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가게 김설현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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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무대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그룹 AOA 설현이 맞는지 착각을 할 만큼 완벽한 연기 변신이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긴 생머리, 서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지영 그 자체가 된 김설현은 두려움과 연민을 동시에 느끼게 하며 소름이 돋을 만큼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연기돌'에서 어엿한 배우로 한 단계 성장한 멀티 엔터테이너 김설현이 '조명가게'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극본 강풀·연출 김희원)는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지난 18일 마지막 7, 8회 공개를 끝으로 종영했다.
극 중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그 중에서도 한 손에 캐리어를 끌고 비를 맞으며 정처없이 걷는 이지영(김설현)과 그에게 숨겨진 비밀, 그리고 연인 김현민(엄태구)과의 비극적인 서사가 몰입도를 높였다. '조명가게'를 통해 많은 호평을 받은 김설현은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기쁘고 또 주변에서 보신 분들도 되게 좋다고 해 주시고 잘 봤다고 먼저 연락 오는 걸 보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만족스럽고 보람도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어떤 작품이나 활동을 하면 반응을 찾아보는 편"이라며 "이번에도 드라마를 보면서 반응을 실시간으로 보고 끝나고도 봤는데 작품과 연기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되게 뿌듯하다. 제 스스로는 그동안 했던 연기와는 좀 다른 방식으로 풀어냈다고 생각을 해서 어떤 반응이 올지 기대도 있고 좀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 '이게 먹힐까' 이런 생각도 있었는데 다행히 좋게 봐주신 분들이 많아서 보람 있었다. 저인 줄 몰랐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으시고, '확실히 되게 다른 톤이다.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는 톤이다' 이런 말씀들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김설현은 "선배님들한테 좋은 평가를 받고 나서 '나도 사랑받고 있다' 이런 생각이 들었고 감독님도 저보다 더 기뻐하시더라"라며 "김희원 감독님이 말씀하시기로는 자기가 연기를 잘한다는 말을 듣는 것보다 제가 연기를 잘한다는 말을 듣는 게 훨씬 좋으시다더라. 그런 얘기를 들으면 '내가 진짜 기대와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구나', '다른 사람들이 내가 이렇게 잘 되기를 바래주는 게 얼마나 감사한가' 이런 걸 한 번 더 느꼈던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김설현은 웹툰 원작인 '조명가게' 속 인물 이지영을 몇 퍼센트까지 사실적으로 구현해야 하는지 고민을 했다고. 그는 "장르가 일단 미스터리이고 사실적이지 않고 만화가 원작이다 보니까 너무 톤적으로 표현해야 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감정 같은 것에 더 집중을 했던 것 같다. 내가 119에 전화하는 신 같은 경우에는 답답함 이런 감정에 더 집중했다. 사실 '사후 세계에서 갑자기 말을 할 수 있다' 이런 게 있을 수 없고 아무도 경험해 보지 않은 것이다 보니까 저는 오히려 그런 점이 더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던 지점이었던 것 같다. '아무도 모르는 감정이기 때문에 내가 해석하기에 달렸다. 그러면 이걸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이런 점에서 자유롭게 열어놓고 상상하고 표현했다. 그리고 감독님이랑 '어느 정도로 말을 더듬어야 될까', '어느 정도로 소리를 내야 될까' 이런 걸 계속 얘기해 가면서 정도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설현은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것보다는 극이 순서대로 전개가 되지 않는데 시청자들이 내 감정선을 잘 따라와 줄까 생각했다. 제가 처음 대본을 봤을 때도 되게 헷갈렸고 '이게 그래서 첫날이에요. 이게 둘째 날이에요' 이러면서 감독님과 고민을 많이 했다"며 "그리고 장르적 특성상 지영이의 어떤 의지나 역할, 목표 같은 게 첫 화부터 공개되지 않다 보니까 그런 부분은 내가 어느 정도로 표현을 해야 될까, 아예 의지가 없는 사람처럼 보여야 할까 이런 정도를 정하는 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연기에 대한 고민만큼 부담감도 많았다며 "제가 긴장도 많이 하고 생각도 많이 하는 편이라 '너무 어렵다' 생각을 했는데 감독님 말씀으로는 '이 역할이 원래 어려워. 이 역할은 누가 해도 어려운 역할이야' 이렇게 말씀을 해 주셔서 그게 오히려 더 위로가 됐던 것 같다. 그리고 전에 했던 작품들 중 '그래서 쉬웠던 역할이 있었나' 생각해 보면 그건 또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어려운 역할이라고 부담을 가지는 게 아니라 '이건 내가 늘 배역을 맡으면 생기는 부담감이구나' 생각하고 더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은 "긴장을 극복하려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도 많이 해보는 스타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김설현을 위해 김희원 감독은 세세한 것까지 디렉팅을 아끼지 않았다. 김설현은 "장르적으로 호러 미스터리로 보여야 되는 부분이 있어서 내가 가진 감정선이 드러나면 안 되는 그런 한계가 있다 보니까 톤이나 연기 디자인에 처음으로 신경을 썼던 작품이었다"며 "특히 감독님께서 '이런 장면은 고개를 좀 숙이는 게 좋아', '15도 정도 숙이는 게 좋아', '3초 정도 있다가 고개를 돌리는 게 좋아' 이렇게 한 데서 구체적으로 집어주셔서 내가 진심을 가지고 연기하는 것도 중요한데 보이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그렇게 탄생한 김설현의 연기는 엄태구와 호흡을 맞추며 더욱 밝게 빛났다. 김설현은 "태구 선배님이랑 촬영을 많이 하다 보니까 연기할 기회가 많았다. 선배님은 늘 진심으로 하신 것 같다. 어떤 연기를 한다기보다 나를 바라보는 눈이 진심이다 보니까 저도 같이 갈 수 있는 힘이 느껴졌다. 선배님 덕분에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고 저도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선배님은 진심으로 하려고 노력하시는 것 같다. 집중력이 좋으신 것 같다. 배우의 자의식이 살아있을 때는 부끄러워 하시고 샤이하시고 표현도 크게 안 하시는데 슛을 들어가면 딱 집중해서 맡은 목표를 이뤄내시는 게 좋았다"며 "조언을 조심스러워 하시는 편이다. '어떠셨어요?' 이런식으로 물어볼 때가 있었는데 다른 사람에 대해 평가하시는 걸 조심스러워 하시는 것 같다. 제가 '어땠어요?' 하면 '그 대사 정말 좋았던 것 같아' 이 정도로 이야기해 주신다"고 밝혔다.
