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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인터뷰] '오징어 게임2' 황동혁 감독이 느낀 왕관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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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혁 감독,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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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혁 감독이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1 이후 3년 만에 다음 시즌을 가지고 글로벌 시청자들과 만났다. 연출자 겸 크리에이터로 이 모든 작업을 마쳤다. 치아가 9개 빠졌을 정도로 창작의 고통이 심했지만 극복했다. 배우 이정재의 표현에 따르면 '천재'다. '천재 황동혁 감독'은 호불호가 갈린 '오징어 게임2'를 바라보며 자신이 느낀 왕관의 무게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꺼내놨다.

전 세계인이 기다려온 '오징어 게임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이정재(기훈)와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 이병헌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았다. 작년 12월 26일 공개 이후 4일 만에 6800만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 글로벌 톱10 1위를 석권했다. 이는 역대 공개 첫 주 가장 많은 시청 수였다. 대중에게 공개되기 전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텔레비전 시리즈 드라마 부문 작품상 후보에 올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수상은 아쉽게 불발됐지만 이례적 행보를 보이며 '오징어 게임2'를 향한 세계적 관심을 실감케 했다.

-시즌2에 대한 개인적인 만족도는.

"시즌1보다 만들면서 좋았고 결과물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시즌1은 단선적인 이야기였다. 성기훈이란 인물이 게임에서 어떻게 살아남나. 어떤 사람으로 변화하나 이 얘기였는데, 시즌2는 좀 더 많은 집단이 존재하면서 사회관계, 인간관계가 더 많이 보이는 작품이라 입체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선 시즌2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한 호흡의 이야기인데 변곡점에서 끝나다 보니 그런 점에선 아쉽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질은 시즌1보다 시즌2가 좋다."

-호불호가 갈린 평가에 대한 생각은.

"시즌1은 '어디서 이런 게 나왔어?'라며 난리가 났다. 시즌2엔 그런 게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반응에 기대지 말고 좀 더 고급스럽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평가절하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나온 평가를 쭉 봤는데 받을만한 평가를 받고 있지 않나 싶다. 로튼토마토는 시즌1 때 90대였는데 시즌2는 80대더라. 비율로만 보면 1명 정도가 떨어진 것인데 각자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이 다르지 않았나. 시즌1만큼 충격적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고 엔딩에 대한 불만도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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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시즌2 예고편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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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탑' 최승현이 연기한 타노스 캐릭터에 대한 불호 반응이 거셌다.

"타노스 캐릭터에 대한 불만은 국내에서 더 큰 것 같다. 최승현 씨에 대한 문제 제기도 많이 들었다. 캐스팅부터 비난과 우려를 알고 있었고 그 부분은 어느 정도 감수하고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작품이 공개된 후에 무슨 역할을 했는지 그때 나온 질문들에 대해 대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최승현에 대한) 이런 정도의 반응을 예상했나.

"사실 최승현 씨를 생각하고 쓴 캐릭터는 아니다. 오디션을 계속 진행했는데 내 기준에 할 만한 친구를 찾지 못했고 추천을 받아 물망에 올렸고 오디션을 제안했다. 그런데 보겠다고 하더라. 대본 리딩을 통해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봤고 진행되던 와중에 흔들리는 지점이 있어서 안 되겠다 싶어 멈췄다. 오디션 테이프를 다시 찍어서 보내라고 했다. 그렇게 만드는 과정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대중의) 용서를 받지 못한 줄 몰랐다. 진짜 몰랐다."

-그래도 캐스팅 과정에서 과거를 찾아보긴 했을 것 같은데.

"대마초나 마약으로 인해 활동을 그만뒀다가 복귀한 사람들이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복귀하고 그러더라. 이미 6, 7년이 지난 상황이라 그 정도면 어느 정도 사람들이 용인해 주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반응을 보고 화들짝 놀라긴 했다. 그래서 다시 봤더니 팬들과 설전이 있었고, 한국에서 다신 복귀를 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도 있더라. 그렇다고 해서 함께 준비한 친구를 이제 와서 내칠 수는 없었다. 합심해서 잘 만들어보자고 했고, 결국 최승현 씨가 보여주는 것에 따라 대중의 판단이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불호 반응 때문에 홍보 활동에서 배제된 것인가.

"초반에 죽는 캐릭터라 비중이 크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홍보 전면에 내세울 만한 캐릭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시즌2로 끊다 보니까, 캐릭터 자체가 튀니까 비중이 좀 더 있는 것처럼 느껴진 것 같다. 본래 홍보 참여 명단에 있다가 뺀 게 아니다. 초반 캐스팅 때부터 불호 반응이 있어서 홍보를 같이 하긴 어렵지 않겠냐고 생각했다. 제작발표회부터 제외하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 공개를 하고 캐릭터에 대한 반응을 보고 최승현 씨가 지난 세월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면 그때 뭔가를 하는 게 좋지 않겠나 싶었다."

