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국일보 언론사 이미지

프란치스코 교황, 가톨릭교회 사상 첫 여성 장관 임명

한국일보
원문보기

프란치스코 교황, 가톨릭교회 사상 첫 여성 장관 임명

속보
국힘, 李 기획예산처 장관 지명 이혜훈 전 의원 '제명' 최고위 의결
이탈리아 출신 수녀 시모나 브람빌라
바티칸 교황청 수도회성 장관에 임명
변화하는 가톨릭 내 여성 지위 반영
6일 바티칸시국 봉헌 생활회와 사도 생활단 성 장관에 임명된 이탈리아 출신의 시모나 브람빌라 수녀. 바티칸 뉴스

6일 바티칸시국 봉헌 생활회와 사도 생활단 성 장관에 임명된 이탈리아 출신의 시모나 브람빌라 수녀. 바티칸 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을 장관으로 임명했다.

AP통신, 바티칸 뉴스 등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6일(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의 봉헌 생활회와 사도 생활단 성(약칭 수도회성) 장관에 이탈리아 출신의 수녀 시모나 브람빌라(59)를 임명했다. 교황청의 중앙 행정기구인 9개 성(省·Congregations) 중 하나인 수도회성은 전 세계 가톨릭교회 안 모든 수녀와 수사의 입회부터 퇴회까지 종교 생활을 책임지는 곳이다.

최초의 여성 장관 기용은 교황청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평가된다. 교황청 중앙 행정기관 장관은 주로 추기경이 맡아왔다. 지금까지 차관급 자리에는 여성이 배출된 적 있지만, 장관급 인사로 지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브람빌라 장관은 2019년 임명된 수도회성의 첫 여성 위원 7명 중 한 명이었고, 2023년부터 수도회성의 사무처장으로 봉사해 왔다.

교황, 교회법·바티칸 헌법 개정하며 여성 참여 늘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성탄 전야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교황은 대성당 성문(holy door)을 열며 2025년 가톨릭 희년(주빌리)의 시작도 알렸다. 바티칸시티=AP 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성탄 전야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교황은 대성당 성문(holy door)을 열며 2025년 가톨릭 희년(주빌리)의 시작도 알렸다. 바티칸시티=AP 뉴시스


이는 가톨릭교회 안에서 변화하는 여성 지위를 대변하는 사례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핵심 신조인 교회 민주화 기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초부터 더욱 포용적이고 민주적인 교회를 위해 내부 개혁에 힘써 왔다고 평가받는다.

지금까지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시국의 지도자 직위에 임명한 여성은 바티칸 박물관장인 이탈리아 미술사가 바바라 자타(2016년), 바티칸 행정부 사무총장 라파엘라 페트리니(2021년) 수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성의 교회 참여를 늘리기 위해 2021년 교회법을 개정, 가톨릭교회의 공적 예배인 전례 참여에 성별 구분을 없앴다. 2022년에는 여성을 포함한 평신도들이 바티칸시국의 여러 부서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바티칸 헌법을 승인했다.


남성 수도사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세계 교회 현안 논의체인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도 바뀌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1년 시노드 사무국장에 프랑스 출신 수녀인 나탈리 베카르를 임명하면서 처음으로 여성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졌다. 2023년 열린 시노드에서는 기존 남성 10명이었던 수도회 대표 구성이 남성 성직자 5명, 수녀 5명으로 변경됐고, 비(非)주교 신도 70명에게 투표권을 추가로 부여하면서 절반은 여성으로 채웠다.

이처럼 가톨릭교회에서 여성 참여를 위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직을 시작한 2013년부터 2023년 사이 교황청과 바티칸시국 전체의 여성 비율이 19.2%에서 23.4%로 증가했다고 바티칸 뉴스는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가톨릭교회의 핵심 의제 중 하나인 여성 사제 서품에 대해서는 프란치스코 교황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2023년 교황은 "여성 사제 서품은 신학적 문제"이며 "교회에서 여성의 위치는 매우 중요하지만, 여성은 사제직에 들어갈 수 없다"고 못 박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