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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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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이청용·기성용의 ‘어린 시절 봤던’ 김병지 대표 “양민혁도 자기 강점 뚜렷” [MK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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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FC는 2024시즌이 끝나기 전 김병지 대표이사와 재계약을 맺었다.

강원은 김 대표가 구단 대표직을 맡은 2023시즌부터 내온 성과를 인정했다.

강원은 김 대표가 팀을 맡은 2023시즌부터 큰 관심을 받는 구단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는 강원의 평균 관중 변화에서 확실히 확인할 수 있다. 특히나 승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K리그1 잔류를 확정했던 2023시즌부터 관중이 크게 늘었다는 건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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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FC 김병지 대표이사. 김 대표는 2024시즌을 “기적의 연속이었던 한 해”로 표현했다. 사진=이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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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FC 홈경기 관중 변화. 김병지 대표가 팀을 맡은 2023시즌부터 강원 홈구장을 찾는 팬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표=이근승 기자


강원의 재계약 제안을 받은 김 대표에게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김 대표에겐 다른 선택지도 있었다.

강원에서 도전을 이어가는 김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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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FC 김병지 대표이사. 김 대표는 다양한 사업체를 운영해 온 이다. 김 대표의 사업 경험은 강원을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사진=이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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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김병지 대표의 재계약 소식을 들었을 때 이런 생각도 해봤어요. 강원은 현실적으로 2024시즌과 같은 성과를 내는 게 어려울 수 있습니다.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이었잖아요. 강원과 재계약을 체결하는 데 부담은 없었습니까.

제가 강원 대표이사로 올 때부터 여러 이야기가 있었잖아요(웃음). 재계약 제안을 받고 고민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제일 중요한 건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었습니다. 바로 나온 답은 ‘현장’이었어요. 현장에서 일할 때 확실한 동기부여와 서로에 대한 존중만 보장된다면, 강원 만한 선택지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죠.

연봉은 크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돈이란 건 내가 땀 흘려서 성과를 내면 항상 따라오더라고요. 선수 때부터 느낀 겁니다. 우리의 연봉은 후지급제예요. 선수는 경기장에서 증명해야만 높은 연봉을 거머쥘 수 있습니다. 세상 어떤 구단도 저조한 경기력을 보인 선수에게 큰 연봉을 주지 않아요.

여러 사업체를 운영하면서도 돈이란 건 내가 열심히 한 만큼 따라온다는 걸 배웠습니다. 제겐 강원이 지금보다 더 좋은 팀으로 성장하는 데 이바지하고 싶은 꿈도 있어요. 저는 강원의 성장과 성공이 저의 성장과 성공이라고 봅니다. 2023, 2024년 성과만 봐도 그렇지 않나요. 저는 강원에서 더 좋은 경영자로 성장했습니다. 성과를 냈고요.

저는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확신이 있습니다. 강원은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나아갈 수 있는 팀이란 걸 확인했으니까. 우리의 역량을 강화하면서 더 탄탄한 구단을 만들 겁니다. 성적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구단은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계속 성장할 수 있습니다. 당장 명확한 시점을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제 임기 내 2024시즌을 뛰어넘는 역사적인 한 해를 만들 거예요. 우리 계획에 다 수립되어 있습니다.

Q. 김병지 대표는 양민혁, 신민하 등 어리고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를 발굴하는 데도 앞장섰습니다. 김병지 대표의 ‘선수 보는 눈’도 남다른 것 같은데요. 선수를 볼 때 가장 눈여겨보는 부분이 있습니까.

경기를 지혜롭게 풀어가는 선수들이 있어요. ‘참 영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움직임을 보이는 선수가 있죠.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이런 게 ‘감’이지 않나 싶습니다. 선수를 한 번만 보는 경우는 없어요. 여러 경기를 봅니다. 특히나 자기 팀보다 강한 팀을 상대로 어떻게 경기하는지를 보면 ‘이 선수가 얼마만큼의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 보이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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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혁. 사진=이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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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FC 중앙 수비수 신민하. 사진=이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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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김병지 대표의 선수 시절로 잠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FC 서울에서 뛸 때였죠. 당시 한국 최고의 유망주였던 이청용, 기성용과 함께했잖아요. 박주영도 함께 했었고요. 그때 선수들과 양민혁을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스타일이 다 달라요(웃음). 기성용은 포지션도 다르죠. 기성용은 미드필더잖아요. 이청용, 양민혁이 측면 공격수로 포지션이 비슷하죠. 기성용은 중원에서 경기 흐름을 읽고 공·수를 연결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였어요. 이청용은 지금껏 본 선수 가운데 센스가 가장 좋았습니다. 공의 속도에 맞춰서 찾아 들어가는 움직임이 어릴 때부터 훌륭했죠.

