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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단독 인터뷰] '정공법' 택한 정몽규 회장, 이슈에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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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신문로, 정형근 배정호 기자] 정몽규 회장은 ‘4선 도전’ 여부를 두고 막판까지 고심했다. 가족을 포함해 정 회장과 가까운 사람들은 출마를 만류했다. 그가 4선 도전을 결심한 키워드는 ‘후회’였다. 정 회장은 “내 마음속 가장 깊은 고민은 10년 후, 20년 후에 과연 어떤 결정이 후회되지 않을까 하는 지점”이라며 4연임 도전의 이유를 밝혔다.

대한축구협회는 올해 국민의 호된 질타를 받았다. 문체부는 특정 감사를 실시했고, 여론에 휩쓸린 정치권은 국정감사에서 망신주기 식 ‘호통’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비판을 위한 비판’은 한국 축구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몽규 회장의 ‘공(功)과 과(過)’를 정확히 들여다봐야 하는 시점이다.

스포티비뉴스는 17일 서울 신문로 포니정재단에서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 회장은 지난 12년의 축구협회 운영을 돌아보고,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과 승부조작 사면 파동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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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정몽규 회장과 일문일답

-대한축구협회장 4연임 도전을 결심한 계기는

“3선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책도 썼고, 아시안컵 이후 5~6개월 동안 국가대표 감독 선발 등 문제로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다. 이로 인해 국정감사에서 국가대표 감독 선발 문제를 이야기하는 희극적인 상황까지 벌어졌다. 다시 출마를 고민하던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문체부나 국가에서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부분을 감내하면서까지 축구협회장을 계속해야 하냐는 주변의 걱정이었다.”

“내 마음속 가장 깊은 고민은 10년 후, 20년 후에 과연 어떤 결정이 후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지금 이대로 그만두면 어떤 사람들은 국가대표 감독을 엉망으로 선출해서 이렇게 됐다고 오해하고, 그 낙인이 평생 가면 후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임기 동안 추진한 천안축구종합센터의 완성을 바로 앞두고 있고, 디비전 시스템과 승강제의 정착도 중요한 과제이다. 결자해지의 굳은 각오로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힘을 쏟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문체부와 정치권의 압박이 거셌다. 문체부 장관은 “선거가 끝나고 투표로 결정이 된다고 하더라도 승인하지 않는 절차까지 가겠다”며 선거 개입 논란이 일었고, 정치권은 망신 주기 식 국정감사를 이어갔다. 이 시기를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협회를 운영하면서 여러 가지 부족한 부분이나 비판받을 일도 있었다. 이를 겪으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대한민국 축구협회는 축구인뿐 아니라 축구 팬, 더 넓게 생각하면 온 국민이 관심 갖는 사안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생각을 바꿔 축구인도 대변해야 하지만 축구 팬들, 나아가 국민을 위한 기구로 재탄생해야 한다.”

“이번에 국감을 겪으며 느낀 부분은 문화체육관광부에 문화가 있고 체육도 있는데, 과연 국회의원이나 문체부 직원들이 체육계와 문화계를 동등하게 대하느냐는 아쉬움이 있었다. 물론 체육계에서 지금까지 잘못한 부분도 있겠지만 체육계 구성원들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굉장히 많이 느꼈다. 체육계에서는 그래도 축구협회가 체계적, 균형적으로 시스템을 갖추고 운영되는데 국감에서도 망신 주기 식 질문이 나왔던 것 같다. 체육이 사회적으로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축구는 국민적으로 가장 인기가 많은 스포츠이다. 축구협회장은 ‘국민 욕받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얼마 전 아시아축구연맹 회장들이 모여 각국 협회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공통으로 얘기한 부분은 유소년 정책이나 인프라 구축과 같은 중요한 일을 아무리 잘해도 성인 국가대표 경기 결과에 따라 굉장히 감성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타 종목과 다른 축구의 어려운 점이라는 얘기를 했다.”

“100가지를 잘해도 마지막에 국가대표 경기 성적이 나쁘면 여론의 뭇매를 맞는다. 그만큼 국민을 기쁘게 하고, 또 슬프게 했다가 화나게 할 수 있는 게 축구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반대로 이런 감성적 측면 때문에 유소년 육성이나 인프라 개선이 계속 덮인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이런 투자가 없으면 A 대표팀의 성적 또한 계속 유지될 수가 없다는 것이다.”