-연출자로서 바라본 타노스 연기에 대한 만족도는.

"시즌 1 때도 '오징어 게임'엔 어떤 만화적인 과장된 캐릭터들이 존재했다. 한국에선 좀 어색하다는 평이 있었는데 의도된 것이었다. 해외에선 그런 캐릭터들이 더 사랑을 받았다. 한국에서의 타노스 평가는 어느 정도 예상했다. 그런 역할을 하는 캐릭터로 만들었고 내가 만든 캐릭터를 내 의도대로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호불호를 감수하고 만든 캐릭터인데 해외에선 타노스 캐릭터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 캐릭터를 바라보는 문화적 차이, 관점의 차이도 다시금 느끼고 있다."

-구원군의 존재가 필요 없지 않았나 하는 반응도 있다.

"기훈이 노력하고 가운데, 밖에서 구원군이 올 것이라는 긴장감과 기대감을 꾸준하게 주고 싶었다. 시즌3에도 여전히 준호가 찾고 있지 않나. 그것에 대한 텐션을 끝까지 가지고 가고 싶었다. '구원군은 과연 도착할 것인가', '성기훈이 다 망가지기 전에 조력의 손길이 올까?' 이 요소를 넣고 싶었다. 시즌2에 가장 없어도 되는 스토리라는 얘기도 있던데 아직 완성되지 않은 스토리 라인이니 시즌3까지 보고 판단해 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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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혁 감독,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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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에선 O, X 선택이 자주 등장한다.



"시즌1에선 투표를 한 번만 하지 않았나. 투표를 통해 스스로 결정하게 하고 나갔다가 돌아오게 하면 도망가려는 사람이 없는 것 아닐까 해서 그런 장치로 넣은 것이었다. 시즌2에선 투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싶었다. 대의적 민주주의란 것에 위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다수결로 의견을 결정하는 시스템이 과연 맞는가. 대안은 없는가. 전 세계에서 투표가 펼쳐지는데 특히 대통령제를 가진 나라에선 투표가 더 중요하지 않나. 그런 것에 대한 질문을 극 중 투표를 활용해 던지고 싶었다. 지금도 거리에서 (대통령) 탄핵 반대와 찬성으로 나뉘어 싸우는 모습들이 벌어지지 않나. 선을 긋고 싸우고 있는 모습이 현실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세상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넣고 싶은 요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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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2' 이미지 〈사진=넷플릭스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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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성기훈 역의 이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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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지남' 공유에 반응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딱지남이 시즌1에서 잠깐 나왔는데 정말 좋아해 주지 않았나. 시즌2에 좀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시즌2를 기획할 때부터 1회는 딱지남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왜 이런 사람이 됐는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단서는 주고 싶었다. 공유 씨랑 과거 영화 '도가니'라는 작품을 같이 했었다. 시즌1에 특별출연 형식으로 잘해줘서 다시금 재밌게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촬영할 때 놀랐다. 이 캐릭터를 진짜 멋지게 죽이고 싶어서 대본에 신경을 많이 썼지만, 촬영장에서 보여준 에너지가 어마어마했다. 악역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다고 첫 악역이라고 하더라. 전형적인 악역이 아니라 미스터리한 악역이라 멋지게 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 이정재 씨를 누르는 듯한 포스를 드러내 찍으면서도 즐겁고 놀라웠다. 거의 NG가 없었다. 예상하지 못한 표정과 에너지를 분출하고 갔다. 찍으면서 '공유 씨의 인생 신이 하나 나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기훈의 연기가 시즌1에 이어 시즌2에서도 답답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눈치를 못 채야 하는 건 당연하다. 인호는 기훈과 기싸움을 하지만 시청자들과도 심리 싸움을 벌인다. '내가 누군지 알겠어?' 이런 장난을 치는 건데 시청자들에게도 장난을 치는 것이다. 이름도 속이지 않나. 그 선을 재밌게 타보려고 했다. 역효과가 나서 기훈이 너무 바보스러운 것처럼 보이는 것도 있지만 재미 측면으로 넣은 것이다. 기훈은 시즌2에 좀 더 진지한 인물로 변했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의 선함을 믿는 사람이다. 그런 캐릭터의 톤은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돈키호테 같은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 풍차가 괴물이라고 믿고 달려드는, 말도 안 되는 싸움이지만 하는 그런 면을 표현하고 싶었다."

-시즌2 성기훈을 그릴 때 어떤 점에 초점을 맞췄나.