박주영은 혼자서 해결할 능력이 있었습니다. 혼자서 공을 몰고 들어가 득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였죠. 양민혁은 공을 잡았을 때 팀에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아요. 해결사 능력도 갖췄고요. 분명한 건 어릴 때부터 이와 같은 재능, 근성을 보이는 선수들은 다 성공했다는 겁니다. 양민혁도 그럴 거예요.

Q. 10대 시절부터 특출난 재능을 나타내는 선수들이라고 해서 100% 성공하는 건 아니잖아요. 어릴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 큰 성공을 이룬 선수들의 공통점이 있을까요.

좋은 지도자를 만나야죠. 어릴 때부터 톡톡 튀는 선수들은 도전, 모험을 즐길 준비가 돼 있어요. 하지만, 지도자는 다를 수 있습니다. 안전한 선택을 바라는 지도자가 많잖아요. 어떤 지도자를 만나 어떠한 환경에서 축구하느냐가 어린 선수들의 성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칩니다.

Q. K리그 현실을 보면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K리그1 12개 구단 가운데 3개 팀이 강등될 수 있는 환경이에요. 제주 유나이티드 김학범 감독, 대전하나시티즌 황선홍 감독 등은 올 시즌 K리그1 잔류를 확정한 뒤 “승강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내놨습니다.

연맹에선 “K리그2로 떨어질 확률이 8%밖에 안 된다”고 했더라고요. 숫자를 가지고서 논쟁할 문제가 아닙니다. 전북 현대 감독이 왜 바뀌었을까요. 첫째로 4위 안에 들지 못했어요. 파이널 B에 속했고, 강등권에 내려앉았습니다. 만약 울산 HD나 FC 서울 같은 팀이 저런 상황에 놓였다면 달랐을까요. 현재의 K리그1은 6위 안에 들지 못하는 순간 강등 위기인 겁니다.

연맹의 데이터는 자동 강등만 이야기해요. 최하위만 떨어진다는 겁니다. 그런데 파이널 B에 속한 6팀 모두 강등에 떨고 있거든요. 좋은 경기를 펼칠 수가 없어요. 파이널 라운드에 돌입하기 전부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칩니다. 5월이 지나면 이기는 축구에 몰입할 수밖에 없어요. 강등은 무조건 피해야 하니까.

또 하나. 어린 선수 키우자고 U-22 정책 시행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데 중점을 둘 수밖에 없는 생태계를 유지하는 겁니까. ‘유소년을 키워야 한다’면 그들이 뛸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줘야죠. K리그1 감독들은 오늘만 삽니다. 계약 1년 남겨둔 지도자가 4년 뒤 주전급 선수가 될 10대 선수를 어떻게 뛰게 해요.

특히나 울산, 서울, 전북과 같이 선수단 퀄리티가 좋은 팀일수록 어린 선수들이 기회를 잡는 건 더 어렵습니다. 연맹이 앞서서도 말했지만 더 좋은 축구를 할 수 있는 환경,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 등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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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FC 김병지 대표이사. 김 대표는 한국 프로축구단이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선 4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수단, 입장료, 스폰서, 중계권 수익이다. 김 대표는 이 4가지 가운데 가장 발전이 더딘 것이 중계권 수익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이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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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축구계에선 ‘K리그1 구단 수가 다시 늘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K리그 인기가 늘어나고 있잖아요. 최대한 빠르게 늘려야죠. K리그2에서 K리그1으로 올라온 팀들이 한 해 예산을 줄일까요. 절대 아니죠. 예산을 더 늘릴 겁니다. 투자하는 팀이 늘어나면 더 많은 투자로 이어질 거예요. 반대로 어떤 팀이든 강등되면 대규모 예산 삭감을 피할 수 없습니다. 강등 위험을 줄이고 더 좋은 축구, 더 많은 수익을 올릴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겁니다.

Q. 다시 강원 이야기를 좀 해볼게요. 강원은 홈구장으로 두 곳을 사용합니다. 춘천송암스포츠타운과 강릉종합운동장입니다. 강원은 클럽하우스가 강릉에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춘천에서 경기하면 원정 팀보다 이동 거리가 더 길어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강원은 강릉에서 더 많은 관중을 모으기도 했고요. 강원이 강릉에 정착하는 게 팀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 아닙니까.

