 갔는데 국민들이 환영해주고 격려해줘 흐뭇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한국 분들도 ‘덕분에 일이 잘된다,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박항서 감독 이후 또다시 한국인 지도자가 도움을 주게 돼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베트남의 팜 민 찐 총리는 이번 우승을 이룬 대표팀에 1급 노동훈장을 수여했다. 또한 주축 선수 6명에게 3급 노동훈장을, 나머지 팀원 29명에게 공로상을 전달했다. 다만 외국인인 김 감독은 추가 절차를 밟은 후 훈장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놀라운 반전이다. 2023년 전북현대 감독 시절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홈팬들에게 과도한 비난을 받았다. 본인은 물론 가족들에게도 인신공격이 쏟아졌다. 결국 선수 시절부터 15년 간 몸담았던 팀을 쓸쓸히 떠나야 했다. 1년간 야인 생활을 하면서 재기를 위해 칼을 간 김 감독은 지난해 5월 베트남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고, 불과 8개월 만에 엄청난 성과를 이뤘다.
김 감독은 “우승을 이루는 순간 전북 현대 시절이 많이 생각났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한국과 전북 팬들에게 보여준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또 “사람이라는 게 고운 정도 있지만 미운 정도 있다”며 “‘나가’라고 외쳤던 그때 팬들의 함성이 가끔 그립기도 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 감독이 직접 언급한 베트남에서의 성공 원동력은 ‘변화’다. 특히 직접 발품을 팔면서 필립 트루시에 전임 감독의 실패 사례를 유심히 확인했고, 많은 답을 찾았다. 그는 “전임 감독의 경우 세대교체가 너무 빠르다 보니 어린 선수들의 경험이 부족해 큰 경기에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경험 있는 선수를 보강하고 일관성 있게 지도한 것이 통했다”고 강조했다.
우승의 감동과 흥분의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하지만 김 감독은 벌써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그는 “박항서 감독님의 업적을 뛰어넘는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한다. 따라갈 수도 없다”면서 “그저 베트남 축구 발전만 생각할 뿐이다. 더 노력하면 결과는 따라온다고 믿고, 내 길을 묵묵히 가겠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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