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2.22 (토)

이슈 [연재] 뉴스1 '통신One'

캐나다, 부모님의 물건 상속…추억일까, 짐일까?[통신One]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캐나다 부모님의 물건 상속, 4명 중 1명은 실용성 부족으로 방치

물건의 감정적 가치와 실용성 사이, 밀레니얼 세대의 고민

부모 세대의 오랜 가구들이 자녀들에게 물려지지만, 감정적 가치와 실용성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2024. 12.23/<출처: working daughte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멍크턴=뉴스1) 김남희 통신원 = 최근 몇 년 사이 "수조 달러 규모의 부의 이전"이라는 표현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이는 베이비붐 세대가 재산을 주로 밀레니얼 자녀들에게 물려줄 것이라는 예측에서 비롯된 말이다. 일부에서는 이것이 캐나다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세대 간 부의 이전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단순히 현금이나 금융 자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수십 년간 함께 살아온 물건들, 가구, 도구, 수집품, 장신구 등도 중요한 상속의 일부를 차지하며, 물건에 얽힌 감정적인 가치까지 고려되기 때문에 세대 간 부의 이전은 종종 복잡하고 감정적인 여정을 동반한다.

이러한 변화는 캐나다 사회에서 점차 중요한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부모 세대가 물려주는 물건에는 각기 다른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물리적인 가치를 넘어선 감정적 가치를 물려받는 것에 대한 고민이, 특히 밀레니얼 세대에서 점점 더 많이 제기되고 있다.

온타리오주 오크빌에 사는 켈리 스미스는 최근 부모님의 50년 간의 삶이 녹아 있는 집을 정리하는 일을 도왔다. 부모님은 온타리오주 팀민스로 이사하면서 그들의 집을 떠나게 되었다. 이 과정은 무려 3년이 걸렸고 스미스는 부모님이 아끼던 물건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했다.

그는 "부모님이 정말 소중히 여기던 물건이지만, 그게 꼭 나에게 의미 있는 물건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 물건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항상 고민"이라며 부모님이 보관하고 싶어 하던 물건이 자신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때가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캐나다에서는 부모 세대가 물려주고자 하는 물건에 대한 의견 차이로 인해, 세대 간 소통의 어려움이 종종 나타나고 있다. 스미스처럼, 많은 사람은 물려받은 물건에 대한 감정적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다면 물려받은 물건들은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지 않다. 물건들이 쌓여 있는 집을 정리하는 일은 전문가의 손길을 빌리는 경우가 많다. 캐나다 전문 정리사 협회(NAPO) 회장인 노린 뮤직은 "25년 전보다 이 업계는 4배 성장했다. 이제 많은 사람이 부모님의 집을 정리하는 일을 전문가에게 맡긴다"고 성장 가능성을 얘기했다.

하지만 전문가의 도움도 쉽지 않다.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밴쿠버에서 'Out of Chaos'를 운영하는 린다 추는 최근 한 가정의 집을 정리하는 데 5,200달러(약 520만 원)가 들었다고 전했다. 1960~80년대의 옷과 깨진 샹들리에 등 쓸모없는 물건들이 많아 그것들을 처리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물려받은 물건들이 과연 실질적인 가치를 가질지에 대한 의문도 계속된다. 특히 젊은 세대는 부모 세대가 소중히 여긴 물건에 대해 덜 관심을 보인다. 밀레니얼 세대는 소비문화와 생활 방식이 부모 세대와 달라, 물려받은 물건을 단순히 물리적인 소유물로 보지 않고, 실용성과 의미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부모 세대의 물건들은 창고에 쌓여 잊히기 일쑤다. 보관료가 비싸지만 결국 아무도 그 물건을 꺼내지 않게 된다. 이는 캐나다에서 종종 발생하는 사회적 현상으로, 가치가 없는 물건들이 세대 간 물려주어지고, 결국 의미를 잃고 방치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부담을 피하려는 방법의 하나는 스웨덴식 정리법인 '죽기 전 정리(Döstädning)'이다. 이는 살아있는 동안 자신의 물건을 정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물건을 물려주는 방식이다.

린다 추는 "물건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그 물건에 대한 가치가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캐나다에서는 상속의 가치가 물건을 나누는 것이 아닌, 그 물건에 담긴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것으로 확장되고 있다.

세대 간 상속은 물건을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에 담긴 이야기와 감정을 나누는 과정이다. 상속받은 물건의 진정한 가치는 그 안에 담긴 추억과 감정에서 더욱 빛난다. 물건을 물려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중요하다.

zziobe1052@gmail.com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