-30년 축구 인생을 담은 ‘축구의 시대’라는 책을 지난 7월 출간했다. 평생을 축구계에 종사한 축구인은 책을 읽고 “정몽규 회장을 다시 보게 됐다”며 “축구인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평가했다.

“1994년 현대 호랑이 축구단의 구단주를 맡은 것을 시작으로 축구와 인연을 맺은 지 올해로 만 30년이 넘었다. 특히 프로축구연맹 총재 2년, 축구협회장 12년을 포함해 14년을 했는데, 인생의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50대부터 60대 초까지 축구 행정을 하면서 보낸 것이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이를 한번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과거의 사건이나 이벤트를 하나하나 정리하다 보니 모든 퍼즐이 하나하나 맞춰지는 느낌이 들었다. 축구경영을 마무리한다는 생각에서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중에 대한축구협회나 구단을 운영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참고가 될 만한 것을 써보자는 차원에서 정리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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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 재임 동안 본인이 생각하는 ‘공(功)과 과(過)’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장기적으로 축구가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초등학교 강팀들의 반대가 많았지만, 유소년 8인제 축구를 도입한 것과 승강제를 도입한 점을 꼽고 싶다. 평가받는 것은 누구나 싫어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디비전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가장 큰 일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또한 북서쪽으로 치우쳐서 접근이 불편하고, 재투자 시점에 이른 데다 매년 20억 원 이상의 사용료를 냈던 파주에서 벗어나 국토의 중앙에 위치하고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키워갈 수 있는 천안축구종합센터 건설은 앞으로 대한민국 축구의 큰 재산이 될 것이다."

"아쉬웠던 점은 좀 더 적극적으로 축구 행정의 다음 세대를 육성하지 못했다는 점이 후회된다. 또한 현재 협회 예산의 16%를 스포츠토토나 체육 기금에서 지원받고 있는데 재정적으로도 더 자립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는 축구협회의 ‘할 일’을 좀 더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싶다. 모든 일을 협회에서 다 해결할 수 없기에 세부적으로 선별하고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축구협회를 둘러싼 많은 논란도 있었다. 특히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많은 국민적 비판이 일었다. 문체부의 감사 결과에 따르면 결국 홍 감독을 곧바로 선임했으면 문제가 없지만, 홍 감독 이외에 다른 외국인 감독들을 더 살펴보라고 지시한 부분이 문제로 지적됐다.

“같은 상황을 두고 문체부 감사실에서는 다른 외국인 감독을 더 살펴보라고 지시한 부분이 문제라고 했고, 문체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에서는 너무 관여를 안 해서 직무 태만이라고 지적했다. 협회장으로서는 모든 프로세스나 절차를 점검하는 게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했다. 화상 인터뷰보다는 (외국인 감독을) 직접 만나서 인터뷰하면 또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축구협회에서 국가대표 감독 선임이 부회장이나 이사 선임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절차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지난해에는 승부조작 사면 파동도 있었다. 팬들의 비난이 거세게 일면서 당시 사면 결정에 참여한 이사진이 전원 사퇴하는 일도 벌어졌다.

“승부조작에 가담한 축구인이 스포츠계에서 가장 큰 과오를 범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책임을 문제가 된 축구인에게만 물어 그들을 축구계에서 영원히 격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리 모두가 승부조작 사태에 책임이 있다. 승부 조작에 걸린 사람들은 죄를 인정하고 반성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반대로 뻔뻔하게 절대로 안 했다고 한 사람들은 현재까지 축구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승부조작을 하면 다시는 축구계에 발을 붙일 수 없게 하겠다는 의지는 이미 강하게 보였다. 한국 축구의 구조적인 범죄에 대해 대표로 중징계 받은 선수들에게 다시 한 번의 기회는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면 논의 과정에서 판단이 사려 깊지 못했고, 축구인과 팬들이 받은 상처를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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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는 스포츠 관련 업무를 다루는 부처가 12개가 넘고 중복된 예산도 많다. 학교 체육은 교육부, 엘리트와 생활체육은 문체부 예산으로 나뉘어져 있고 두 부처 간 의사소통도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체부, 교육부와 일을 하면서 느낀 점이 궁금하다.