이어 김설현은 "저도 그렇고 선배님이랑 비슷한 부분은 뭔가 억지로 벽을 뚫으려고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까 더 자연스럽게 그 벽이 허물어졌던 것 같다"며 "친해지려고 억지로 어떤 분위기를 만든다든가 억지로 말을 건다든가 그런 점이 없어서 더 편했던 것 같고, 선배님도 그래서 더 편해하셨던 것 같다. 대화가 많다고 가까운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지금 느끼는 생각과 느낌 같은 게 비슷하면 '저 사람도 지금 이런 걸 느끼겠구나', '저 사람도 지금 이렇게 생각하겠구나' 이런 생각만으로 가까워지고 동지애도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의지도 많이 됐고 더 가까워진 것 같다"고 전했다.
김설현은 2012년 드라마 '내 딸 서영이'로 연기를 시작해 '못난이 주의보', '나의 나라', '낮과 밤'과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안시성' 등 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어느덧 12년 차 배우가 됐다. 그는 그동안 연기를 하면서 "마음으로 다가가지는 캐릭터가 있고, 내가 많이 분석하고 연구했던 캐릭터가 있다. 분석하고 연구했던 캐릭터 같은 경우에는 빠져나오기가 쉬웠던 것 같고, 마음속으로 '얘 진짜 나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캐릭터는 좀 여운이 길게 남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이지영을 연기하면서는 "머리로 많이 다가갔던 캐릭터였다"며 "장르적으로도 좀 어려운 부분이 있었고 대본을 보면서 감정도 어렵다고 생각해서 분석적으로 했고 연기할 때도 연기 디자인을 많이 신경 써가면서 했던 것 같아서 끝났을 때 막 그렇게 여운이 길게 남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이 드라마가 회차가 많지 않다 보니까 다른 드라마에 비해서는 되게 짧은 시간이고 그래서 캐릭터에서 빠져나오기가 어렵지 않았다"고 했다.
시즌2나 또 다른 '강풀 유니버스' 작품에 출연할 의향이 있는지 묻자 "저희 가족들도 시즌2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더라. 그런데 저는 이미 (극 중에서) 죽어서"라며 웃었다. 김설현은 "또 출연할 수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김설현은 액션과 로맨틱 코미디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제가 완전 액션 장르는 해본 적은 없지만 그동안 경찰 역할도 해보고 '안시성'에서도 액션을 경험해 본 적은 있는데 힘들지만 저는 되게 재미있더라. 몸으로 하는 연기다 보니까 저는 되게 안무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뭔가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또한 "제가 로맨틱 코미디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저는 사실 되게 밝은 사람이고 명랑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데 그런 역할을 많이 맡아본 적이 없어서 뭔가 조금 더 나랑 비슷한 캐릭터를 해보면 어떨까. 그리고 가장 보편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감정이 사랑이지 않나. 그걸 조금 더 이야기해 보고 싶다"고 전했다.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편견에 대해서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활동을 하다 보니까 어떤 평가에 대해서 좀 익숙해졌다고 할까. 어떤 평가를 받든지 저는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마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 아무리 제 생각과 다르더라도 그건 그 사람의 생각이고 제가 어떻게 더 한다고, 덜 한다고 바뀌는 게 아니라 바뀌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대로 살고 다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대로 살고 이렇게 바뀐 것 같다. 저도 처음에 상처 많이 받고 힘들어하기도 하고 이랬는데 사실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내 생각밖에 없다는 것을 많이 느껴서 남을 바꾸는 것보다 나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룹 AOA 활동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김설현은 "저는 기회가 된다면 열어두고 있다. 제가 사실 계획적인 사람은 아니고 그냥 흐르는 대로 살다 보니까 주어지는 기회에 그게 뭐든 열심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아직 뭔가 계획 같은 건 따로 없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남들이 나를 보는 기준보다 내가 나를 보는 기준이 더 높구나를 확실히 느낀 것 같다. 저는 솔직히 좋은 평을 받아서 좋긴 하지만 연기에 만족하진 않는다. 그래서 내가 더 높은 수준을 나한테 요구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며 "저는 '전작보다는 잘하자. 내가 잘하면 할수록 더 발전해야겠다'는 생각이 있다. '전작보다는 잘하자' 항상 이 생각으로 임하는 것 같다"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또한 "팬분들한테 자주 작품으로 뵙지 못하는 것 같아서 죄송하다. 늘 자랑스러운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저도 많은 작품으로 자주 만나고 싶다"고 팬들을 향한 진심 어린 마음을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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