강원은 도민구단입니다. 구단주께서 제게 가장 강조한 게 ‘도민 화합’이에요. 구단주님이 도민 화합을 가장 중요시하기에 저는 그 방향성을 따라야 합니다. 도민이 화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제 역할이에요. 다른 구성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민 화합을 위해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게 옳다는 생각입니다. 만약 제가 구단주님의 생각을 따를 수 없다면, 제가 축구단을 창단하거나 인수해서 운영해야죠. 제 돈을 들여서(웃음).

Q. 프로축구단이 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해 나가려면 구단 고위층이 오랫동안 팀을 이끌어야 하기도 합니다. K리그엔 울산이나 대구 FC를 제외하곤 구단 고위층이 자주 바뀌는 게 사실이거든요. 이 고민은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봅니까.

저도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강원은 대표가 연임된 게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더 큰 책임감과 사명감이 생깁니다. 다만 오랫동안 팀을 이끄는 것보다 중요한 건 ‘잘하는’ 겁니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 오래 하는 거예요. 저도 내년엔 구단을 성장시키지 못한다면 그만둘 수밖에 없을 겁니다. 선수만 프로가 아니거든요. 프로스포츠에 몸담은 모든 구성원이 ‘프로’입니다. 프로답게 성과로 이야기해야죠.

이런 생각도 해요. 프로축구단에서 가장 오랫동안 몸담은 이들은 보통 사무국에 있습니다. 사무국에서 구단의 장기 계획에 따라서 점차 발전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어느 누가 고위층으로 와도 문제가 없지 않을까 싶어요. 덧붙여 직원들의 역량 강화에도 지금보다 더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팀이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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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FC 김병지 대표이사. 김 대표의 꿈은 구단주다. 자기 돈으로 팀을 운영하는 진짜 구단주 말이다. 김 대표는 “돈 열심히 벌어서 언젠가 꼭 내 구단을 운영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이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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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평생을 축구계에 몸담고 있습니다. 지금도 축구가 좋습니까.

아내와 종종 하는 얘기입니다(웃음). 축구가 아주 좋아서 선수가 됐죠. 은퇴 후에도 축구계에 남아있는 이유고요. 저는 그래서 ‘감사하다’는 표현을 먼저 합니다. 저는 계속해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벌고 있으니까. 제가 여러 사업체를 운영할 수 있는 것도 다 축구 때문이거든요. 제가 가정을 꾸리고 아이 셋을 키울 수 있었던 것도 축구 덕분이었고요. 제게 축구는 꿈이자 감사한 존재입니다.

Q. 김병지 대표의 꿈은 무엇입니까.

제 꿈은 변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구단주’예요(웃음). 대표도 구단을 운영하긴 하지만 월급을 받는 직원입니다. 구단주는 자기 돈으로 구단을 운영하는 거잖아요. 돈 열심히 벌어서 언젠가 꼭 제 구단을 운영해 보고 싶습니다.

Q. 경기인 출신이 아니어도 구단 행정, 경영자를 꿈꾸는 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 청년들에게 ‘이런 준비를 하라’고 조언해 줄 게 있습니까.

요즘 행사하는 곳 많잖아요. 축구장이나 야구장뿐 아니라 콘서트장, 백화점, 대형 마트 등 많습니다. 그런 행사 경험을 꼭 해보셨으면 해요. 그 행사안에 홍보, 마케팅, 유통 등 모든 산업이 들어 있습니다. 그렇게 1년 정도 경험을 쌓으면, 어떤 행사든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길 거예요.

제가 홈경기 사업팀 직원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직원들에게 “여기서 1년만 있으면 어느 직장에 가더라도 행사는 완벽하게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해요. 한 가지 더 조언하자면 다양한 경험을 쌓으셨으면 합니다. 프로축구단 직원들은 상품 개발, 사업, 홈경기 운영, 미디어 대응 등 다양한 업무를 맡습니다.

프로축구단엔 선수단 운영, 지원도 있고요. ‘나는 선수단 운영팀이 좋다’고 해서 그것만 맡아서 할 순 없습니다. 프로축구단에 입사한 후에도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능력을 갖춰야 대표까지 될 수 있는 거고요. 얼마 전에 (이)영표가 그런 얘길 했더라고요. 영표가 “경기인 출신은 행정을 하면 안 된다”고 했죠.

저는 다르게 말하고 싶어요. 선수 출신이 행정이나 경영을 맡는다면 ‘무조건 더 잘해야 한다’고. 우린 선수 경험이 있잖아요. 우린 프로축구의 중심이 되는 선수단이 어떻게 운영되고 돌아가는지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럼 더 잘해야죠.

[구리=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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