“학교 체육과 관련해서는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현재 체육을 과외활동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축구가 아니더라도 운동을 어린 시절부터 중학교 때라도 취미로 가지면 평생 재산이 된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근본적인 차이는 우리는 200개가 조금 안 되는 고등학교 팀이 있고 일본은 2천 개로 거의 10배 이상의 팀이 있다. 일본은 중학교까지는 팀에 들어가서 축구하면 월에 5~6만 원이면 되지만, 우리는 싸게 해야 30만 원 이상 든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시스템이 계속 유지되는 이유는 체육이 과외 활동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하면 훨씬 더 싸게 할 수 있다. 축구 선진국 유럽 같은 경우도 대부분 학교나 같은 수준에 맞는 사람끼리 어울리며 축구를 즐기고 있다. 이런 부분이 국가적인 아젠다가 되어야 한다. 결국 대학 입시 시스템까지도 바뀌어야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이는 축구협회 한 곳에서 할 수 있는 아젠다는 아닐 것이다.”

-심판 행정의 일원화를 했다. 심판 개혁 및 발전을 위해 승강제와 스페셜레프리 제도 도입 등 다양한 제도도 만들었지만 심판 수는 급감하고 있다.

“제일 어려운 영역이다. 심판은 선수, 관중과 더불어 축구 경기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며 중요한 분야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되고, 또 그러한 신뢰를 주는 게 중요하다. 심판 분야도 더 개방적으로,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하며 팬들이나 언론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심판 발전을 위한 좋은 아이디어나 방향이 있다면 언제든지 내부 논의를 거쳐 실현할 용의가 있다. 역량 있는 인물의 리더십도 중요하지만 결국 제도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시스템 구축과 더불어 공정한 평가와 배정 등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선행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여자 축구 발전에도 관심이 많다. U-20 월드컵 개최 등 국제대회 유치 경험이 있는데 여자월드컵 유치에 도전할 의향이 있나.

“지난 아시안컵 유치 때 이미 드러났지만, FIFA가 요구하는 경기장 규모나 상업적 제약 요건이 국내 법(국제경기대회지원법)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 FIFA는 조직위원회를 만들어서 추진해야 하는데 우리는 법령상 FIFA 대회를 개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런 대회 유치를 위해서는 법령이 개정되어야 하고 사전에 정부와 협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1988년 올림픽이나 2002년 월드컵 유치할 때만 하더라도 큰 아버님(故 정주영 회장)이나 정몽준 명예회장이 열심히 유치 활동을 하며 성과를 얻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개개인이 열심히 활동하며 설득하는 차원이 아닌 대회를 위한 재정적 기여가 중요한 상황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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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축구종합센터에 대한 애착이 매우 크다. 축구종합센터 건립으로 한국 축구의 미래는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이는가.

“파주 NFC는 2002년 월드컵 성공 신화를 만들어 낸 상징적인 대표팀 훈련원이다. 그동안 선수, 지도자, 심판 등의 육성과 성장에 이바지했다. 그러나 전국에서 접근이 불편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시설이 낙후돼 연령별 대표팀, 지도자와 심판 교육 등은 지방으로 내려가서 진행되고 있다. 또한 유지관리에도 큰 비용이 수반되고 개선하더라도 곧 파주시에 귀속되는 임차 훈련원이다.”

“2018년 후보지 유치 공고를 내고 진행하여 최종 결정한 천안은 국토의 중심이다. 입지적 장점으로 프로구단들도 이동하면서 이곳을 경유해 훈련을 할 수 있다. 내년 6월 완공을 목표로 현재 전체 공정이 60% 정도 진행됐다. 축구종합센터는 천안에서 2,200억 원을 투입하고 협회에서도 1,750억이 투입하는 대형 프로젝트이다. 11개 운동장에 풀사이즈 인도어 경기장, 미니 스타디움이 들어서게 되면 유소년 대회부터 국제대회까지도 유치할 수 있다.”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는 단순히 국가대표 훈련장이 아니다. 구의 상징이 되어 꿈나무들이 이곳을 왔을 때 국가대표를 꿈꾸고, 상당히 좋은 수준으로 관리되는 이곳 잔디 위에서 경기하고 싶어 할 것이다. 이미 FIFA 등에서도 좋은 모델로 세계 각국에 소개하며 벤치마킹 되고 있어 상당히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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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가 미진하고 잘못한 것들에 대한 비판은 가감 없이 수용해 협회 발전을 위한 자양분으로 삼겠다. 누구보다 큰 책임감으로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힘을 쏟겠다”고 밝힌 그는 1월 8일 연임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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