"기훈은 평범한 소시민이었는데 나락으로 몰렸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이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결심하는데 그런데도 망가져 가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 자기 딴엔 준비를 해서 이 게임을 끝내보려고 하지만 계획에 실패하고 게임 안에 들어와 사람들을 살리려고 하지만 제도권 내에서 끝내게 된다. 자신의 목표에 사로잡혀서 신념, 가치를 조금씩 잃어가게 된다. 많은 혁명가가 혁명을 위해 몸을 던지지만, 가치 딜레마에 직면하지 않나. '이러한 나의 목표를 위해 어디까지 희생해야 하나?' 이 고민과 직면할 거라고 생각했다. 바뀌지 않는 세상에 좌절하며 목표에만 집착하게 되는 그런 인물을 그려보고 싶었다. 기훈이 '사람을 믿나?'란 질문에 답을 못하는 게 프론트맨 인호의 목표고, 시즌3까지 이어질 성기훈의 주요한 캐릭터 지점이라고도 생각했다."

-게임 구성은 어떤 식으로 결정한 것인가.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

"사실 시즌1에 영상화하기 좋은 게임을 많이 써서 시즌2에 다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시즌1에 하려다 탈락한 게임들 리스트를 다시 살펴봤다. 하나씩 점검했고 그러다 처음엔 단체전이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룹이 정해지고 그룹 내에서 펼쳐지는 작은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오징어 게임' 시즌1의 시그니처는 '무긍화꽃이 피었습니다'이기 때문에 첫 게임은 그대로 가져가고 싶었다. 기훈이 경험자로서 할 수 있는 역할도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게임은 그룹을 만들고 싶어서 5인 6각을 넣었다. 시즌1 때 반응이 좋아 좀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국의 민속놀이를 최대한 많이 소개해 주고 싶어서 공기, 비석 치기, 팽이, 제기차기 등을 단체로 묶어 5종 경기를 만들어본 것이다. 둥글게 둥글게 짝짓기는 단순하지만 잔인한 게임이기도 하다. 유대감을 주면서도 상대적 박탈감을 주기도 하는 묘한 게임이라고 생각해 세 번째는 짝짓기로 결정했다."

-시즌3 철수와의 게임을 둘러싸고 많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철수는 게임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당연히 게임에 등장한다. 사람들 추측이 재밌기도 하고 '이거 뭐야? 섬뜩한 것 같기도 하다. 성지순례로 만들고 싶은 것 같다."

-국내 반응이 해외보다 더 냉담해 이 지점에 대한 아쉬움이 있을 것 같다.

"전반적으로 살기 어렵지 않나. 자살률은 높아지고 출산율은 낮아지고 나라 전체가 암울한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다. 사는 게 고통스럽고 행복감이 사라지는 나라가 되고 있기 때문에 어떤 것이든 부정적인 면들에 대한 감정이 먼저 올라오는 것 같다. '오징어 게임' 시즌1을 만들고 홍보하러 다니다 바로 시즌2, 시즌3를 준비했다. '오징어 게임' 안에만 5, 6년 정도 있었다. 세상 사람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얼마 만에 나온 건지 생각도 못 하고 살았다. 기대가 이렇게 크고 관심이 많다는 걸 홍보 활동 하며 다시 느꼈다. 왕관의 무게라고 표현하던데 난 일자목이라 목도 안 좋고 아프고 무겁다. (웃음) 그러나 왕관 때문에 누렸던 것도 많기 때문에 행복한 기억도 많다. 질책이나 이런 것도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데 국내에서 가장 각박한 것도 사실이다. 똥개도 자기 집에 오면 50%는 먹고 들어온다고 하던데, 50% 까고 들어가는 느낌이다. 집에 왔는데 마음이 더 안 편한 상태다. 좀 더 응원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93개국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엄청난 기록을 썼다.

"넷플릭스 윗선에서 '아주 좋은 기록이다. 추이를 더 지켜보자'라고 하더라. 너무 감사하다. 여러 평가도 중요하지만 결국 '오징어 게임'은 인기가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극장에서 관객 수를 따지듯 넷플릭스에선 뷰 수로 따질 수밖에 없는데 다양한 콘텐트가 쏟아지고 있는 지금 전 세계에서 한국어로 만든 콘텐트가 1위를 한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작품 공개 전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텔레비전 시리즈 드라마 부문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시즌 2, 시즌3로 나눌 때 시즌2에 대한 시상식 초청은 이미 마음을 접었다. 완결이 나지 않았고 내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다 드러나지도 않았기 때문에 골든글로브 후보작에 오르는 것조차 기대하지 않았다. 노미네이트 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 놀랐다. 기라성 같은 작품들 사이에서 6개 후보안에 들었다는 것 아닌가. 그것만으로도 이미 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시즌1 때는 코로나19와 다양성 문제 때문에 보이콧 문제가 있었다. 오영수 배우만 상을 받았는데 이번엔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감사하다. 수상에 대한 기대감은 별로 없다. 시즌3에 좀 더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 시즌3는 시즌1, 시즌2 통틀어 개인적으로 최고로 만족한 시리즈다. 기다려달라."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황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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