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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단이 뭐길래?"...서대문구-구의회, 내년 예산안 두고 갈등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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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단이 뭐길래?"...서대문구-구의회, 내년 예산안 두고 갈등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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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의회, 野 주도 '내년도 예산안' 수정안 가결
서대문구 "기습 가결" 반발...민주 "낭비성 예산 깎은 것"
서대문구청 전경. 서대문구 제공

서대문구청 전경. 서대문구 제공


서울 서대문구와 구의회가 내년도 구 예산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여야 합의 없이 이성헌 구청장(국민의힘) 역점 사업인 농구단 운영비가 빠진 '수정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켜서다.

23일 서대문구에 따르면 구의회는 20일 본회의에서 '2025년 서대문구 예산 수정동의안'을 가결했다. 전체 의원(15명) 중 민주당이 다수(8명)인 구의회는 당초 여야 합의로 예산안을 제출했으나 이날 오전 민주당 의원들이 합의안 대신 발의한 수정안을 기습 통과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구는 △주민 평생학습 및 커뮤니티 공간 지원(31억4,600만 원) △어르신 일자리 및 저소득 어르신 생활 지원 사업비(11억1,000만 원) 등 민생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민생과 상관없는 불필요한 예산만 삭감했을 뿐, 나머지는 구 요청이 반영됐다"고 반박했다.
박찬숙 서대문구청 여자농구단 감독과 선수단,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이 지난 10월 25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정문 앞에서 제105회 전국체육대회 농구 여자일반부 우승 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뉴스1

박찬숙 서대문구청 여자농구단 감독과 선수단,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이 지난 10월 25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정문 앞에서 제105회 전국체육대회 농구 여자일반부 우승 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뉴스1


갈등은 이 구청장 역점사업인 '서대문구청 여자농구단'의 운영비(8억4,800만 원) 전액 삭감에서 비롯됐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창단한 여자농구단은 '농구여제' 박찬숙 감독과 선수 12명으로 구성된 실업팀이다. 당초 여야는 예결위에서 감독과 선수 '인건비'에 구비가 투입되는 만큼 규모를 줄이기로 합의했으나 민주당이 전액 삭감해 강행 처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민주당 관계자는 "여자농구단 예산이 '낭비성'이라는 주민 설문조사를 토대로 추가 삭감 여부를 논의하던 중 구청장이 구의회 행정을 담당하는 파견직 구청 공무원의 원대복귀를 지시해 수정안 처리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박 감독이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공개 지지한 게 문제 됐다는 말도 나왔지만, 서호성 민주당 원내대표는 "그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구는 민주당의 예산 삭감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보고 재의 요구에 나설 방침이다. 서대문구의회 회의규칙에는 '예결위 심사를 거친 예산안의 수정 동의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찬성으로 의제가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구의회 관계자는 "예산안 재심사가 필요하다면 다시 예결위 심사가 필요하다는 의미"라며 "민주당 의원들만의 수정 동의 발의는 구청장에게 재의 요구 명분을 준 셈"이라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